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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7. 16.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나무는 잘라도 나무로 있고

물은 갈라도 갈리지 않습니다

산은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고

물은 거슬러 오르지 않습니다

길은 끝나는 데서 다시 시작되고

하늘은 넓으나 공터가 아닙니다

시간이 있다고 다시 오겠습니까

밀물 썰물이 시간을 기다리겠습니까

인생은 하나밖에 없고

나 또한 하나밖에 없습니다

시간도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 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넘어 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땐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고통 때문에 뼈아프게 살더라도

사랑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고통 때문에 속아프게 살더라도

이별하는 일은 사람의 일입니다

사람과 헤어지면 우린 늘 허기지고

사람과 만나면 우린 또 허기집니다

언제까지 우린 사람의 일과

싸워야하는 것일까요

사람 때문에 하루는 살만하고

사람 때문에 하루는 막막합니다

하루를 사는 일이 사람의 일이라서

우리는 또 사람을 기다립니다


시작이라는 말 처음이라는 말

참 생생生生 하지요

첫눈이 첫발자국이 첫만남이

또 얼마나 푸릇푸릇 합니까

저 보리밭 저 청솔밭 참 청정하지요

첫해 첫날이 또 얼마나 새록새록 합니까

끝이라는 말 마지막이라는 말

참 멸멸滅滅 하지요

노을이 낙엽이 작별이

또 얼마나 뉘엿뉘엿 합니까

저 서산 저 저녁강 참 냉랭하지요

가는 해 가는 날이 또 얼마나 얼룩얼룩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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