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무게 / 강미연
아버지의 걸음은 느릴 수 밖에 없었지.
들판의 풀을 죄다 베신 듯 바지게 보다 더 높이 쌓였으니까~
꼿꼿이 서지도 못하고 어깨를 약간 수그려 무게를 잡으셨어.
똑바로 섰다간 바지게의 무게에 뒤로 벌렁 나자빠질 수 있었거든.
집으로 오는 길.
어깨에 무게가 짓눌려 아프고 힘들면 잠시 지게를 내려놓으시고
푸른 들판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셨지.
올 농사도 풍년이어야 할 텐데~ 하셨을 거야.
자식들 공부 뒷바라지에 많은 식구 입도 굶길 수가 없었으니
아버지의 자리는 고뇌와 책임감으로 뭉쳐져
가슴 한쪽이 무게로 짓눌러 있었을 거야.
가끔 무거운 짐 내려놓듯
친구 분들이랑 막걸리 한사발 하시는 날엔
자식들 입에 넣어줄 달콤한 사탕과
들일 하시다 힘들면 흥얼거리셨던
천둥산 박달재를~ 구성지게 부르시며
붉어진 얼굴로 활짝 웃으셨지.
살다가 힘들고 지쳐 아버지 그리운 날엔
아버지가 즐겨 부르시던 ‘천둥산 박달재를~’ 따라 부르며
자식 뒷바라지에 힘드셨을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떠올려본다.
'▣감동과 깨달음☞ > ♡ 좋은 글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라 / 최복현 (0) | 2010.01.22 |
---|---|
지혜로운 이의 삶의 길 (0) | 2010.01.22 |
아버지는 누구인가? (0) | 2010.01.17 |
등불을 든 자화상 / 詩 고규태 (0) | 2010.01.17 |
어느 어머니의 말씀 (0) | 2010.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