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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진달래 시모음> 김소월의 '진달래꽃' 외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4. 14.


<진달래 시모음> 김소월의 '진달래꽃' <진달래 시모음> 김소월의 '진달래꽃'

<진달래 시모음> 김소월의 '진달래꽃' 외

 

 

진달래꽃 / 김소월

 

나 보기가 여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진달래

 

산 가득 뒤덮듯 흘러내립니다.
지난해, 산에 묻은 시퍼런 슬픔을
봉우리마다 얼마나 찧고 찧었는지
짓붉은 피 배어 올라 사태집니다.

(김하인·시인이며 소설가, 1962-)

 


진달래꽃

 

어제는 버얼겋게 산몸살 앓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당신이 홍역을 앓고 있다
언젠가 터질 화약火藥처럼
(김미숙·시인)

 

 


진달래꽃

 

감추려 애써도
자꾸자꾸 망울지는
이 붉은 그리움

아직은 쌀쌀한 당신인데도
그 앞에 자꾸만
부푸는 가슴

오늘은
당신 앞에서

붉고 붉은 빛으로
피는 사랑을
감출 수가 없네요
(손상근·시인)

 


진달래꽃

 

한라에서
백두까지

봄마다
앓는 홍역

열꽃 피워
가슴 태우는

이루지 못한
애달픈 사랑
(김경숙·시인)

 


진달래꽃

 

그대여
저 능선과 산자락 굽이마다
설레임으로 태어난
그리움의 바다를 보아라

모진 삼동을 기어이 딛고
절정으로 다가오는
순정한 눈물을 보아라

그리하여 마침내
무수한 사랑의 흔적으로 지는
가엾은 설움을 보아라

그러나 그대는 알리라
또 전설처럼 봄이 오면
눈물과 설움은 삭고 삭아
무량한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나는 것을
(김종안·시인, 전남 여수 출생)

 

 


진달래 꽃

 

기나긴 아픔을 삼키고 피어난
진달래 꽃
그래서 꽃망울도 멍이 들었나?

아픔 없이는
꽃을 피울 수 없기에
온 겨울 아픔을 이겨내고 피었다.

이겨냈기에
견디어 냈기에
환하게 웃고 있는 진달래.

그 꽃 하나 피우기 위해
진달래는 갖은 눈보라의 행패도
참아 왔던 게 아니었나.

세상을 더 아름답게 수놓고자
기쁨 없는 인생들 가슴에
희망을 하나 가득 선물 하고자

기나긴 날 눈물로 싹을 틔워
아름다운 꽃 문을 열었다
얼굴 가득, 밝은 미소 머금고
(윤광석·목사 시인)

 


진달래

 

그땐 참,
내 마음이 저리
붉었습니다

당신이 지나치며
투욱,
떨어뜨린 불씨 하나가

내 영혼 가파른
벼랑 위로
잘도 활활 타들어
올랐습니다

타들어
오신 길 마저 닿을 듯

아슬한 그리움
문득 철렁이는 아픔
되어도

다시는 그 후
지나치며

투욱,
불씨 하나 떨어뜨려 주지
않으셔도

그땐 참,
이별도 사랑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그땐 참,
눈물도 꽃잎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홍수희·시인)

 


진달래꽃

 

너의 연분홍 미소만 보면
애써 묻어둔 유년의 기억들이
독새풀처럼 돋아나
가슴이 온통 그리움으로 회오리친다

걔랑 나랑
뒷동산 너럭바위에 앉아
너의 긴 수염 뽑아
꽃 싸움으로 동강낸 반찬거리들

깨소금같이 고소하게 쏟아지던
종다리 노랫소리 듬뿍 넣고
사금파리 밥그릇 비비던
밤 쭉정이 숟가락까지 그리워져
너의 연분홍 미소만 보면
(권오범·시인)

 


진달래를 보며

 

나지막한 산자락
듬성듬성 하던 진달래가
사방으로 피어나고

속내를 감추지 못한
여린 꽃잎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지난날
애틋하게 남아 있는 추억들이
이제는 너무나 아득해서
기억에도 없을 것이라고

이름마저 서먹해서
꿈속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꼭 그럴 것만 같았는데

산마루를 향해 번지는
분홍빛 꽃잎처럼
내 안에 갇혀 있던
그리움도 함께 피어나고 있다.
(이미순·시인, 경남 의령 출생)

 


 

진달래

 

눈을 감아라
봄날 산에서는
숨을 고르라

아련히 떠오르는
그대들의 표표한 상징들
산꽃들이 날리며
물들어 버린 산에는

아,
미치도록 점점이 뿌려지고
흩뿌린 선홍색 꽃잎들이
아스라이 따스운 피 뿌리는데

산마다
끝머리에서 혼백들이
온통 젖어 들어 물드니
눈을 감아라
(이국헌·시인, 1956-)

 


진달래

 

순이 볼 언저리
매양 돌던
배고픈 짝사랑을

이 산에서
저 산까지 다 먹어도
겨우내 주린 배는
부르지 않으리

척박한 땅의 맨살에
뿌리와 뿌리로 얽혀
육신을 부풀리는

살아 단 한번
양달진 가슴 쬐어 보지 못했던 이들의
새붉은 노여움을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다 헤매도록
한세월 앓아온 내 사랑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리
(박계희·승려 시인)

 


초롱불 진달래

 

삭둑삭둑 키를 잘라낼 땐
피 한 방울 안 나던 진달래
오늘 아침 창문을 열고 보니
꽃분홍 선혈을 뒤집어쓰고 있네

조금씩 가지를 쳐낼 땐
신음소리 한마디 안 내던 진달래
오늘 아침 물주다 보니

빨갛게 켜든 초롱불 속에
마디마디 아픔이 웅크린
눈물을 감추고 있네

초롱불 한 잎 한 잎 만지작거리다
돌아선 나의 등뒤에서
진달래 아픈 비명소리가
딸,딸,딸, 신발을 끄을며 따라오네
(김지향·시인, 1938-)

 

 


진달래
 
바람이 기댄 낮은 산으로
긴 겨울 이야기 속에 잠들었던 꿈이
파랗게 망울지어 오른다
하늘도 한아름
옅은 향을 뿌리고

봄이 깨어 일어난 자리마다
연분홍 가슴들이 물기를 머금고
터진 볼을 비비며
몰래 비밀스런 눈짓을 감춘다
풀잎이 눕는다

산은 온통 사랑의 마찰음으로
부드럽게 무너져 내리고
무성한 햇살이
이슬 머금은 허리를 감싸 안는다
들이 가는 숨을 몰아쉰다

돌아서면 우수수 꽃잎 질까
비단 하늘에 슬픈 물들이지 않을까
통탕거리는 가슴을 안고
서서 두 눈만 감는데
눈시울이 뜨겁게 화사하다
(김승동·시인, 1957-)

 


아, 진달래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네
마음속에 자꾸 커 가는
이 짓붉은 사랑
무더기로 피어나 나를 흔드네
내 살아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리도 가슴 뛰는 일이네
내 살아 너를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
이리도 숨막히는 슬픔이었네
파도치는 내 마음
감춘다는 건 다 말장난
아, 진달래
(홍수희·시인)

 


진달래꽃

 

아리어라.
바람 끝에 바람으로
먼 하늘빛 그리움에
목이 타다
산자락 휘어잡고 文身을 새기듯
무더기 무더기 붉은 가슴
털어놓고 있는
춘삼월 진달래꽃.

긴 세월 앓고 앓던
뉘의 가슴
타는 눈물이런가.

大地는 온통
생명의 촉수 높은 부활로 출렁이고
회춘하는 봄은
사랑처럼 아름다운
환희로 다가온다.
(박송죽·시인, 1939-)

 

 


진달래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진달래
         
신작로
잘려나간
산자락에

그네에
매달린
아기처럼
피어 있는   
진달래

초연(超然)한
연분홍
색깔 너머로
무거운   
하늘을 이고

마음 저리도록
그리운
내 님
모습 같이
피어 있다
(김근이·어부 시인)

  


진달래

 

꽃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삼각산을 오르다가

나목(裸木)들의 더미 속
가녀린 여인의 몸 같은

진달래 한 그루가
몇 송이 꽃을 피웠다

수줍은 새악시 볼 같은
연분홍 고운 빛 그 꽃들은

속삭이듯 말했지
봄이다!

너의 그 가냘픈 몸뚱이 하나로
온 산에 봄을 알리는

작은 너의 생명에서 뿜어 나오는
빛나는 생명이여

말없이
여림의 강함이여!
(정연복·시인, 1957-)

 


4월의 진달래

 

봄을 피우는 진달래가
꽃만 피운 채
타고 또 타더니,

꽃이 모자라
봄이 멀까요?

제 몸 살라 불꽃
산불까지 내며
타고 또 탑니다
(목필균·시인)

 


진달래와 어머니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이 산 저 산을 마구 떠다니시는 듯했다.
(어머니, 너무 멀리 가지 마셔요.)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산에 피는 꽃이나 사람꽃이나 사람 홀리긴
매한가지라시며,
춘천을 오갈 때는 기차를 타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내가 이틀씩 다니는 경춘가도의
꽃길이,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이 제겐 詩로 들리네요
하니깐, 진달래 숲길에서 어머닌
진달래꽃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설태수·시인, 1954-)

 


진달래 능선에서

 

진달래 한 송이 지게에 달고
꽃 같은 마음이라야 하느니라 하시던
아버지 그 말씀......

아버지 생전에
지게발통 작대기 장단에
한을 노래 삼아 콧노래 부르시더니

저승 가시는 길에
가난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배움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허리 굽은 능선에 빨갛게
꽃으로 서 계시는 당신

오늘도
진달래 불타는 산 허리춤에
꽃가슴 활짝 열고 계시군요
생시처럼

아버지!
당신 계시는 음택(陰宅)
진달래 타는 불꽃에
가슴이 아려
꽃잎에 이슬이 내립니다
(이계윤·시인)

 


진달래와 아이들
 
지금은 없어진 이 땅의 보릿고개
에베레스트 산보다도 높았다는.
밑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풀뿌리 나무껍질 따위로 연명했죠.

허기진 아이들은 산에 들에 만발한
진달래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다르데요.
어제 숲 속의 샘터로 가는데,

두 아이가 진달래 꽃가지를
흙을 파고 정성껏 심는 것을 보았어요.
물론 그들이 꺾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꺾어서 버린 걸 말예요.
나는 집에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그 진달래는 내 가슴속에도 심어졌다는 것을.
(박희진·시인,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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