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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78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2013. 3. 10.
살아있는 것들 중에 외롭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살아있는 것들 중에 외롭지 않은 것은 없습니다. 들판의 미루나무는 늘 들판 한가운데서 외롭고 백양나무는 산비탈에서 외롭습니다. 노루는 노루대로 제 동굴에서 외롭게 밤을 지새고 다람쥐는 다람쥐대로 외롭게 잠을 청합니다. 여럿이 어울려 흔들리는 풀들도 다 저 혼자씩은 .. 2012. 1. 31.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 2011. 10. 13.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 2011. 3. 10.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저녁노을 / 도종환 저녁노을 / 도종환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 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가을산을 .. 2011. 1. 14.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2011. 1. 14.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 2010. 10. 26.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 2010. 10. 19.
가을비 / 도종환 - 가을비와 함께 듣는 노래 3곡 가을비 / 도종환 가을비 /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하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읍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 2010. 9. 21.
끊긴 전화 / 도종환 끊긴 전화 / 도종환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 2009. 11. 12.
들길 / 도종환 들길 / 도종환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2009. 10. 10.
도종환 / 들길 도종환 / 들길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다 책임지지 못할 그들의 아름다운 운명 있나니 네가 끝까지 함께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2009. 10. 10.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 도종환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 / 도종환 장미꽃은 누가 뭐래도 아름답다. 붉고 매끄러운 장미의 살결, 은은하게 적셔오는 달디단 향기, 겉 꽃잎과 속 꽃잎이 서로 겹치면서 만들어 내는 매혹적인 자태, 여왕의 직위를 붙여도 정말 손색이 없는 꽃이다. 가장 많이 사랑 받는 꽃이면서도 제 스스로 지키는 기.. 2009. 5. 23.
저녁무렵 / 도종환 저녁무렵 / 도종환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위 사진은 2008년 8월 12일(화) 하늘공원에서 방화대교너머로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찍은 것임. 2008. 8. 18.
저녁 무렵 / 도종환 저녁무렵 / 도종환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위 사진은 2008년 8월 12일(화) 하늘공원에서 방화대교너머로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면서 찍은 것임. 2008. 8. 18.
산山 위에서 산山 위에서 / 도종환 山꼭대기에 서서 보아도 山의 안 보이는 곳이 있다 웅혼하게 뻗어 있는 밀려오고 밀려간 山자락의 내력과 육중함을 평범함으로 바꾼 그 깊은 뜻도 알겠고 영원하다는 것은 바로 그 평범하다는 데 있는 것도 알겠는데 山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올라서서 보아도 다 못 보는 구석이.. 2008. 5. 25.
산山 위에서 / 도종환 산山 위에서 / 도종환 山꼭대기에 서서 보아도 山의 안 보이는 곳이 있다. 웅혼하게 뻗어 있는 밀려오고 밀려간 山자락의 내력과 육중함을 평범함으로 바꾼 그 깊은 뜻도 알겠고 영원하다는 것은 바로 그 평범하다는 데 있는 것도 알겠는데 山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올라서서 보아도 다 못 보는 구석.. 2008. 2. 27.
산경 / 도종환 산경 / 도종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 2008. 2. 23.
산을 오르며 산山을 오르며 / 도종환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 2008. 1. 24.
눈 내리는 길 눈 내리는 길 / 도종환 당신이 없다면 별도 흐린 이 밤을내 어이 홀로 갑니까눈보라가 지나가다 멈추고 다시 달려드는 이 길을당신이 없다면 내 어찌 홀로 갑니까가야 할 아득히 먼 길 앞에 서서발끝부터 번져오는 기진한 육신을 끌고유리알처럼 미끄러운 이 길을 걷다가 지쳐 쓰러져도당신과 함께라.. 2008. 1. 14.
처음 가는 길 / 도종환 처음 가는 길 / 도종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말아라 두려워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 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 2008. 1. 5.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2007. 9. 18.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이 미워지는 밤에는 몹시도 괴로웠다 어깨 위에 별들이 뜨고 그 별이 다 질 때까지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그에게 처음 했던 말들을 생각했다 내가 그와 끝까지 함께 하리라 마음 먹던 밤 돌아오면서 발.. 2007. 9. 17.
목백일홍 / 도종환 ♣ 목백일홍 / 도종환 ♣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서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 2007. 8. 11.
달맞이꽃 / 도종환 ♣ 달맞이꽃 / 도종환 ♣ 쥐똥나무 줄지어 늘어선 길을 따라 이제 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갑니다 달맞이꽃 하염없이 비에 젖는 고갤 넘다 저녁이면 당신의 머리맡에 울뚝울뚝 노오란 그리움으로 피던 그 꽃을 생각했습니다 슬픔 많은 이 세상 당신으로 해서 참 많이도 아프고 무던히도 쓸어내던 그리움.. 2007. 7. 24.
울음소리 / 도종환 ♣ 울음소리 / 도종환 ♣ 지금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울고 있습니다. 아무도 메꾸어 줄 수 없고 누구에 의해서도 채워질 수 없는 가슴 빈 자리 때문에 홀로 울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고통에 낯설지 않는 것이라고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의.. 2007. 6. 26.
담쟁이 / 도종환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 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2007. 6. 25.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시, 이덕화 낭송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 2007. 6. 18.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 2007. 6. 18.
지식과 지혜 / 도종환 ▣ 지식과 지혜 / 도종환 ▣ 지난 몇 달간 숲에 대해 배우러 다녔습니다. 작년 봄부터 숲에 들어와 살고 있고, 앞으로 도시를 떠나 시골에 내려와 살자면 숲과 나무와 꽃과 식물과 자연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서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숲은 그냥 숲이 아니었습.. 2007.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