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우리 / 김민기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 골라서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일단 무조건 올라 보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음 ~ 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