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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향기 / 이도윤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4. 22.

향기 / 이도윤

 

  


이 세상 모든 것에 향기가 있다
움직이는 것 움직이지 않는 것
소리나는 것 소리나지 않는 것
존재하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
이 향기를 나는 여지껏 모르고 살아왔다

 

홀로 앉은 새벽 세시
찻잎이 참새의 혀를 닮아 이름 붙여진
작설차를 마시며 향기를 생각한다

차를 집대성한 청나라 만보전서에 이르기를
겉과 속이 가지런한 것을 순박한 향기라 하며
설지도 익지도 않은 것을 맑은 향기라 하며
불기가 고르게 멈춰진 것을 난초 향기라 하며
곡우 전에 신기가 갖춰진 것을 진향이라 한다고
초의선사는 東茶頌에 기록하였다

 

추사 김정희, 귀양 사는 스승 정약용과 초의는
대륜산 정수리의 초가집 일지암에 앉아 차를 마시며
늘 서로의 향기를 맡았다

 

말하기 전에 느껴지는 것
이 세상 모든 것에 각자의 향기가 있다

 

별을 품은 깊은 밤의 향기를 맡으며
나는 또다시 괴로워진다


나에게는 무슨 향기가 있나
무슨 향기가 있나

 

- 이도윤 시집 '너는 꽃이다'(창작과 비평사) 中

 

위 사진은 2006년 1월 17일(화) 강촌 검봉/봉화산 연계산행 時

'강선봉'을 오르는 도중에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