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버린 곳 - 용산 땡땡거리의 맛집 탐방을 다녀오다.
'시간이 멈춰버린 곳 - 용산 땡땡거리의 맛집 탐방' 코스
용산 땡땡거리.
1970~8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곳,
서울 용산구 이촌로 29길.
'땡땡거리'라고 불리는 서부이촌동 동네를 찾아간다.
아래 사진들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한강대로에서 바라본 남산의 서울타워
▼ 경의중앙선과 경춘선(itx), 화물선이 지나가는 철로
▼ 30여년 전 우측에 보이는 5층짜리 강변맨션에 지인이 살아서...
▼ 새남터천주교기념성당이 보이네...
▼ 용산 땡땡거리의 시점이자 종점에서...
이런 날 만나게 해 주십시요 / 원태연 詩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그 애가 많이 힘들어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고통 덜어줄 수 있게
이미 내게는 그런 힘이 없을지라도
날 보고 당황하는 순간만이라도
그 고통 내 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이런 날 우연이 필요합니다.
내게 기쁨이 넘치는 날
만나게 하시어
그 기쁨 다는 줄 수 없을지라도
밝게 웃는 표정 보여 줘
잠시라도 내 기쁨
그 애의 것이 되게 해 주십시요.
그러고도 혹시 우연이 남는다면
무척이나 그리운 날
둘 중 하나는 걷고 하나는 차에 타게 하시어
스쳐 지나가듯
잠시라도 마주치게 해 주십시요.
술버릇 / 원태연 詩
술 마시면 어김없이
그대를 생각합니다.
한잔 한잔 보태갈수록
더 진하게 떠오릅니다.
술 취하면 어김없이
그대에게 전화를 겁니다.
일곱 자리 누르는데
칠십 번도 더 주저하다
그런 내가 초라해 보여
그냥 내려놓습니다.
술이 깨면 어김없이
어제 일을 후회합니다.
쓰린 속 냉수로 씻어내며
그저 한편에 자리했던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었던
그 날을 떠올려 봅니다.
▼ 오근내 닭갈비
▼ 여천식당
▼ 삼각백빈건널목은 관리원이 없는 무인건널목
▼ 관리원이 없다는 것은 이곳으로 열차가 자주 지나다니지 않기에...
▼
▼ 삼각백빈건널목을 뒤돌아보니...
▼ 등대사진관과 용산방앗간이 보이네...
▼ 등대사진관
▼ 백빈건널목
▼ 차단기가 내려지고...
땡땡거리 / 이해원 詩
하얀 깃발이 부르면 전동차는 서둘러 달려온다
차단기가 몸을 눕힐 때 철컥 풍경도 잘려나간다
용산역과 이촌동 사이를 휘돌아나가는 중앙선
이곳에서 전동차는 곡선으로 휘어진 제 꼬리를 볼 수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호흡이 끊어졌다 이어지는 백빈건널목
1톤 트럭의 확성기 소리도 번번이 허리가 두 동강나고
담장 아래 할머니들의 웃음소리도 허물어지는 동네
사람들은 소란한 종소리를 귀에 걸고 산다
철길 옆 옛날떡집
뿌연 백열등 아래 마주앉은 노부부
땡땡 소리 오고 갈 때도
바람떡 입에 물고 바람이 된 막내아들 소식만은 건너 오라고
철길 같은 두 줄 가래떡을 길게 뽑아낸다
철길 허리가 잠시 이어진다
팔당에서 바람을 쐬고 자정에 돌아오는 지하철
땡땡땡땡 붉은 종소리
피곤한 동네가 귀를 막고 꿈 쪽으로 돌아눕는다
▼ 열차가 지나간다.
백빈건널목
'백빈'이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궁에서 퇴직한 백씨 성을 가진 빈(嬪)이 건널목 뒤쪽에 있는 골목길에
한옥 기와집을 짓고 살았고 이 길로 행차했다 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경원선과 경부선을 이어주는 용산삼각선이 지나는 곳으로
중앙선·경춘선, 화물열차 등 하루 300여 대의 기차·지하철이 지나간다.
백빈건널목에서 시작되는 '땡땡거리'는
삼각백빈건널목을 지나치면 나타나는 큰길에서 끝이 나는데
거리의 명칭은 '땡땡' 소리를 내는 기찻길 건널목 신호음에서부터 따왔다고 한다.
▼ 열차가 지나가고, 차단기는 올라가고...
▼ 백빈건널목을 통과해서 지나가는데...
▼ 땡땡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 차단기가 내려가고...
복구공사 / 원태연 詩
추억공사중
사랑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현재 미련구간 복구공사로 인해
사랑통행이 금지되오니
다른 사랑을 이용하시거나
부득이한 분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복구가 끝난다 해도
예전 같은 통행은 어려울 것 같으니
이 점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 골목길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 원태연 詩
티격태격 싸울 일도 없어졌습니다
짜증을 낼 필요도 없고
만나야 될 의무감도
전화해야 하는데 하는 부담도
이 밖에도 답답함을 느끼게 하던
여러가지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다른사람도 만나볼 겁니다
전에는 늦게 들어올 때
엄마보다 더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는 괜찮습니다
참 편해진 것 같습니다
근데... 이상한 건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아무 할일이 없어진 그 시간에
자꾸만 생각이 난다는 것입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이제는...
혼자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삼거리에 꼬꼬닭이 보이네...
나에게 더 힘든 일 / 원태연 詩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보다,
사랑했던 사람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몇 백 배는 더 힘든 일이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조금도 미안해 하지 말고 / 원태연 詩
우리의 추억을 버리기는 아까우면
그 마음을 전당포에 맡겨줘
언제 찾으러 온다는 말도 말고
나를 생각하라는 것도 아니야
시계 따위라 생각하고
가끔 불편할 때 생각해
필요하면
그 정도로 네가 약해져 있으면
그 때 찾아 줘
아무 말 하지 말고
조금도 미안해 하지 말고
그냥 좋은 것 / 원태연 詩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어디가 좋고
무엇이 마음에 들면,
언제나 같을 수는 없는 사람
어느 순간 식상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가장 좋은 것입니다.
특별히 끌리는 부분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 때문에 그가 좋은 것이 아니라
그가 좋아 그 부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좋은 것이
그저 좋은 것입니다.
미련한 결과 / 원태연 詩
마음이 약해지면
평소에 지나쳤던 것을
자세히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마음이 약해지면
이것저것
더 슬퍼질 일이 많이 진다
이것저것
찾아내서 슬퍼진다
다 잊고 사는데도 / 원태연 詩
다 잊고 산다
그러려고 노력하며 산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가슴이 저려올 때가 있다
그 무언가
잊은 줄 알고 있던 기억을
간간이 건드리면
멍하니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 무엇이 너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못 다한 내 사랑이라고는 한다.
서글픈 바람 / 원태연 詩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삐그덕 문소리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두 잔의 차를 시켜 놓고
막연히 앞잔을 쳐다본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 속 깊이 인사말을 준비하고
그 말을 반복한다.
누가 오기로 한 것도 아니면서
누굴 기다리는 사람처럼
나서는 발길
초라한 망설임으로
추억만이 남아 있는
그 찻집의 문을 돌아다본다.
나무 / 원태연 詩
왜 하필 나는
당신 가슴속에서
태어났을까요
넓은 곳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아름다운 곳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여기서만 이렇게
자라나고 있을까요
☞ 이것으로 '시간이 멈춰버린 곳 - 용산 땡땡거리의 맛집 탐방'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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