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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5선] 거망산·명성산·오서산·장안산·민둥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09. 10. 31.

[억새 5선] 거망산·명성산·오서산·장안산·민둥산

[480호] 2009.10

     

    정선 민둥산 >> 황금빛 억새 바다 속으로 다이빙

    정선 민둥산(1,117.8m)은 억새철이면 빼곡한 억새만큼이나 사람도 넘쳐난다. 그래서 산에 오를 때면 정체는 기본이고, 차례차례 줄을 서서 올라야 한다. 게다가 발걸음에 날리는 먼지까지 더하면 10월의 주말을 이용한 민둥산 산행은 상당히 짜증스러울 우려가 있다. 그러나 짜증스러울 정도로 사람이 몰려드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 그만한 풍광을 갖추었다는 뜻이다.

    민둥산 정상 부근에 이르면 오름길의 여러 짜증을 한 방에 날리는 광활한 억새밭이 있다. 민둥산이란 이름처럼 둥글둥글한 산덩이 위로 온통 금빛 억새 물결이다. 나무가 별로 없어 시야가 거침없고 황혼녘에 바람이라도 불면 황금빛 바다의 선경이 가슴속까지 불어닥친다. 오직 가을에만 볼 수 있는 화려한 이벤트인 것이다. 이렇듯 산 정상부에 형성된 광활한 억새밭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명품능선이다.

    민둥산 정상부의 억새밭.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있는 가을산이다.

     

    민둥산으로 오르려면 먼저 증산초등학교를 찾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민둥산 정상을 거쳐 지억산으로 능선을 타고 정선군 동면의 화암약수까지 이어진 15km 거리의 산길이 시작된다. 그다지 가파른 곳도 없고 길도 뚜렷해 하루 산행으로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억새밭은 주로 민둥산 정상부에 형성되어 있다.

    증산면 북쪽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민둥산 산행이 시작된다. 기차역과 국도에서 가까워 접근이 쉽고 정상으로 오르는 거리도 짧은 편이다. 증산역이 지난 9월부터 민둥산역으로 바뀌었다. 15km의 주능선 코스는 일단 능선에만 들어서면 크게 가파른 곳이 없고 길도 뚜렷해 하루 산행으로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억새밭은 주로 민둥산 정상부에만 형성되어 있다.

    증산초교에서 가파른 산길을 50분쯤 오르면 해발 800m 고지에 ‘발구덕이’ 혹은 ‘팔구뎅이’라 불리는 마을이 나온다. 화전민의 후예들이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정상을 중심으로 펼쳐진 억새밭이 무려 20만~30만 평에 달한다. 이곳에 억새가 많고 나무가 없는 까닭은 화전을 할 당시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러 왔기 때문이다.

    가을철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코스는 증산초교~발구덕마을~정상~증산초교의 원점회귀 코스이며 3시간30분쯤 걸린다. 초보자라도 힘들지 않은 코스이며 가볍게 운동하고 즐기기 좋은 코스다.

    정선 남면에 솟은 민둥산(1,119m)은 경사도가 완만하고 부드러워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산 정상 부근에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주로 10~11월에 많이 찾는 산이지만, 주변 조망이 뛰어나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다.

     

     

    함양 거망산 >> 은빛 물결 가르며 바위산 오르기

    함양 거망산(擧網山·1,184m)은 가을의 전령 억새 풍광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억새 명산이다. 정상부와 북쪽 능선을 덮은 억새밭은 가을이면 은물결 치듯 반짝이며 황홀한 풍광을 빚어내곤 한다. 거망산 억새밭이 여느 억새 군락보다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안의삼동(안의면에서 경관 좋은 계곡들)으로 일컬어지는 용추계곡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금원산(金猿山·1,353m)~기백산(箕伯山·1,331m)이 길동무가 돼주는가 하면 남으로 쌍립한 두 개의 암봉이 힘찬 산정의 정수를 보여주는 황석산이 돌출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남동쪽으로 펼쳐지는 백운산~지리산 줄기는 산행 내내 가슴 벅차게 한다.

    산행은 대개 용추사 위쪽 지장골(용추사에서 휴양림 방향 첫 번째 골짜기)을 따라 억새 군락지인 거망산 남쪽 안부에 올라선 뒤 정상 너머 갈림목에서 오른쪽 태장골로 내려서거나(3시간30분 소요) 북릉을 타고 1,146m봉을 지나면 또다시 나타나는 억새 능선을 거쳐 은신치까지 뽑은 다음 은신암을 거쳐 용추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선다(5시간 소요).

    가을의 전령 억새가 활짝 팬 거망산 능선.

     

    돌출한 암봉의 암팡진 풍광과 바윗길 산행의 아기자기함을 즐기고자 한다면 남쪽 황석산까지 잇도록 한다. 거망산 정상 남쪽 안부에서 남으로 우뚝 솟구쳐 보이는 1,154m봉을 거쳐 황석산 북봉 직전 억새밭에 이를 때(약 1시간 소요)까지는 간간이 잡목숲도 나타나지만, 간간이 장쾌한 억새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황석산이 빤히 바라보이는 뫼재를 지나면 산길은 북봉 암릉 직전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북봉을 왼쪽에 끼고 우회로를 따르면 지능선상의 고갯마루로 올라선다. 여기서 왼쪽 바윗길을 따라 50여m 오르면 북봉 정상부에 서고, 사면길을 따르면 북봉과 주봉 사이의 안부로 내려선다.

    성벽이 쌓여 있는 안부에서 암릉으로 올라붙을 수도 있지만 암릉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은 오른쪽 우회로를 따르도록 한다. 지능선 언덕마루(정상 0.5km, 우전 5.65km, 유동 4.45km 안내판)에서 왼쪽 바윗길을 따라 50m쯤 오르면 일망무제의 조망을 선사하는 정상이다.

    하산은 대개 동릉을 따르다가 연촌마을로 내려선다(약 1시간30분 소요). 황석산성을 거쳐 서하면 봉전리 우전마을로 내려서려면 정상 남쪽 안부에서 오른쪽(남서쪽) 길을 따른다. 거망산과 황석산을 잇는 산행은 지장골로 시작할 경우 6~7시간 걸린다.

    용추계곡 접근방법은 단순하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지곡나들목에서 빠져나와 24번 국도를 타다가 안의면소재지에서 3번·26번 국도로 진입해 약 2km 지점인 용추휴게소 삼거리에서 좌회전한다. 대구 쪽에서 진입할 경우에는 88올림픽고속도로 거창나들목에서 빠져나와 3번·24번 국도를 타고 마리 삼거리를 지나 계속 안의 방향으로 진행, 용추휴게소 삼거리까지 간다. 거창나들목에서 약 23km.

     

    삼각봉을 지나 정상 가는 길. 뒤로 뾰족한 암봉을 이룬 명성산 정상부가 보인다.

     

    포천 명성산 >> 수도권에서 가장 멋진 억새 군락

    명성산(鳴聲山·921.7m)은 수도권 최고의 억새 명산으로 꼽히는 곳이다.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경계를 이루는 이 산은 풍수지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소가 누워 있는 형태를 지녔다고 한다. 이러한 와우형 산세는 풍후(豊厚)하고 유순한 것이 특징인데, 명성산은 남북으로 뻗은 주능선을 기점으로 동쪽 사면의 산세가 유난히 부드럽다. 반면 서쪽은 가파르고 험한 편이다.

    명성산의 가장 아름다운 풍광은 주능선 동쪽에 수십만 평 넓이로 형성되어 있는 억새 군락이다. 이곳은 6·25전쟁 때 벌어진 치열한 전투 때문에 나무들이 모두 사라지고 억새밭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명성산 일대는 군사지역으로 훈련이 있을 때는 산행이 금지되기도 한다.

    명성산 산행 코스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산정호수 방면에서 시작하는 등룡폭포계곡 코스와 자인사~삼각봉 코스가 명성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자인사 코스는 경사가 급해 힘도 들지만 해빙기에는 돌이 떨어져서 다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등룡폭포로 오르다가 비선폭포 밑에서 왼쪽 암릉으로 오르는 책바위 코스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산행은 등룡폭포 입구 식당가를 지나며 시작된다. 이후 비선폭포와 등룡폭포를 거쳐 억새밭에 오른 뒤 삼각봉~정상~산안고개~산정호수로 돌아오는 6시간짜리 코스와 삼각봉까지만 갔다가 돌아와 자인사로 하산하는 3시간짜리 코스 가운데 고르도록 한다. 식수는 억새밭 한가운데 있는 샘터에서 보충할 수 있다.

    억새밭은 삼각봉으로 오르는 능선 동쪽 아래로 형성되어 있다. 삼각봉에서 정상까지는 약 1.5km(40분 소요) 거리로, 이 구간도 능선 오른쪽이 온통 억새 군락이다. 정상에서는 북서쪽 아래로 ‘궁예의 침전’ 암릉이 발아래로 보이고, 멀리로는 동송과 갈말이 한탄강과 함께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하산은 북서릉상 궁예의 침전 암릉을 타고 내리다가 안부에서 남쪽 계곡을 경유해 산안고개로 내려서면 된다. 산안고개에서는 남쪽 도로를 따라 1시간 가량 걸어 나오면 자인사 앞이다. 도로를 걷기가 싫다면 삼각봉으로 다시 돌아와 자인사나 책바위 코스로 내려오는 것도 무난하다.

    등룡폭포 상류인 안덕재는 군부대 사격훈련장이다. 평일에는 통제하는 경우가 있어 당일 오전 9시 이후 산정호수 매표소(031-531-6103)에서 입산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홍성 오서산 >> 오서정에서 보는 억새 노을은 감격적

    홍성 오서산(烏棲山·790.7m)은 노을 무렵이면 산정에서부터 머나먼 수평선까지의 거대 공간이 선홍빛으로 가득 차는 장관이 펼쳐진다. 붉은 햇살이 스며들면 능선에 만발한 억새풀들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듯 광채로 찬란하다. 짜임새로 치자면 정상 북쪽 1.5km 지점, 오서정이란 팔각정자가 세워진 765m봉 정상에서 서쪽 던목고개 방향으로 바윗덩이들이 돌출한 억새 능선 줄기를 곁들여 넣고 바라보는 조망이 그 중 최고다.

    산행로는 성연주차장~성동마을~시루봉~주릉~정상~오서정~정암사가 10월 억새 탐승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오서산 남서쪽의 성연리 성동마을 아래 610번 지방도로변에는 양쪽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차료를 받지 않으며, 등산로 입구엔 안내소 겸 매점(010-6822-6725)이 있다.

    성동마을 간이주막(두부김치집)~밤나무숲~임도(시루봉 육부능선)~시루봉(돌탑· 성골 1.8km, 정상 1.8km 팻말)~20분~억새밭~5m 높이의 중계용 안테나를 지나 100m~정상(‘보령 오서산’ 정상비)~ 200m~‘공덕고개→’팻말(오서산자연휴양림 방면 길)~패러글라이더 이륙장(‘←청소성연’ 팻말)~검은 오석‘오서산 정상’표지석(높이 791m로 새겨두었으나 이곳의 실제 높이는 760m이며, 여기가 정상도 아님)~오서정.

     

    한낮의 오서산 억새능선. 저 뒤에 뵈는 봉이 정상이다.

    오서정에서 500m쯤 내려가면 ‘정암사 1055m↑ 정암사 730m→’ 팻말이 있다. 여기에선 조금 돌더라도 곧장 능선길을 따르도록 한다. 그래야 계속 조망이 좋은 곳을 지날 수 있다. 절벽 위 조망처를 지난 다음 정암사로 내려가는 길은 단이 높은 계단길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출발점인 성연마을로 내려가려면 패러글라이더 이륙장에서 남쪽 길을 택한다.

    12월 15일까지 산불조심기간이라도 오서산 등산로는 대개 개방된다. 홍성군 환경녹지과 041-630-1422, 보령시 산림공원과 041-930-3425.

     

    >>숙박

    성연리 성연주차장 남쪽 500m 지점 도로변에 꿈의궁전모텔(932-3114), 성동마을에 오서산황토휴게소(041-932-6724) 등이 있다.

     

    장수 장안산 >> 활엽수 단풍 숲 위에 얹힌 영롱한 억새밭

    장수 장안산(1,236.9m)은 전형적인 가을 산이다. 산사면에 빼곡이 우거진 활엽수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때면 퇴색해 온 산을 울긋불긋 물들인다. 장안산이 가을을 대표하는 산으로 꼽히는 까닭은 활엽수 숲 위에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억새밭이 있기 때문이다. 정상 북동릉의 억새 군락이 가을 햇살을 받노라면 영롱한 빛으로 반짝이며 그 뒤로 지리 주릉이 펼쳐지면서 가을의 한가운데 빠져든 환상에 빠지게 한다.

    억새 군락은 장계면 대곡리와 번암면 지지리를 잇는 743번 지방도로로 접근이 가능한 무령고개(1,076m)와 정상을 잇는 북동릉 일원으로, 능선 중간쯤에 살짝 솟구친 1,132m봉 남서쪽 일원이 억새 군락을 이루고 있다. 1,132m봉 기슭에 샘이 있어 억새 풍광을 즐기며 쉬기에도 좋다. 단, 수량이 넉넉지 않으므로 갈수기나 인원이 많을 때에는 식수를 미리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억새밭을 배경으로 달덩이처럼 솟아오른 장안산 정상.

     

    산행은 무령고개에서 정상을 향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무력고개와 정상의 표고차 151m에 거리가 3km에 불과해 쉬엄쉬엄 걷더라도 왕복 3시간이면 억새 산행을 만끽할 수 있다. 정상에서 남릉을 따르다 중봉(1,234m)에서 오른쪽 급경사 지능선 길을 따라 덕천계곡을 거쳐 덕산제 저수지가로 내려서거나 하봉을 지나 첫 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방향을 튼 다음 30분쯤 내려서면 나타나는 덕천고개(법년동 2km·덕천계곡 3km·정상 4km)에서 왼쪽 길을 따라 법년동으로 내려서는 산길은 등산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산길이다(무령고개 기점 5시간 소요).

    정상석 옆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면 금남호남정맥을 타고 밀목재까지 뽑을 수 있다(정상 기점 5~6시간 소요). 정맥 길을 따르다 첫 번째 갈림목인 장구목재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면 계남면 장안리로 내려서고(약 2시간30분), 백운산(947.9m)을 넘어 남쪽으로 꺾어진 금남호남정맥을 좇다 노곡고개에서 오른쪽 산길로 빠지면 장수읍과 가까운 노곡리 버스 종점으로 내려선다(정상 기점 약 4시간).

    계남면 장안리 괴목마을에서 괴목골(거자동계곡)을 따라 무령고개 서쪽의 북동릉 갈림목(괴목 4km·무령고개 0.5km·정상 2.5km)에 올라선 다음 억새밭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장구목재에서 오른쪽(북쪽) 길을 따르면 괴목마을 원점회귀 산행이 이루어진다(6시간).

    무령고개는 대전-통영 고속도로 장수나들목에서 빠져나와 장계면소재지를 거쳐 26번 국도를 타고 육십령 방향으로 진행하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오른쪽 743번 지방도로를 따라 오르면 나타난다. 괴목마을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나들목에서 19번 국도를 따르다 계남면소재지 삼거리에서 왼쪽 마을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법년동과 밀목치는 장수읍내에서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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