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 피자 좀 시킬까 하는데, 당신도 먹을래?
여자 : 싫어
남자 : 그래, 알았어.
여자 : 아니, 나도 그냥 먹을까?
남자 : 응?
여자 : 아, 잘 모르겠네.
남자 : 피자를 먹고 싶은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이야?
여자 : 몰라.
남자 : 배는 고파?
여자 : 글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남자 : 그런 것 같다니?
여자 : 배가 고픈 건지, 아닌지 확실히 잘 모르겠다고.
남자 : 배가 고픈 거는 자연스럽게 아는 거 아냐?
여자 : 배가 고파지려면 어쩌면 조금 더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지
남자 : 그럼 당신 먹을 거까지 주문할게.
여자 : 그러다가 나중에 먹기 싫으면 어떡해?
남자 : 그럼 안 먹으면 되쟎아.
여자 : 돈이 아깝잖아.
남자 : 그럼 보관해 뒀다가 내일 먹으면 되잖아.
여자 : 그러다 내일도 먹기 싫으면 어떡해?
남자 : 피자를 먹기 싫을 때도 있다고?
여자 : 난 그래.
남자 : 그럼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어?
여자 : 다른 것도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어.
남자 : 그럼 그냥 피자 먹어!
여자 : 싫어.
남자 : 그럼 아무것도 먹지 않을 거지?
여자 : 아니, 먹어야지.
남자 : 아, 정말 미치겠네!
여자 : 그럼 일단 당신 먹을 것부터 주문하면 되잖아.
남자 : 알았어.
여자 : 토핑에 베이컨 좀 넣어달라고 해.
남자 : 나 베이컨 싫어하는 거 모르나?
여자 : 내가 좋아하잖아.
남자 : 지금 나 먹을 거 주문하는 거잖아!
여자 : 그거야 알지.
남자 : 그런데 왜 먹고 싶지도 않은 베이컨이 든 피자를 시켜야 하냐고.
여자 : 피자가 배달됐는데, 그때 마침 배가 고파지면......
남자 : 그러면?
여자 : 그럼 나보고 입맛에도 맞지 않은 피자를 먹으라는 소리야?
남자 : 어째서 여기서 당신 입맛 얘기가 나와야 하지?
여자 : 그러면 왜 안 되는데?
남자 : 잠깐, 그러니까 지금 내가 먹을 피자를 주문하는 건데,
당신이 배가 고파질지도 모르는 경우를 대비해서
당신이 먹을지도 모르는 피자를 주문해야 한다, 이 말이지?
여자 : 그렇지!
남자 : 그럼 어쩌란 말이야?
여자 : 그런데 어쩌면 나중이 돼도 배가 고파지지 않을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