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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글 모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2. 19.
 

                                                   

 

 

   

 

 

 

 

 

 

 

 

누군가 그랬다.

 

나에게 부러운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내가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간직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별을 경험하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고,

이성을 믿지 못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이별의 기억은 때때로 그를 비참하고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했고,

잠 못 들게 했으며, 느닷없이 화가 치밀어 오르게 했다.

행복한 시간보다 고통 받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이다.

 

어떤 이별이든 아프지 않은 이별이 있겠는가?

한번 이별을 경험했다고 해서 두 번째 이별은 더 쉬울 수 있겠는가?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도 아팠다.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고,

내가 이토록 아픈데 웃고 있는 세상이 야속했다.

돌연 비명을 질러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다.

서러움이 복받치면 울었다. 그렇게 혼절하며 눈물 쏟았다.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알게 되었다.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나는 받아들이려 했다.

그러는 동안 마음이 점점 가라앉아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말로도 이해하지 못했던 그때의 일들도

오묘한 세월의 흐름 앞에 고개를 끄떡이게 되었다.

아픔은 말랑말랑해지고 슬픔은 옅어지기 마련이다.

많이 아파 본 사람은 깨닫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문 자리에 더욱 단단한 새 살이 돋아있음을.

 

한 번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안부가 궁금해서도, 그를 만나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도 아니다.

나는 나의 길을 성실이 걸어왔고, 내가 지나왔던 길은 보배로운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이미 그럴 수 없는 아름다운 시절 속에 머문 사람이기 때문이다.

 

먼 훗날 우연이라는 다리 위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면

지평선과 하늘이 입맞춤하는 곳에서 그를 맞게 된다면

그 날에 걸맞은 고요한 미소 한 자락 전하고 싶은 것이다.

저절로 음악이 되고 시가 되어 나의 삶을 채워준 그에게,

사랑에 눈뜨게 해준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대신하고 싶은 것이다.

 

-인애란 에세이집 <그대 홀로 있기 두렵거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