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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 도보후기☞/☆ 강화도의 산&길

[강화 석모도 해명산] 무채색 갯벌 금빛 들판에 가슴이 뻥~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10. 11.

 

무채색 갯벌 금빛 들판에 가슴이 뻥~

  • 입력 : 2012.10.11 04:00

10월의 산 ― 해명산

 
해명산 능선에서 바라본 황금빛 벌판과 서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답답함이 쌓였을 때 섬에 있는 산을 권한다. 섬산의 매력은 뻥 뚫린 시야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다.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해명산(327m)은 쉽게 갈 수 있는 대표적 섬산이다.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10분만 가면 닿을 수 있어 편하게 섬산 특유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300m대 높이라 해서 얕보면 오산이다. 옹골찬 바위가 능선 곳곳에 있어 육지의 1000m대 못지않은 고도감과 낮은 산 특유의 아기자기함을 모두 갖추었다. 산행은 전득이고개에서 시작해 능선을 타고 해명산과 낙가산을 지나 보문사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득이고개에서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산에 깃든다. 흙과 바위가 적당히 섞인 오르막을 지나자 경치가 시원한 터가 나온다. 평상 모양의 바위라 전망대 역할을 한다. 오르막을 따라 짙은 숲이 마중 나오지만 얼마 안 가 시원스러운 풍경의 연속이다. 시선은 주능선에서 흘러내리는 산줄기를 따라간다. 산줄기가 끝나는 곳에서 누렇게 익은 논이 펼쳐지고 다음은 갯벌, 너머는 바다다. 묘한 풍경이다. 서해 특유의 탁한 바다 색깔과 갯벌, 흐린 하늘이 섞여 흑백텔레비전을 보는 듯 무채색이다. 흑백 풍경을 깨는 건 금빛 들판이다.

크레바스처럼 벌어진 너럭바위를 오른다. 공룡의 이두박근처럼 거칠면서 아름답게 뻗은 바위다. 바위 마찰력이 좋은 릿지화(암벽등산화)의 밑창이 하얀 화강암 표면을 딛고 한 걸음씩 올라설 때마다 묘한 쾌감이 발끝으로 전해온다. 10m쯤 뻗은 매끈한 바위를 오르다 멈춰 뒤돌아본다. 지나온 산줄기와 양옆으로 펼쳐진 바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경사진 숲길을 조금 오르니 해명산 정상이다. 표지석과 삼각점, 시원한 경치가 있다. 익은 논과 갯벌 사이는 붉은빛을 띠고 있다. 지금은 소금을 만들지 않는 폐염전이다. 석모도 염전에서 나오는 소금은 유기물이 많고 염도가 낮아 질 좋기로 유명했다. 한때 23만평이 넘을 정도로 거대한 소금밭이었으나 밀려오는 중국산을 이겨내지 못했다.

서쪽 산줄기를 보면 거친 바위가 솟은 산줄기가 청룡의 잔등처럼 살아 꿈틀거린다. 해명산·상봉산·상주산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대표적 봉우리가 있다. 세 산 때문에 '삼산면'이 유래한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석모도라 하는 대신 "삼산에 산다"고 흔히 얘기한다. 석모도는 원래 여러 개의 섬이었으나 지속적인 간척사업의 결과로 지금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해명산 정상 인근 능선에서 내려다본 보문사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신선이 바둑을 두면 그림이 완성될 법한 너럭바위가 계속 나타나, 조망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회색 갯벌과 황금빛 논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화가 눈길을 끈다.

해명산은 지치지도 않고 시원한 바위 전망대를 내준다. 바다 풍경은 비슷해 보이지만 배를 타고 천천히 이동하듯 경치도 조금씩 변한다.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산줄기는 변화무쌍하다. 고운 한복 맵시처럼 흘러내리는 지능선의 굴곡이 곱다.

새가리고개를 지나자 능선이 다시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 그러곤 감탄을 내뱉지 않고선 버티기 힘든 화려한 바위 전망대가 나타난다.

데크 계단을 올라서니 하얀 바위 위에 로프로 난간을 만든 낙가산 정상이다. 절벽 아래로 보문사가 큰 절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보문사는 남해 금산 보리암, 양양 낙산사 홍련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해수관음기도 도량으로 꼽힌다. 보문사 주차장으로 내려서자 낙조가 황홀한 빛으로 달아오르며, 술 없이도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여행 수첩

석모도 해명산 산행의 베스트 코스는 전득이고개를 출발해 해명산과 새가리고개를 지나 보문사로 하산하는 능선종주 코스다. 6.8㎞에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바위 전망대가 많지만 등산로가 안전하게 나 있어 위험한 곳은 없다. 지능선이 주능선인 양 길이 헷갈리는 곳이 있지만 이정표만 충실하게 따른다면 길 찾기는 쉽다.

강화도 외포리선착장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석모도행 여객선을 이용한다. 오전 7시~오후 9시까지 운행하며 이용료는 2000원, 승용차는 1만6000원이다. 외포리선착장 (032)932-6007. 석모도 내에는 순환버스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석포리선착장에서는 매시 10분(08:10~16:10) 보문사행 버스가 출발하고, 보문사 주차장에서는 석포리선착장행 버스가 매시 30분(08:30~17:30)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