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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국화 앞에서 / 김재진

by 맥가이버 Macgyver 2006. 11. 29.

 

  

국화 앞에서 /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국화는 드러나는 꽃이 아니라
숨어 있는 꽃이다.


느끼는 꽃이 아니라 생각하는 꽃이다.


꺾고 싶은 꽃이 아니라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은
가을날 국화 앞에 서 보면 안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굴욕을 필요로 하는가를.


어쩌면 삶이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것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끌고 가야할지 모를 인생을 끌고
묵묵히 견디어내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