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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초도 상산봉]동백꽃 밟으며 정상에 오르니… 눈앞에 펼쳐진 '섬의 파노라마'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4. 4.

동백꽃 밟으며 정상에 오르니… 눈앞에 펼쳐진 '섬의 파노라마'

  • 여수=한필석 월간 山 기자 
  • 입력 : 2013.04.04 04:00

전남 여수 초도 상산봉

여수 삼산면 초도는 여행깨나 했다는 사람들에게도 낯선 섬이다. 풀이 잘 자라 풀 초(草) 자를 이름 삼게 되었다는 이 섬은 바다 풍광 좋기로 이름난 거문도와 백도를 여행할 때면 으레 경유하게 되지만 출항 이후 지루해질 즈음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때 묻지 않은 '청정 섬' 초도에 상산봉(上山峰·339m)이 솟아 있다. 남해 일원의 여러 산 중 최상급에 속한다 하여 상산봉이라 유래한다. 이름답게 산 정상에 서면 삼산면에 속한 손죽도와 거문도, 백도는 물론 완도 청산도와 생일도, 거금도와 외나로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등산객들이 진달래꽃이 피기 시작한 여수 초도 상신봉을 오르고 있다. 봄을 맞는 작은 섬들과 남해가 내려다 보인다.
/ 정정현 영상미디어 기자
볼거리로 '신비의 바닷길'을 빼놓을 수 없다. 초도에서 200m 떨어진 안목섬을 잇는 바닷길이 한 달에 아홉 번 열린다. 여기서 갯것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해녀들이 바다에서 건져온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이른 아침 바람재에서 산정으로 향한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분다. 그래도 능선길은 휘파람이 절로 나올 정도로 널찍하고 양옆으로 펼쳐지는 바다 풍광에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게 거문도예요. 왼쪽 섬은 백도고요…."

초도 주민 박우진(진막리 자율공동관리 공동체위원장)씨는 옅은 안개가 조망을 방해하고 있는데도 주변 섬들을 설명하느라 열을 올린다. 초도군도를 이룬 섬들은 이름 하나하나가 정겹다. 둥글섬은 둥글게 생겼다 하여, 진대섬은 길다 해서, 구멍섬은 섬에 구멍이 나 있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고 한다.

"맑은 날엔 한라산에 눈 내리는 모습도 보인다"는 말에 허풍이다 싶으면서도 일망무제의 조망에 그럴 수 있겠다 싶어진다.

"여기 좀 보세요. 이게 다 산딸기예요. 5월 중순이면 열매가 열려요. 산이 온통 붉게 물들 정도로. 4월 중순까지는 동백이 피고 지면서 산을 화사하게 꾸며줘요. 6월엔 정금나무에 까만 열매가 열리고…. 정금 열매가 뭔지 아세요? 바로 토종 블루베리예요."

여성 등산객들이 동백꽃 안에 담겨 있는 물을 마시고 있다.
산은 조망만 지닌 게 아니었다. 정상 남서 능선이 동백숲을 이루고 있다면 북동 능선은 산딸기나무와 정금나무로 무성히 우거져 있었다. 그에 뒤질세라 진달래는 바위틈에서 분홍빛 꽃을 활짝 피워놓고 있었다.

벼랑에 늘어져 있는 가느다란 밧줄을 잡고 턱을 올라서자 상산봉 정상. 청산도를 비롯한 완도 일원의 섬들과 고흥, 여수 앞바다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며 뭍에서 온 산객을 맞아준다.

상산봉은 새벽녘 모질게 불어댄 바람에 몸을 얼얼하게 얼렸다가 정상 너머 숲길을 따르는 사이 빨간 동백꽃으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풀어주고, 동백꽃을 밟을세라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나아가는 사이 안개가 싹 사라지고 바다 멀리까지 보인다.

"아, 저기 제주도가 보이는데요. 저쪽을 보세요. 백록담 눈이 싹 녹았나?"

박우진씨가 가리키는 수평선 끝으로 뭔가 보이는 듯하면서도 아닌 듯하다. 박씨를 바라보자 빙긋 웃는다.

"그 정도로 잘 보인다는 거예요. 하하."


여행수첩

등산안내 섬 최정상인 상산봉 산행은 단순하다. 남서 방향으로 뻗은 능선 북동단의 바람재에서 출발해 능선 남서단의 정강재로 내려선다. 바람재에서 두 번째 쉼터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좋다. 정상 바위지대는 잘 살피면 산길이 보이고, 정상 직전 짤막한 바위홈 구간에는 동아줄이 매달려 있다. 정상 너머 바위지대는 오른쪽(서쪽)으로 우회할 수 있다.

정상을 넘어선 이후 동백나무 우거진 능선 길을 따르다가 동물 이동 방지용 문을 빠져나가면 산길은 산사면을 가로지르다가 정강고개 부근 콘크리트길로 내려선다. 바람재~정상 능선길보다 정강재~정상 능선길이 자연미가 넘치므로 역방향으로 잡는 것이 낫다. 쉬엄쉬엄 걸어도 두 시간이면 넉넉하다.

초도 산행은 진막리 갯것 체험이 필수다. 진도 '신비의 바다'처럼 물이 갈라지면 갯바위 틈에서 미역, 소라, 전복, 낙지,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와 여수시, 한국관광공사 광주전남협력단, 거문도관광여행사는 오는 5월부터 열차 패키지 상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초도 진막리 갯마을 바다가 열리는 음력 날짜에 맞추어 매월 9회(음력 1, 2, 3, 4, 15, 16, 17, 18, 19일) 출발한다. 해녀팬션 규모에 맞추고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해 매회 최소 4명 이상 20명 이내로 제한해 모객할 계획이다. 초도와 거문도, 여수 관광을 잇는 2박3일 일정이며, 요금은 인원과 메뉴에 따라 30만원부터다. 문의 용산역 여행센터거문도관광여행사 080-665-4477, 철도고객센터 1544-7788

교통 여수→초도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07:40, 13:40 출발하는 거문도행 오가고호 이용. 1시간40분, 편도 3만500원(어린이 50%). 초도에서 여수행은 11:00, 15:30 출발. 거문도관광여행사 080-665-4477.

여수까지는 용산발 호남선 KTX(1일 6회), 새마을호(2회), 무궁화호(9회) 이용.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02-2088-2635), 광주유스퀘어터미널(062-360-8114), 부산고속버스터미널(1577-9956), 대구서부정류장(1688-2824) 등지에서 여수행 고속버스가 다닌다. 여수종합버스터미널 (061)652-6977.

숙박 초도 진막리 해녀펜션과 먹걸이센터가 5월 개장을 앞두고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7개의 방 모두 취사도구와 화장실 겸 샤워장이 갖추고 있다. 아래 건물 1층 식당에서는 해녀들이 잡아온 해산물을 재료로 한 음식을 내놓는다. 박건우 자율공동관리 공동체위원장 010-3625-8632. 여수여객선터미널 부근의 원앙식당은 게장백반(8000원)으로 이름난 식당이다. (061)664-5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