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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2. 13.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김현태 시집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중에서

 

 

 

 

 

Summer Snow - Siss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