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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36

[연꽃 시] 연꽃구경 / 정호승 연꽃구경 / 정호승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 연꽃처럼 살아보자고 아무리 사는 게 더럽더라도 연꽃같.. 2014. 7. 24.
부드러운 칼 / 정호승 “부드러운 칼 / 정호승” 칼을 버리러 강가에 간다 어제는 칼을 갈기 위해 강가로 갔으나 오늘은 칼을 버리기 위해 강가로 간다 강물은 아직 깊고 푸르다 여기 저기 상처난 알몸을 도려낸 채 홍수에 떠밀려온 나뭇가지들 옆에 앉아 평생 가슴속에 숨겨 두었던 칼을 꺼낸다 햇살에 칼이 웃는다 눈부신 햇살에 칼이 자꾸 부드러워진다 물새 한 마리 잠시 칼날 위에 앉았다가 떠나가고 나는 푸른 이끼가 낀 나뭇가지를 던지듯 강물에 칼을 던진다 다시는 헤엄쳐 되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갈대숲 너무 멀리 칼을 던진다 강물이 깊숙이 칼을 껴안고 웃는다 칼도 이제 증오가 아니고 미소라고 분노가 아니라 웃음이라고 강가에 풀을 뜯던 소 한마리가 따라 웃는다 배고픈 물고기들이 우르르 칼끝으로 몰려 들어 툭툭 입을 대고 건드리다가 마침.. 2013. 7. 22.
그림자 / 정호승 그림자 / 정호승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한 마리 새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한 그루 나무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그림자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손의 그림자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먼 길을 가는 동안 .. 2013. 1. 6.
벽 / 정호승 벽 / 정호승 나는 이제 벽을 부수지 않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벽이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어루만지다가 마냥 조용히 웃을 뿐이다 웃다가 벽 속으로 걸어갈 뿐이다 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을 걸을 수 있고 섬과 섬 사이로 작은 배들이 고요히 떠가는 봄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한때 벽 속에는 벽만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때 벽 속의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무너뜨릴수록 더욱 무너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지는 벽이었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 2012. 9. 21.
허허바다 / 정호승 허허바다 / 정호승 찾아가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와보니 돌아온 곳 없네 다시 떠나가보니 떠나온 곳 없네 살아도 산 것이 없고 죽어도 죽은 것이 없네 해미가 깔린 새벽녘 태풍이 지나간 허허바다에 겨자씨 한 알 떠 있네 2012. 9. 21.
바닥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2012. 9. 21.
미안하다 / 정호승 미안하다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중에서 - 2012. 9. 21.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2012. 4. 9.
봄길 / 정호승 봄길 정호승 봄길 정호승 봄길 정호승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 2012. 2. 2.
봄길 / 정호승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 2011. 4. 1.
삶 / 정호승 삶 / 정호승 사람들은 때때로 수평선이 될 때가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수평선 밖으로 뛰어내릴 때가 있다 밤이 지나지 않고 새벽이 올 때 어머니를 땅에 묻고 산을 내려올 때 스스로 사랑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모든 증오일 때 사람들은 때때로 수평선 밖으로 뛰어내린다 2010. 9. 11.
이별 노래 / 정호승 詩, 이동원 노래 이별 노래 / 정호승 詩, 이동원 노래 떠나는 그대 조금만 더 늦게 떠나준다면 그대 떠난 뒤에도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아직 늦지 않으리 그대 떠나는 곳 내 먼저 떠나가서 나는 그대 뒷모습에 깔리는 노을이 되리니 옷깃을 여미고 어둠속에서 사람의 집들이 어두워지면 내 그대 위해 노래하는 별이 되.. 2010. 9. 11.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 2010. 9. 10.
정동진 / 정호승 정동진 / 정호승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짱을 끼고 걷는다 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2010. 5. 25.
겨울강에서 / 정호승 2010. 1. 3.
북한강에서 / 정호승 2010. 1. 1.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 아래 사진들은 2005년 12월 3일(토) 첫눈이 내리던 날 찍은 것임.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 2008. 11. 18.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 아래 사진들은 2005년 12월 3일(토) 첫눈이 내리던 날 찍은 것임.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마 .. 2008. 11. 17.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 2008. 8. 19.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 2008. 3. 22.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 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 아기에게.. 2008. 1. 31.
山을 오르며 山을 오르며 / 정호승 내려가자 이제 山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끝까지 오르지 말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 춘란도 피고 나면 지고 두견도 낙엽이 지면 그뿐 삭발할 필요도 없다 山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발자국을 남기지 말자 내려가는 것이 .. 2008. 1. 24.
갈 대 / 정호승 갈 대 / 정호승 내가 아직도 강변에 사는 것은 죽은 새들이 내 발밑에서 물결치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도 아무도 살지 않는 강변에 사는 것은 실패도 인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가장 강한 자가 이긴 것이 아니라 이긴 자가 강한 것이라는 죽은 새들의 정다운 울음소리를 들으며 온종일 바람에 흔.. 2007. 11. 4.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개에게 인생을 이야기하다 / 정호승 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 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 아기에게.. 2007. 10. 28.
山을 오르며 / 정호승 山을 오르며 / 정호승 내려가자 이제 山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끝까지 오르지 말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 춘란도 피고 나면 지고 두견도 낙엽이 지면 그뿐 삭발할 필요도 없다 山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발자국을 남기지 말자 내려가는 것이 .. 2007. 6. 11.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 정호승 ▣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 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하면 .. 2007. 4. 23.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 2007. 2. 18.
키스에 대한 책임 / 정호승 ▒ ♤ 키스에 대한 책임 / 정호승 ♤ ▒ 키스를 하고 돌아서자 밤이 깊었다 지구 위의 모든 입술들은 잠이 들었다 적막한 나의 키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너의 눈물과 죽음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 빌딩과 빌딩 사이로 낡은 초승달이 떠 있는 골목길 밤은 초승달을 책임지고 있다 초승달은 새.. 2007. 2. 17.
빈 손의 의미 빈 손의 의미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어야 한다. 내 손에 너무 많은 것을 올려놓거나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쥐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 다른 무엇이 가득 들어 있는 한 남의 손을 잡을 수는 없다. 소유의 손은 반드시 상처를 입으나 텅 빈 손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 그 동안 .. 2007. 1. 13.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2006.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