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도보여행정보☞/♡ 산행·여행 지도 & 정보

[박종인의 사람과 길]느릿느릿 증도 여행 = 하늘도 바다도, 연잎의 합창도… 그 섬에서는 게을러야 보인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6. 26.

[박종인의 사람과 길] 하늘도 바다도, 연잎의 합창도… 그 섬에서는 게을러야 보인다

  •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 입력 : 2014.06.26 04:00

느릿느릿 증도 여행

 
증도 초입에 있는 태평염전 염생식물원. 짠물에 사는 붉은 홍해나물과 푸른 삐비풀이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그 비현실 속에 왜가리 두 마리가 앉아 있다. /박종인 기자
그래 한번 게을러져 보자. 맛나고 몸에 좋은 음식 먹고 슬슬 졸릴 때, 하늘도 보고 바다도 보고 연꽃도 보면서 게을러터지게 시간을 죽여보자. 그게 웰빙이다. 그래서 우리는 남도 끝자락 신안 증도로 간다. 육지와 다리로 연결돼 있지만, 일단 들어가면 저절로 게을러지는 , 아니 게을러야 보이는 섬이다.

◇푸른 연잎의 바다, 무안 회산지

서해안고속도로 남쪽 끝 일로IC에서 나와 일로읍으로 가면 아스팔트 위에 이런 표시가 나온다. '연꽃'. 꽃 이름으로 이정표를 삼은 땅은 일로읍이 유일하다. 일제강점기 때 만든 저수지가 지금 동양에서 가장 큰 백련 산지로 변했다. 푸른 연잎 가득한 10만평 연못은 그냥 목격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넋을 빼놓는다.

◇무안 별미 짚불돼지구이

무안 5미 가운데 하나인 특별한 삼겹살을 먹으러 간다. 일로읍에서 북쪽으로 30분만 가면 사창리가 나온다. 사창리 짚불돼지구이는 석쇠에 끼운 삼겹살을 아궁에서 볏짚으로 순식간에 구워 내는 요리다. 기름이 빠져나가 베이컨에 근접한 고소한 맛을 낸다. 무안 특산인 양파 김치와 각종 산채 반찬을 함께 먹고 게장 비빔밥으로 마무리를 한다.


	무안 회산지.
무안 회산지. 10만평 저수지에 연잎이 가득하다.
◇초의 선사 탄생지와 오승우미술관

속을 채우고 다시 남하하면 무안과 목포 접경에 초의 선사 탄생지가 나온다. 조선 후기 차 문화를 중흥시킨 초의를 기리는 공간이다. 한옥들과 산책로, 박물관, 교육관이 산기슭에 모여 있다. 단체는 미리 신청하면 이곳에 있는 사진작가 박종길 선생으로부터 해설을 들을 수 있다. (061)285-0300. 초의 선사 탄생지 앞에는 화순 출신인 오승우 화백의 기증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오승우미술관이 있다. 그의 대작(大作)들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월요일 휴관.
www.muanmuseum.kr

◇그리고 게으르기, 증도

신안군은 섬이 1004개라 자칭 '천사(1004)의 섬'이다. 증도는 신안에 있다. 무안에서 양쪽 바다가 다 보이는 좁은 해제반도를 지나면 다리로 연결된 지도, 사옥도를 거쳐 증도대교가 나온다. 시간이 멎은 듯, 조용하고 평화롭다. 흔해 빠진 담배 가게도 한 군데밖에 없다.

(딱 한 군데 있긴 하지만 좀체 알려주지 않는다. 위치는 아래 여행수첩). 이 섬에 들어가면 이러한 곳을 간다.

첫째, 태평염전과 염생식물원. 120만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천일염전이다. 단순한 소금 공장만은 아니다. 붉은 홍해나물, 푸른 '삐비'가 카펫처럼 펼쳐진 염생식물원, (염전 옆 전망대에서 보면 장관이다),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소금 역사를 기록한 소금박물관(소금 창고를 개조했다), 8년 숙성한 천일염부터 함초소금까지 파는 판매장과 레스토랑, 실내를 소금으로 마감한 휴식 공간 소금 동굴이 함께 있다. 개별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이것저것 체험하고 먹어보면서 시간을 때우면 좋겠다.
www.taepyungsalt.com

둘째, 짱뚱어다리와 화도 노둣길. 주민들이 개발을 스스로 거부한 증도 갯벌에는 많은 생명체가 활개를 친다. 게, 자기가 물고기인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망둑어(여기에서는 짱뚱어라 부른다), 얘들을 잡아먹으려는 왜가리와 백로들이 갯벌에 산다. 그 갯벌을 발치에서 만나는 다리가 짱뚱어다리다. 물이 빠지면 다리 아래에서 온갖 생물이 인간을 무시하면서 논다.

섬 반대편에 증도와 화도를 잇는 화도 노둣길이 있다. 물이 빠지면 솟는 높은 땅에 돌을 쌓아 만든 길을 노둣길이라 한다. 썰물 때도 좋고 길섶까지 물이 찰랑거려도 좋다. 바다와 하늘, 그리고 길밖에 없는 그런 단순한 공간 구성을 상상해보시라.

한없이 앉아서 바람을 맞고 싶은 공간이다.

 
 
신안 보물선 인양 기념지를 아니 갈 수 없다. 섬 서쪽에 해저 유물 발굴 기념비가 있다. 절벽 옆에 기념비가 서 있고 옆 섬에는 보물섬을 본뜬 커다란 카페가 있다. 본색은 이게 아니다. 절벽까지 가봐야 한다. 되도록 해질 녘에 가본다. 망망대해 위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도록 한다. 마음껏 멍하고 게으르게 그 누렇고 붉은 노을을 바라본다. 그 먹먹한 석양과 아득한 염전과 무채색 갯벌에서 숨 쉬는 생명이 당신 것이다.

추천 코스 무안 회산지→초의선사 기념관+오승우미술관→증도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일로읍 방면→일로읍에서 이정표 따라 회산지→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영암, 청계 방면 500m 전방 초의선사 기념관 이정표 따라 좌회전→초의선사 기념관 및 오승우미술관→큰길로 나와서 좌회전 1번국도 광주, 무안읍 방면 18km→교촌사거리에서 지도, 증도 방면 우측 출구→이후 24번국도로 '지도, 증도' 이정표 따라 직진→증도대교, 이후 매표소(2000원)

별미 식당 1.짚불돼지구이: 무안 두암식당. 주문을 받으면 아궁이에서 볏짚으로 순식간에 삼겹살을 석쇠로 구워낸다. 기름기가 좍 빠진 고소한 맛이 일품. 1인분 1만2000원. 게장비빔밥 3000원. 무안 특산인 양파 김치 원조집. 몽탄면 사창리 697-2 (061)452-3775. 2.지도 병어조림: 근해에서 잡은 병어를 매콤하게 쪄서 낸다. 4인용 6만원. 무안에서 증도로 넘어가는 길목 지도 횟집. (061)275-7119. 3.증도 백합탕: 이학식당. 국물이 맑고 개운하다. 3만6000원. (061)271-7800. 식당 옆에 유일한 담배가게.

묵을 곳 1.엘도라도 리조트: 신안군이 운영하는 고급 리조트. 이 작은 섬에 이런 곳이? 할 정도다. 주말에는 회원만 받는다. 정상요금은 30만원대지만 여러 할인여행몰을 이용하면 10만원대도 가능하다.
www.eldoradoresort.co.kr, 1544-8865. 2.기타 증도 내 숙박 정보는 민간 사이트 증도닷컴 www.jeung-do.com과 신안군 관광 사이트 tour.shinan.go.kr

슬로 증도 웰빙투어 한국관광공사와 롯데관광이 공동 개발한 무안-증도 상품. 장거리 운전과 고비용 부담을 줄이고 무안-신안 먹을거리와 증도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울에서 출발, 1박2일 일정. 엘도라도 리조트 이용 21만9000원부터(7월 2. 9일), 무안비치호텔 이용 17만9000원부터(매주 수. 토). 기사에 나온 장소와 별미 포함. 문의 1577-3700. 조선일보 독자는 2명을 선정해 무료여행권 1매씩 증정. 문의 모닝플러스 mornignplu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