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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야영] 백린이들 뿅 가게 한 ‘한국의 갈라파고스’ - 굴업도

by 맥가이버 Macgyver 2020. 10. 13.

[낭만야영] 백린이들 뿅 가게 한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백패킹 성지 굴업도 개머리언덕에서의 하룻밤

    된비알을 올라 뒤돌아보면 아름다운 섬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우아한 자태로 해변이 펼쳐진다.

     

    초보 백패커들의 로망이자,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굴업도.

    자연 그대로 보존된 해안 경관을 마주하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만 좋으면 밤하늘의 별은 물론 은하수까지 볼 수 있다.

    나는 백패킹을 시작하고 한참 지나서야 굴업도의 존재를 알았다.

    한 번 다녀오고 나선 그 매력에 빠져 몇 번을 다녀왔지만, 섬을 찾는 이가 적어 풍경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은 ‘백패킹 성지’라 불리고 있다.

    초보자들은 입문 장소로, 중견 백패커들에게는 낭만적인 하룻밤을 위한 장소로 인기 있다.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 초보 백패커인 김영숙·조여정·김정미씨와 함께 백패킹을 떠나기로 했다.

    가고 싶은 곳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굴업도를 꼽았다.

    아름다우면서도 산세가 험하지 않아 어렵지 않게 멋진 풍경을 누릴 수 있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육지와 굴업도를 이어주는 유일한 배인 나래호. 평일과 주말을 불문하고 많은 백패커들이 이용한다

     

    배편 예약을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인천 옹진군에 속한 굴업도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로 갔다가 배를 갈아타고 굴업도로 가야 한다.

    덕적도까지 1시간 40분, 다시 굴업도까지 1시간(홀숫날) 걸리는 걸 감안하면 배를 타고 가는 데만 3시간가량 걸린다.

    짝숫날은 여러 섬을 거쳐 에둘러 가는 배편이라 덕적도에서 굴업도 가는 데만 2시간 10분 걸린다.

    산행은 쉽지만 굴업도까지 가는 것이 만만찮은 것.

    당연히 홀숫날 찾는 사람이 많아 우리가 가고자 한 날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매진이었다.

    결국 짝숫날로 일정을 옮겨 겨우 표를 구할 수 있었다.

    덕적도행 배 안은 커다란 배낭들로 가득했다.

    덕적도를 거쳐 굴업도에 도착하자 녹초가 되었지만, ‘백린이’들의 눈은 기대감에 초롱초롱하기 그지없었다.

    백린이는 백패커와 어린이를 합성한 말로 ‘초보 백패커’를 뜻한다.

    선착장에서 들머리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지만,

    마을 민박집에 식사를 예약하면 부두까지 트럭을 몰고 와 백패커들을 실어다 준다.

    트럭에 올라 빼곡히 채워진 배낭 사이에 끼어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운이 되살아났다.

    거의 5년 만에 다시 찾은 굴업도였다.

    소박하게 차려진 민박집의 밥과 찬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동안, 백패커 몇 팀이 지나갔다.

    경치 좋은 자리를 맡기는 글렀구나 싶어 느긋하게 시작하기로 했다.

     

    굴업도 주민이 운영하는 민박집에서 식사를 하면 선착장에서 들머리인 굴업도 해변까지 무료로 트럭을 이용할 수 있다.

     

    굴업도는 선착장에서 15분 거리의 목기미해변을 시작으로

    기암괴석 비경이 빼어난 북쪽 해변, 광활한 초지언덕이 있는 서쪽 해안선,

    연평산과 덕물산이 솟아 있는 동쪽 어귀 등 시간 내어 둘러본다면 다양한 경치를 즐길 수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개머리언덕’이다.

    망망대해를 마주한 서쪽 해안선의 초원지대인 개머리언덕에서의 야영은 백패커들의 로망으로 통한다.

    잘게 부서지는 파도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래사장을 건너 들머리에 올라섰다.

     

    모두가 잠든 밤. 텐트에 노를 저어, 달을 등대 삼아 은하수를 찾아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낭만을 꿈꾼다.

     

    시작부터 마주한 된비알, 일행들의 호흡이 거칠어진다.

    비탈 끝에 올라서자, 펼쳐진 풍경에 놀란다.

    다들 감탄사를 내뱉는다.

    푸른 하늘이 흘러내린 것 마냥 펼쳐진 바다와 촉촉이 젖어드는 하얀 해변이 장관이다.

    바다 사이로 길게 이어진 초원을 따라 걷는다.

    커다란 고래등 위에 올라탄 듯했다.

    고요히 뺨을 스치는 바람, 모든 것이 완벽하다.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밥상 위에 상쾌함을 한 숟가락 얹어 자유로운 만찬이 차려졌다.

    풍경과 날씨의 완벽한 조합이었다.

     

    굳이 함께 걷지 않아도 아름다운 풍경을 담으며 걷는 길이 즐겁기만 하다

     

    태양 향해 이어진 황금빛 터널

    잠시 사진을 찍는 사이, 백린이들은 축지법을 쓰듯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들의 걸음이 설렘을 대신하고 있었다.

    개머리언덕에 도착하자 예상했던 대로 최고의 뷰포인트는 먼저 온 텐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남은 자리 중 널찍하고 평평한 곳에 각자 자기 텐트를 쳤다.

    나는 경사가 있지만 시야가 트인 곳에 텐트를 쳤다.

    아침에 텐트 문을 열었을 때, 나 혼자만의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다.

    잠 잘 때, 경사의 불편함은 매트리스 밑에 옷가지를 채워 넣으면 된다.

    오랜 여행 기간 동안 터득하고 고집한 조건이었다.

    텐트 설치를 마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백린이들을 보니 뿌듯했다.

     

    새벽녘 텐트를 둘러쌌던 몽환적인 분위기의 해무는 해가 뜨자 아련한 무지개의 흔적을 남겨놓고 사라졌다.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 전망 좋은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노란 태양이 수면 위에 닿자 하늘은 물감 번지듯 더욱 붉게 물들었고,

    바다는 태양을 향해 이어진 황금빛 해저터널이 뚫린 듯 빛나고 있었다.

    돌아온 일행들이 내가 쳐놓은 타프를 걷고 있었다.

    황급히 내려가 이유를 묻자 바람도 세고, 추워서 타프는 철수하고 텐트 안에 들어가려 했다고 한다.

    하이라이트는 밤하늘의 별인데, 백패킹의 낭만을 몰라 주는 일행에게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추우면 들어가라고 하고, 혼자서 타프를 반 꺾어 바람막이를 만들자 다들 감탄하며 도와주었다.

     

    서쪽 하늘의 아름다운 해넘이를 보기 위해 모여든 백패커들의 하룻밤 보금자리들

     

    섭섭함은 금세 뿌듯함으로 바뀌었고,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나의 백패킹에 신선함이 되었다.

    어두워진 밤하늘에 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하수까지는 아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언덕 위에 은은하게 빛나던 텐트의 불도 꺼지고, 조용한 밤이 지나갔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텐트 문을 열었다.

    바다 위로 자욱한 해무는 해풍을 따라 하늘거렸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기분이었다.

    간간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은은한 무지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시켰다.

     

    공공질서만 지켜준다면 애견도 자유롭게 품어주는 굴업도이다.

     

    한참을 바라보다 일행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배고픈 사람?’ 다들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대답했다.

    주섬주섬 음식을 꺼내 우리의 사랑방이자 식당인 타프로 향했다.

    멋진 하룻밤을 보낸 백린이들의 찬사는 갖은 미사어구로 쏟아져 나왔다.

    굴업도가 백패킹의 성지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짐을 챙기는 동안 해무는 사라지고,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이름 모를 섬들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사슴이 나타나 우리를 가로지르며 지나갔다.

    일행들은 어떻게 이렇게 자연 그대로 보존될 수 있냐며 놀라워했다.

    굴업도를 찾는 백패커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나름 자연보호 의식이 올바르게 정착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굴업도 소사나무숲. 오솔길은 그물처럼 얽혀 있어 오직 숲이 허락한 길로만 통과할 수 있다.

     

    훼손을 일삼는 일부 이기적인 백패커들도 있지만,

    백패킹에 입문한 사람들이 LNTLeave No Trace를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서 자연 속에서 행복을 최대한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아쉬움 가득한 백린이들의 아우성이 울려 퍼졌고,

    다음엔 더 길게 걷는 트레일 위에서의 하룻밤을 약속했다.

     

    개머리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바다를 보며 걷는 길과 소사나무 숲을 가로질러 가는 길이 있는데, 대부분의 백패커들은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길을 택한다.

     

    교통 정보

    굴업도는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90㎞, 덕적도에서 13㎞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면적 17.71㎢에 1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섬으로 멀리서 섬을 보면

    사람이 엎드려 일을 하고 있는 모습과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인천연안부두덕적도 하루 세 편씩 있으나,

    주말과 평일 출발 시간이 다르고,

    소야도 경유 여부에 따라 1시간 10분에서 1시간 40분 소요.

     

    안산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덕적도 평일엔 하루 1편 운항.

    주말에는 2편 운항. 주말·평일 출발 시간이 달라 확인 요함.

    1시간 40분 소요.

     

    덕적도굴업도 평일은 하루 1편 운항.

    주말 2편 운항되며, 평일·주말 출발 시간 달라 확인 요함.

    홀수일과 짝수일에 따라 경유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소요 시간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홀수일 덕적도굴업도백아도울도지도덕적도 (굴업도까지 1시간 소요)

    짝수일 덕적도지도울도백아도굴업도덕적도 (2시간 10분 소요)

     

    *민박집에 점심식사를 예약하면 선착장에서 들머리(1.4km·도보 20분)까지 왕복으로 트럭을 이용할 수 있다.

    사전 예약 필수. 굴업민박(032-832-7100), 정현민박(0507-1416-2554)

     

     

    •글·사진 민미정 백패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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