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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1. 26.

 
 
    ♣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 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위 사진은 2007년 1월 02일(화) 북한산/북악산 연계산행 時

'관봉 정상'에 올라 '백운대'를 쳐다보며 찍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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