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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길 경기 구간 33.4㎞를 가다] 아버지 찾아 13번 행차했던 그 길, 이 산을 추억하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10. 25.

아버지 찾아 13번 행차했던 그 길, 이 산을 추억하다

 

[중앙일보] 입력 2012.10.25 04:44

삼남길 경기 구간 33.4㎞를 가다

 

코오롱스포츠는 로드플래너 손성일 대장과 함께 ‘걷기 좋은 길’을 목표로 해남에서 서울까지 500㎞에 달하는 삼남길 트레일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삼남길은 해남 땅끝 탑에서 시작해 전남구간의 통합 개통을 마쳤다. 최근에는 경기구간도 개통했다.

삼남길은 전남 해남을 시작으로 강진·나주·광주, 전북 완주·익산, 충남 논산·공주·천안, 경기 평택·수원, 서울 남태령·남대문까지 1000리에 이르는 국내 최장거리 트레일워킹 코스로 조선시대 10대 대로 중 가장 긴 우리나라 대표 도보 코스다.

이 길은 한반도의 동맥과 같은 길로 조선시대 대표적인 용도는 군사길이기도 하다. 진상품도 이 길을 따라 이동했고, 과거를 보거나 장사를 위해 한양으로 간 길 역시 삼남길이다. 서울까지 이어진 이 길은 통일이 된다면 의주대로를 따라 신의주를 거쳐 중국과 유럽까지 뻗어가는 ‘아시안 하이웨이’이기도 하다.

코오롱스포츠가 개척하고 있는 ‘삼남길’은 인위적인 개발이 아닌 남아있는 옛길·숲길·해안길 등 기존의 길을 연결해 도보로 서울까지 연결되는 길로 더욱 의미가 있다 하겠다.

독산성은 높은 산이 아니다. 하지만 산성에 오르면 주변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산성 아래 흐르는 황구지천을 건너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아래를 지나야 했기 때문에 독산성은 삼남길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1구간 서호천길 골사그내~서호공원 입구, 7.1㎞

 


서호천길은 수원시 지지대고개에서 출발하여 서호공원 입구까지 이어지는 구간으로 이곳은 자연과 인간의 노력이 어우러진 생태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지지대고개는 정조 임금이 화성에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 후 돌아가는 걸음이 못내 아쉬워 자꾸 행차를 늦췄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곳으로 정조 임금의 애틋한 효성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정조 임금은 재임 중 화성에 13번 행차했다.

지지대고개에서 해우재를 지나 서호천변을 걷게 된다. 서호천길과 줄곧 함께 흐르는 서호천은 본래는 아무런 이름이 없었지만 정조가 서호를 조성하면서 ‘서호천’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2구간 중복들길 서호공원 입구~배양교, 7㎞

서호공원에서 출발하여, 수원시와 화성시의 경계인 배양교에 이르는 구간. 서호는 정조 임금이 수원을 신도시로 개발하면서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판 인공저수지로 제방 너머에는 아직도 농업진흥청 시험장이 남아 있다. 서호공원은 경기도 기념물 제200호로 수원을 신도시로 건설한 정조가 이 지역의 생업기반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원 인근에 대규모 인공저수지를 축조하게 된다.

서호는 ‘축만제(築萬堤)’라고도 불린다. 정조가 만든 모든 저수지의 이름에 ‘만(萬)’자가 들어가는 셈. 마치 이름에 돌림자를 쓰는 형제처럼 나란히 ‘만’자를 이름에 쓰는 것인데, 이 ‘萬’이라는 글자에는 이들 저수지를 바탕으로 해서 이 지역이 세세만년 번영을 누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서호 남쪽의 항미정에서 바라본 해질녘 풍경은 손꼽히는 절경이다. 서호공원을 지나 길을 따라가면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옛 수인선 철로를 만날 수도 있다. 수원비행장 서쪽으로 펼쳐진 중복들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배양교에서 화성시와 만나게 된다.

 

 

3구간 화성효행길 배양교~세마교, 6.8㎞

 


배양교부터는 화성시에 접어든다. 황구지천변의 들판을 지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용주사에 도착한다. 용주사는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융릉을 조성하면서 함께 세운 절로 용주사는 세워질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어떤 사찰에 뒤지지 않는 큰 규모와 높은 권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템플스페이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도시인들의 힐링을 위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멀리 남쪽으로 보이는 독산성을 바라보며 길을 재촉하면 어느새 세마교에 도착할 수 있다.

 


4구간 독산성길 세마교~세교지구, 7.2㎞

세마교를 지나 오르막을 걷다보면 독산성에 오를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독산성에 주둔했던 권율 장군이 말에 쌀을 부어서 성 안에 물이 많은 것처럼 위장하여 왜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남아있을 정도로 독산성은 경기 남부의 중요한 군사요새였다. 그뿐 아니라 독산성 성곽길을 걸으면 주변 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눈도 매우 즐겁다.

독산성(세마대지 사적 제140호)은 아주 높은 산은 아니지만 막상 올라보면 주변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기 때문. 더욱이 독산성 아래를 흐르는 황구지천을 건너기 위해서는 무조건 독산성 아래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독산성은 서울과 삼남지방을 잇는 삼남길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역사가 담긴 삼남길은 한반도 동맥과 같은 길이다

 

 

5구간 오나리길 세교지구~맑음터 공원, 5.3㎞

세교지구의 아파트 길을 잠시 걷다보면 다시 포장도로 를 벗어날 수 있다. 조용한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약수터를 지나 궐리사에 도착한다.

궐리사는 경기도 기념물 제147호로 조선 중종 때의 문신(文臣)이자 공자의 64대손인 공서린(孔瑞麟·1483~1541)이 낙향하여 서재를 세우고 후학들에게 강의를 했던 곳이다. 전국에서 공자를 모시는 사당은 딱 두 군데며 그중에서도 국가에서 세운 사당은 이곳이 유일하다.

궐리사를 뒤로하고 잠시 도심지를 지나가면 오산천길로 합류할 수 있다. 오산천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평택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맑음터공원에 닿는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맑음터공원은 오산천을 중심으로 규모 488㎡, 지상 4층의 생태학습체험관인 에코리움과 함께 분수대, 운동장 등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의 생태교육 체험장으로도 그만이다.
 
오두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