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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의 사람과 길]포천 자연 여행 - 용암이 쓸고 간 상처, 그 위 돋은 새살… 낭만이다, 낭만!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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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인의 사람과 길] 포천 자연 여행

  •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 입력 : 2013.02.21 09:26

용암이 쓸고 간 상처, 그 위 돋은 새살… 낭만이다, 낭만!

袐境 푸른물이 흐르는 계곡, 비둘기낭폭포였다. 감동적인 공간이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잘한 여행 한 번은 4년제 대학 한 학기와 같다"는 여행 세계의 격언은 허언이 아니다. 오늘은 포천으로 간다. 포천이 가진 많은 관광지 가운데 '돌'에 초점을 맞춰본다. 절경으로 부활한 폐채석장, 지표보다 낮은 곳에 숨은 화산 폭포, 덤으로 인간이 버린 곳에 솟는 고드름까지. 물론 무엇보다 눈 즐거운 여행지이기에 갈 가치가 있지만, 포천에 가면 웅웅자자하게 부활한 상처받은 자연이 말한다. 잘난 척 말고 말 함부로 하지 말고, 사악함을 버리고 세상 똑바로 살라고.

부활한 채석장-아트밸리

광화문,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법원, 인천공항, 세종문화회관…. 포천에서 캔 화강암을 건축 재료로 사용한 건물들이다. 포천석은 무늬가 아름답고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대규모로 돌을 캐낸 포천 산천은 만신창이로 변했고, 만신창이가 된 채석장은 용도 폐기된 채 잊혀졌다.

신북면 기지리 채석장이 문을 연 것이 1960년대부터였다. 40여년을 뼈와 살을 난도질당한 끝에 귀신 나올 듯한 폐허로 방치됐다. 그러다 2005년 모노레일과 공연장 같은 편의시설이 들어서면서 아트밸리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고 폐기된 자연이 숨통을 잇게 됐다.

아트밸리 입구에서 올라가 옛 채석장으로 모퉁이를 돌면 풍경은 비현실적이다. 호수를 에워싸고 화강암 직벽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빗물과 지하수가 만든 호수는 도롱뇽과 가재가 사는 1급수로 변했다. 절벽은 수직, 수평으로 직선 절개된 기하학적 모습을 하고 있다. 화강암 특유의 우윳빛 색깔과 우아한 곡선 무늬가 틈새에 반짝인다. 눈이 즐겁다.

그리고 절벽 위 송림을 바라본다. 소나무들이 뿌리박은 지표(地表)는 절벽을 겨우 덮을 정도로 얇다. 산이란 것이 기실은 한 줌도 안 되는 흙에 불과하고, 그 아래에 울림 거대한 바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계곡이 봉합되지 않은 수술 부위를 드러내며 말한다. 더 이상 나를 파괴하지 말라고. 돌문화관, 야외전시관, 주말 공연도 아트밸리에서 즐길거리다. 능선 따라 나있는 산책로 끝에는 '돌음계단'이 있다. 8m 높이를 뱅뱅 돌며 오르내리는 수직계단이다. 제정신 아닌 사람은 오금이 저릴 겁나는 계단이다.

아트밸리.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억겁을 제련(製鍊)한 비경-비둘기낭폭포

길은 비둘기낭폭포로 이어진다. 자연이 스스로를 제련해 만든 상처다. 이름은 예쁘지만 시원(始原)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27만년 전 한탄강 일대는 지옥불 타오르는 화산지대였다. 최소 3번이나 용암이 튀어오르는 곳이었다.

나무 계단을 내려가며 조금씩 보이는 풍경은 누가 설계를 하지 않았을까 싶으리만치 정교하다. 말라붙은 폭포 주위로 온통 주상절리투성이다. 반달형으로 입을 연 동굴 천장, 바닥, 벽 온통 인간은 제작 불가능한 형상으로 채워졌다. 동굴 상하로 빽빽한 고드름 또한 기이하고 물은 푸르기 그지없다. 누가 이 낭만에서 '유황불 타오르고 천지 사방이 불구덩이였던' 27만년 전 태고(太古)를 상상할 수 있을까. 기똥찬 이 풍경을 가만 놔둘 리 없으니, 드라마·영화 제작자들은 이곳에서 '추노'와 '최종병기 활'과 '선덕여왕'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무사 백동수'와 '늑대소년'을 찍어갔다.

자연은, 스스로를 치유한다. 무소의 뿔처럼 저벅저벅 세월을 간다. 인간이 덤으로 받는 낭만, 개의치 않는다. 27만 년 전 유황불 시대를 떠올린다면 비둘기낭폭포 방문은 성공이다.

폐터널 속 기경(奇景)-신탄리 역고드름

비둘기낭폭포에서 북쪽으로 가면 경원선 연천 신탄리역이 나온다. 역고드름은 뒷산 고대산 중턱 폐터널 속에 있다. 주민들은 일제 말기에 만든 열차 터널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백마고지 전투 때 인민군이 탄약고를 세웠고 미군이 폭탄을 퍼부었다는 말도 있고 학살이 벌어졌다는 소문도 있다.

절개한 절벽에 반달형 폐터널 입구가 있는데, 그 속에 기절초풍할 풍경이 펼쳐진다. 어둠 속에 굵은 얼음기둥들이 번뜩인다. 폭 15m에 깊이 40m 정도 되는 터널 안이 온통 얼음기둥들이다. 천장에 난 틈새에서 물이 떨어져 생긴 기둥들이니 종유석의 이치와 똑같다. 천장에는 시멘트가 물에 녹아 함께 기둥을 만드니, 석회석이 만든 종유석과 더욱 닮았다. 한마디로 수억 년 동안 자연이 만든 종유동굴이 계절 한 번에 재현되는 신기한 곳이다. 2월 말이 되면 스스륵 사라져버리는 찰나의 미학이기도 하고.

아트밸리의 치유력과 비둘기낭폭포의 낭만, 그리고 폐터널의 미학―이 겨울이 주는 즐거움이자 교훈이다. 칼바람 매서운 겨울날, 포천을 찾아 그 낭만을 만끽하고 치유력을 배워옴은 어떨지.

여행수첩

 

●코스: 포천아트밸리~비둘기낭폭포~연천 역고드름

●가는 길(서울 기준): 43번 국도로 포천 시내 지나 신철원 방면 직진→독곡삼거리 우회전, 외길 2㎞ 가면 아트밸리→아트밸리에서 나와 신철원 방면 우회전 18㎞→운천2교차로에서 대회산리 좌회전→비둘기낭정보화마을 버스 종점 나오면 왼쪽 비포장 밭길에 비둘기낭폭포 이정표→운천2교차로로 나와 신철원 방면 좌회전 3㎞→송정검문소에서 동송, 관인 방면 좌회전 17㎞ 간 뒤 다시 좌회전 5㎞→3번 국도 만나면 신탄리역 방면 좌회전 2㎞ 길 건너편으로 역고드름 이정표. 43번국도는 고질적인 정체구간이다. 특히 의정부 이후 포천까지는 상습정체구간. 일찍 출발해 일찍 돌아오는 일정을 잡는 게 좋다.

●아트밸리: 입장료 성인 2000원. 모노레일 왕복 4500원, 편도 3500원. 걸어가도 된다. www.artvalley.or.kr, (031)538-3484

●먹을 곳: 아트밸리 만버칼(031-535-0587). 만두버섯칼국수 전골. 버섯이 신선하다. 2인분 2만2000원. 어린이용 돈가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