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가는 길 / 윤성택
노을이 약봉지처럼 터지고 있었다
몸살을 앓아내는 것인지
갈대들은 야윈 채로 서성거렸다
사는 게 늘 초행길이어서
능선이 선명할수록 그 아래는
덧칠할 수 없는 생의 여백이었다
저녁 해가 안간힘으로 길을 끌어다
잇대어도 부재중인 것들,
하늘 어딘가 별빛처럼 문자메시지가 떴을까
가야할 길을 아는 저녁놀을 볼 때마다
단 한번 선택으로 엇갈렸던
길들이 궁금해졌다 기어이
이 길을 걸어 너에게 가자고
한번 믿어보자고 걷는 한 때.
산이 지나온 아픈 길을 당기며
천천히 돌아눕고 있었다
♬ 카이 - 겨울에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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