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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담벼락에서 담쟁이덩굴을 보다 / 김종제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10. 17.
 

담벼락에서 담쟁이덩굴을 보다 / 김종제  

 

  

담벼락이 그곳에 없었다면

덩굴손으로 담을 붙잡고

밤새

벼락처럼 위로 뻗어 올라가는

저 담쟁이

벼랑 아래로 떨어졌을 것이다

 

그 담벼락에 밤이 없었다면

달도 별도 사다리 놓고

하늘 천장에 닿지 못하였을 것이니

나는 불면증으로

눈을 뜬 채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그 담벼락에 아침이 도망가고 없었다면

나는 하루 종일

검은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로

환청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 담벼락에 봄이 없었다면

담쟁이

이제 막 푸르른 저 나뭇잎들은

색맹의 겨울로 눈이 멀었을 것이다

 

그 담벼락에 담쟁이가 없었다면

나의 심장은

차갑게 식었을 것이니

누군가를 붙잡고

힘 있게 열매 맺지 못하였을 것이다

 

오늘 아침

담쟁이덩굴을 못 보았다면

담벼락 같은 당신을 붙잡지 못하고

지하로 추락하는 꿈만 꾸었을 것이다

 

          

 

늘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20274


 

 

위 사진은 2007년 10월 14일(일)

'남한산성과 이성산성 연계산행'하면서 남한산성 성곽에서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