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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 서운산] 4시간 코스의 상서로운 명산 이곳에도 봄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4. 5.

[안선 서운산] 4시간 코스의 상서로운 명산 이곳에도 봄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입력 : 2012.04.05 04:00

4월의 산 / 서운산

 
 

산은 기지개를 펴는 듯 꿈틀거렸다. 산중호수는 물속 깊이 잠긴 산봉우리와 산등성이를 흔들어대면서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였다.

"할머니 뭐 하세요?"

"뭘 하긴, 봄 찾아 나선 거지. 산에 올라가면 뭘 해, 아직 추워. 여기서 같이 봄이나 캐."

꽃샘추위 속에서도 서운산(瑞雲山·547.7m)은 봄을 맞고 있었다. 경기 안성과 충북 진천 경계에 있는 산이다. 청룡호수를 지나 청룡사로 들어서는 길가. 겨우내 누렇던 밭에는 군데군데 푸른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씀바귀와 냉이를 캐는 할머니들은 가끔 허리를 펴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산 안으로 들어서기에 앞서 청룡사(靑龍寺)가 반겨준다. 무릇 산과 산사가 그렇듯 서운산과 청룡사 역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산세와 잘 어우러져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청룡사는 고려 원종 6년(1265) 대장암이란 이름으로 창건하였으나, 공민왕 13년(1364) 나옹화상이 중창할 때 청룡이 상서로운 기운(瑞氣) 어린 구름(雲)을 타고 내려오는 광경을 보고는 이름을 청룡사로 바꾸고 산이름 또한 서운산이라 지었다 한다. 배불뚝이 소나무와 허리 뒤튼 소나무를 기둥으로 세운 대웅전(보물 제824호) 주변을 몇 차례 돌고 산사를 은은하게 울리는 풍경(風磬·절의 처마 끝에 달린 경쇠) 소리에 젖어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옮겨 산으로 향한다.

땅은 얼음이 풀리면서 촉촉이 젖어드는데 뒤꼭지가 서늘한 것을 보면 대기는 아직도 겨울 찬 기운 그대로인가 보다. 널찍한 절길을 벗어나 오른쪽 허릿길로 접어들자 산이 울린다. 겨우내 얼어붙어 있던 대지에 숨구멍이 트이면서 솟아난 물이 골짜기 타고 흘러내리는 소리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서로 껴안고 덩실덩실 군무(群舞)를 추는 듯한 모습의 소나무숲길. 서운산 탕흉대 가는 능선에 있다. / 정정현 영상미디어 기자 rockart@chosun.com
아름드리 소나무가 군무를 추듯… 흥에 넘치네

이렇듯 콸콸 소리 내며 물을 흘리는 것을 보니 서운산은 봄을 몹시도 기다려왔나 보다.

산을 접어들 때 칙칙한 분위기는 산정을 향해 오를수록 환해지고 청량한 기운이 느껴지더니 은적암(隱寂庵)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가을 이곳을 찾았을 때에는 아래쪽 세상에 비해 한 달쯤 늦게 세월을 쫓아가고 있는 듯했는데 이제는 두어 달 앞서 새 세상을 맞는 분위기다.

산사에서 홀로 지내다 오랜만에 찾아온 등산객이 반가워 놓아주려 하지 않는 노스님께 성불(成佛)을 기원하며 산사를 빠져나와 된비알(몹시 험한 비탈) 산길을 한 차례 올려치자 능선마루 갈림목. 숲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서로 껴안고 군무를 추는 듯 흥에 넘치는 분위기이다. 그 흥에 휩쓸려 가파른 능선길을 한달음에 올려쳐 무명봉 정자로 올라서자 발아래 안성벌이 펼쳐진다. 선운산 뒤편에 솟구친 칠장산은 야트막하면서도 기운차고, 그 아래 안성들녘은 칠장산 기운을 내려 받은 덕분인지 풍요롭게 느껴진다.

헬기장으로 내려서자 이번에는 청룡호가 주변 산봉을 몽땅 빨아들일 듯 코발트빛으로 강렬하게 빛난다. 호수 뒤로 중부 내륙의 명산 명봉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산객에게 청룡호수는 푸른 용이 승천한 영험한 호수라기보다는 깊은 산 옹달샘처럼 정겹기만 하다.

정상이 다가올수록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더니 망대 같은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북사면에 납작 엎드려 있던 북풍한설이 벌떡 일어나 얼굴을 호되게 후려친다. 그래도 기암과 낙락장송 어우러진 정상은 멋들어진 풍광으로 산객의 가슴을 열어주었다. 곧이어 하늘에 드리워진 옅은 구름이 벗겨지더니 따스한 햇살을 얼굴 가득 안겨주었다. 봄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서운산 탕흉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안성벌판. / 정정현 영상미디어 기자
안성시 서운면과 금광면, 진천군 백곡면에 걸쳐 산자락을 펼친 서운산은 높이에 비해 품이 넓고 산줄기를 여러 방향으로 뻗고 있어 산행 코스 또한 다양하다. 그중 청룡사를 출발해 은적암~정상~서운산성~탕흉대~좌성사를 거쳐 다시 청룡사로 돌아오는 산길이 산사와 유적지 등을 잇는 좋은 코스다. 4시간.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따르면 신라 고찰 석남사로 내려선다. 또한 34번 국도가 가로지르는 엽돈재에서 정상을 거쳐 배티고개로 이어지는 능선은 금북정맥 구간종주 코스로 인기 있다.

볼거리도 많다. 신라 고찰인 청룡사에는 보물급을 비롯해 문화재가 여럿 있다. 은적암은 아늑한 분위기, 좌성사는 조망이 뛰어나다. 조망명소인 탕융대 부근과 서운정 정자 부근의 서운산성 흔적과 용굴도 볼거리다.

바우덕이사당과 바우덕이묘도 들러볼 만하다. 본명이 김암덕(金巖德·1848-1870)인 바위덕이는 조선 후기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여성 최초로 꼭두쇠가 되어 남사당패를 이끌던 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안성시는 매년 가을 남사당보존회, 바우덕이 시립풍물단,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운산 불당골 바우덕이사당에서 바우덕이 추모제를 연다. 문의 안성세계민속축전조직위원회 (031)678-5991~6.

●대중교통

서울→안성: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06:05~23:30 10~25분 간격 운행하는 안성행 고속버스(1시간 5400원, 1588-6900), 또는 서초 남부터미널에서 06:20~22:50 15~20분 간격 운행하는 시외버스(02-521-8550) 이용.

안성→청룡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06:25, 07:35, 08:55, 11:05, 12:25, 13:45, 15:55, 17:15, 18:35, 20:35, 21:55 출발하는 백성운수 시내버스 이용. 30분, 1300원. 백성운수(031-673-3456)

석남사 입구→안성: 장죽리에서 1일 14회 운행(06:30~21:50)하는 100번 시내버스 이용. 30분, 요금 1200원. 기타 교통편은 안성시청 홈페이지(
http://www.anseong.go.kr/
) ‘생활정보’ 참조

●자가용 이용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 IC→23번 지방도 천안 방향→미양농공단지→가나안산업단지→입장 사거리→좌회전 34번 국도 →약 6km→청룡저수지→좌회전→약 1.3km→청룡사 주차장

경부고속도로: 천안 IC→23번 지방도 안성 방향→성거읍→입장면사모소 사거리→우회전→34번 국도→청룡저수지→청룡사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