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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가슴으로 읽는 한시] 싸우는 개[鬪狗行/투구행)] & [騶虞/추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6. 18.

 

 


싸우는 개

 

뭇 개들 사이좋게 지낼 때는
꼬리 흔들며 잘도 어울려 다니지
누가 썩은 뼈다귀를 던져주었나
한 마리 일어나자 우르르 달려들어
으르렁 거리며 서로 싸우네
큰 놈은 다치고 작은 놈은 죽어 소란스럽네
추우(騶虞)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하늘 위 구름에 높이 누워 있어서지

 

―조지겸(趙持謙·1639~1685)


 


鬪狗行(투구행)

衆狗若相親(중구약상친)
搖尾共行止(요미공행지)
誰將朽骨投(수장후골투)
一狗起衆狗起(일구기중구기)
其聲狺狺狋吽牙(기성은은의우아)
大傷小死何紛紛(대상소사하분분)
所以貴騶虞(소이귀추우)
高臥天上雲(고와천상운)

 

―조지겸(趙持謙·1639~1685)


조지겸(趙持謙·1639~1685)

 

조선 숙종 때 소론(少論)의 거두였던 조지겸의 우언시(寓言詩)다.

동물의 행태를 통해 인간사를 말하려는 의중이 행간에 드러난다.

평소에는 친한 듯 지내다가도 뼈다귀만 발견하면 목숨 걸고 싸워 차지하려고 드는 개들의 모습에는

이익이 나타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낚아채 가려는 탐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이 덧씌워져 있다.

그야말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영상이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승자는 없고 모두가 크고 작은 상처를 입는다.

스무 살 전후의 젊고 패기 찬 선비의 눈으로 보니 정계의 진흙탕에서는 개싸움이 다반사였다.

훗날 당쟁의 일선에 섰던 그도 한때는 구름 위 높이 누운 전설의 짐승 '추우(騶虞)'처럼 살리라 다짐했으리라.

 

 

 

추우 [ 騶虞 ]

 

①중국 전설에 나오는 상서(祥瑞)로운 동물. 성인(聖人)의 덕(德)에 감동하여 나타나는데, 흰 호랑이 모양에 검은 무늬가 있음. 살아 있는 풀은 밟지 않고 살아 있는 생물은 먹지 않는다고 함. [유사어]추아(騶牙).

 

직문추우기(織紋騶虞旗)를 말함. 조선 태종(太宗) 때 하륜(河崙)의 건의로 삼군(三軍)을 통솔하기 위하여 만들었음. 중군(中軍)주작(朱雀), 좌군(左軍)청룡(靑龍), 우군(右軍)은 백호(白虎)를 수 놓았음.

 

③≪시경(詩經)≫ 국풍(國風) 소남(召南)의 편명(篇名). 문왕(文王)의 덕(德)이 백성들에게 널리 퍼져, 초목(草木)과 금수(禽獸)에게까지 미친 것을 읊은 시(詩).

 

용례

㉠ 이지가 말하기를, “주왕이 사냥하다가 신기한 짐승과 그 새끼를 잡았습니다. 흰 호랑이의 검은 무늬였는데, 쇠사슬로 묶어 철로 만든 우리에 넣어 황제에게 바치니, 황제가 교외에서 이를 마중하였습니다. 백관이 축하하면서 추우라고 하였는데, 그 짐승은 날고기를 먹었습니다.” 하였다. ; 至曰 周王田獵 獲異獸幷其雛 白虎黑文 繫以鐵索 納于鐵籠 獻于帝 帝郊迎之 百官進賀 以爲騶虞 然其獸食生肉 [태종실록 권제8, 27장 앞쪽, 태종 4년 11월 1일(기해)]


㉡ 이천우와 윤저 등이 대궐에 나와 아뢰기를, “소사가 차지남을 탄핵하기를 ‘취각령이 없이 군마를 모이게 하였습니다.’라고 하였으므로, 신 등은 집에서 대죄하고 있었는데, 지금 차지남에게 출사를 명령하시니, 신 등의 두려움과 근심이 매우 깊습니다. 처음에 추우의 영을 세워 이르기를, ‘사사로이 군마를 모은 자는 마땅히 역적으로 논한다.’고 하였으니, 신 등의 마음은 전하께서 혹시 반드시 알지 못하시고, 의흥부의 관원이 많게는 30여인에 이르므로, 다른 사람의 마음가짐을 신 등이 어찌 모두 알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 天祐與尹柢等 詣闕啓曰 所司 劾指南 以無吹角令 而聚會軍馬 臣等居家待罪 今命指南出仕 臣等恐懼殊深 初立騶虞之令曰 私聚軍馬者 當以逆論 臣等之心 殿下或未必知也 義興府員吏 多至三十餘人 他人有心 臣等豈能盡知乎… [태종실록 권제19, 53장 앞쪽, 태종 10년 5월 15일(신사)]


㉢ 이 때를 당하여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우며,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워서 그 사이에 한 치의 간사함이나 터럭만한 더럽힘도 감히 간여함이 없이 하늘과 땅이 자리하고 만물이 육성되기에 이르렀으며, 추우와 인지의 아름다운 상서가 모두 이르러 8백년을 지냈으니, 이 어느 것이나 관저와 작소의 교화가 아닌 것이 있겠습니까? ; 當是時也 夫夫婦婦 父父子子 君君臣臣 無有寸邪毫累 敢干其間 以至天地位萬物育 騶虞麟趾 休祥畢應 緜歷于八百 何莫非關雎鵲巢之化也 [중종실록 권제22, 54장 앞쪽, 중종 10년 8월 8일(임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