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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6. 12. 28.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 ♡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달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하게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흐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위 사진은 2006년 12월 25일(월) '안양천'에서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