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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보여행 후기☞/☆ 북한산 둘레길

<수도권 명산 30選> 도봉산 둘레길… 도심속 ‘신비의 숨구멍’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5. 27.

<수도권 명산 30選>

터덜터덜 올라 그저 바라만봐도 좋을… 도심속 ‘신비의 숨구멍’

③-미리 가본 도봉산 둘레길

문화일보 | 엄주엽기자 | 입력 2011.05.27 14:51 | 수정 2011.05.27 15:51

 
조선 영조 때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한반도 산줄기들의 분수계를 정한 '산경표'에는 도봉산을 이렇게 적고 있다."백두산의 북에서 내려오다 강원도 평강에서 서남쪽으로 꺾여 한북정맥을 형성하면서(…) 의정부 남쪽에서 도봉산을 일으키고 다시 서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을 만들었다…."그렇다면 도봉산은 삼각산(북한산)의 형님뻘인 셈이다. 도봉(道峯)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전해지는 것이 없는데, 아마 서울의 진산인 삼각산의 길을 닦았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그 이름대로 도봉산은 왕기(王氣)가 서려 있는 삼각산의 위용에 가려 역사 속에서도 묵묵히 서 있을 뿐 조명을 받지 못한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서울·수도권 북부 주민들의 희로애락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래서인지 도봉산은 이 지역 주민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산이다.도봉산은 삼각산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에 속한다. 북한산 국립공원 둘레길의 삼각산 구간이 완공된 데 이어 도봉산 구간이 6월 말 개통을 앞두고 있다. 이 산을 속속들이 보살피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 관계자들과 지난 18일 개통을 앞둔 도봉산 둘레길을 돌아보았다.

↑ 도봉산 신선대가 바라보이는 도봉동의 둘레길.

 

↑ 공식 공개에 앞서 한 등산객이 도봉산 둘레길 5구간의 제2보루에 앉아 의정부 시내를 둘러보고 있다. 시내 뒤편에 펼쳐진 산이 수락산과 불암산. 의정부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제주 올레길
과 지리산 둘레길을 시작으로 한국의 레저문화는 둘레길 걷기가 화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8월 북한산 둘레길 13개 코스를 완공한 데 이어 나머지 도봉산 구간 8개 코스가 6월23일(예정) 개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완공된 북한산 구간은 총 44㎞였으니 도봉 구간 26㎞가 더해지게 되면 총 연장 70㎞의 도심 속 워킹코스가 생겨난다. 아마 이 구간을 쉬지 않고 완주하려는 '마니아층'이 곧 나타나 시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총 33억원의 예산이 들어간 도봉둘레길 구간은 북한산 구간에 비해 높낮이의 폭이 더 크고 동네로부터 다소 떨어진 한적한 코스가 많다. 서울 도봉구와 의정부시, 양주시를 지나게 되며 구간 특징별로 8개로 나누었다. 지난 18일 도봉사무소 탐방시설과 문명근 과장과 이재규 대리, 공단 공원시설부 윤대원 차장이 도봉구간 일주에 동행했다.

◆ 1구간 : 왕실묘역길(연산군묘~정의공주묘) = 첫 들입목은 우이동 우이령길 입구다. 지하철 7호선 노원역이나 4호선 수유역에서 우이동 입구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 이 구간에서는 연산군묘(사진)와 정의공주(貞懿公主)묘를 만나게 된다. 원래 '능원길'로 명명하려 했으나 연산군(1476~1506)이 폐위된 왕이어서 능(陵)을 붙이지 못하고 왕실묘역길로 정했다. 연산군묘는 1991년에야 사적 제362호로 지정됐고 일반에 공개된 것은 몇년 되지 않는다.

지금도 쓸쓸한 기운이 감도는 묘역이다. 부근에는 연산군 재실(齋室)이 있는데 묘와 재실 모두 연산군의 사위들이 관리해 왔다고 전한다. 연산군묘 바로 옆에는 600여년 전 파평 윤씨가 자리 잡은 원당마을과 원당샘이 있으며, 서울시 지정보호수 1호인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가 볼 만하다. 가까운 거리에는 조선 세종의 딸인 정의공주와 부군 안맹담의 묘역이 있다.(1.7㎞, 40분)

◆ 2구간 : 방학동길(~무수골) = 8개 코스 중 가장 편한 코스다. 경사가 완만하고 호젓한 숲길이 가족과 함께 걷기에 그만이다. 특히 이 코스에는 7m 높이의 전망대가 만들어진다. 도봉산의 주봉능선과 서울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무수골은 도봉산 등정코스 중 사람들에게 가장 덜 알려진 들입목이다. 근심걱정이 없는 마을이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무수골(無愁谷)인데, 옛적에 대장간이 많아 무쇠골에서 유래했다고도 전한다.(3.4㎞, 1시간20분)

◆ 3구간 : 도봉옛길(~다락원) = 1호선과 7호선의 도봉산역이 지나는 도봉산 입구가 포함된 코스다. 도봉옛길은 옛적에 도봉에서 방학동으로 이동할 때 쓰였던 길에서 유래했다. 서울시유형문화재 제151호인 고려시대 철불좌상이 있는 도봉사와 우암 송시열 '도봉동문(道峯洞門)'이란 암각이 있는 도봉서원을 지난다.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덱이 이 코스에 설치된다.(2.8㎞, 1시간)

◆ 4구간 : 다락원길(~원도봉) = 이 구간부터 의정부시다. 서울과 경기도의 경계에 있던 다락원은 조선시대 공무로 여행하는 관원을 위한 원(院)이 있었는데 그 집이 다락으로 되어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 지금은 다락원캠프장이 있으며 수도서울을 방어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군사시설이 많으며 미군부대도 있다.(3.0㎞, 1시간)

◆ 5구간 : 보루길(~회룡사) = 삼국시대에도 이 지역이 군사적으로 중요했던 모양이다. 고구려가 만든 보루(堡壘)가 세 군데 있다. 제1, 2보루는 멀리서 볼 수 있고 3보루는 오를 수 있다. 멀리 의정부시가 한눈에 들어와 조망이 좋다.

의정부시 호원동에 있는 1호선 회룡역에서 바로 오를 수 있다. 이곳의 회룡사(回龍寺)는 이성계가 왕위에서 물러나 함흥에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와 이곳에서 수도하던 친구인 자초를 찾아오자 자초는 '회란용가(回鸞龍駕)'라 하면서 기뻐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1호선 회룡역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다.(2.8㎞, 1시간)

◆ 6구간 : 안골길 = 의정부시에서 이미 조성한 직동공원을 이용하도록 설계돼 잘 꾸며진 도심공원을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북한산국립공원 내 안골마을로 이어진다. 안골계곡으로 물길이 좋아 지친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코스다.(3.5㎞, 1시간20분)

◆ 7구간 : 산너머길 = 지형적 여건상 산의 6부 능선 정도를 상당 구간 등산해야 하는 코스로 전망은 가장 좋지만 난도가 도봉산 둘레길 중 가장 높다. 하지만 계곡을 끼고 탐방하는 구간이 있어 탐방객들의 호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3.8㎞, 1시간40분)

◆ 8구간 : 송추마을길 = 역시 군사시설이 많아 기존 마을의 길을 주로 지나야 한다. 아직 덜 도시화된 마을을 통과하며 시골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교현리 우이령 입구까지 이어진다.(5.0㎞, 1시간50분)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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