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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그대 잘 가라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3. 22.

    그대 잘 가라 / 도종환

     
    그대여 흘러흘러 부디 잘 가라
    소리없이

    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그댈 보내며
    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
    그대 자리에 있을 때

    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

    그림자를 물에 누이고
    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
    가늠할 수 없는 하늘 너머 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
    잠깐씩 강물 위에 떴다가 사라지는 동안
    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
    밤하늘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 고요가

    내게 내린다
    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

    좁혀질 수 없어
    그대가 살아 움직이고 미소짓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
    나 혼자 뼈아프게 깊어가는

    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
    적막하게 불러보는 그대
    잘 가라

     

    ☞ 이 사진은 2007년 3월 10일(토)에 '남한강과 팔당호 따라 50km 도보여행'(양평역에서 팔당대교 남단까지) 中

    '광동교'를 건너기 전에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