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 인정(人情)을 남겨 두라. 후일에 서로 좋은 낯으로 만나게 된다.
凡事(범사)에 留人情(유인정)이면 後來(후래)에 好相見(호상견)이니라.
남을 동정하는 마음이나 사람이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애정을 인정(人情)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상 사람의 마음을 통틀어서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야박한 사람을 일컬어 인정머리가 없다고 하는가 하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을 인정미가 넘친다고도 한다.
인정은 곧 한 사람의 인격을 가늠하는 덕목(德目)중의 하나가 되고도 남는 것이다.
아리스토 텔레스가 말했다.
"행복한 사람을 고독하게 한다는 것은 부조리일 것이다.
생각컨대 어떠한 사람이든 자기 혼자서만 모든 선을 소유하려 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로서 타인과 더불어 사는 것을 본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세상은 더불어 살 수 있기 때문에 세상인 것이다.
사람은 또 함께 어우러져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인 것이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며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어 가지며 한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인정이라는 말이 생겨날 수 있었고 아울러 몰인정(沒人情)이란 말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우리 속담 중에 '사람 살 곳은 골골이 있다'는 것이 있다.
착한 사람을 도와주는 인정은 어디든지 있다는 말이다.
또 '네 떡이 한 개면 내 떡이 한 개다'란 것도 오는 것이 있어야 가는 것도 있다는,
나누면서 사는 삶의 한 면모를 보여 주는 것 중의 하나이다.
그런가 하면 또 버림받은 사람이거나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하게 된 물건을 가리켜
'똥친 막대기'라고 윽박지른다.
그러다가는 마침내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라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증오와 음모의 살벌함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다.
「채근담(菜根譚)」은 이렇게 일러준다.
"천지(天地)의 기운이 따뜻하면 만물은 자라나고 추우면 시들어 죽는다.
그러므로 성질이 차거운 사람은 받아서 누릴 복도 참으로 박하다.
오직 화기(和氣) 있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야 받아서 누릴 수 있는 복 또한 두텁고 오래 간다"
모든 일에서, 또 그것이 누구이든 그대의 인정을 상대방의 가슴 한 모퉁이에 남겨 두는 게 좋다.
언제 어디서 그를 만나더라도 그대를 대하는 그 사람의 얼굴은 항상 환하게 웃고 있을 것이다.
- 에세이 명심보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