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의 眞景山水]가을 우음도(牛音島) - 비 와도 좋다, 바람 불면 더 좋다… 지평선 끝을 마주한 순간 울컥
- 입력 : 2014.10.23 04:00
가을 우음도(牛音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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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음도(牛音島) 벌판 위로 착륙하던 새들이 화급히 방향을 돌리기에, 자세히 보니 나무 속에 매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생존경쟁이 저리도 처절한데 내 눈에는 그저 평화로운 가을 풍경으로 보였으니, 세상은 참. Canon 5D MarkII, EF 70-200㎜ f2.8 ISII, 셔터스피드 1/320초, 조리개 f5.6, 감도 ISO200.
한때 죽음의 호수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기로 하자. 우음도(牛音島)가 있는 경기도 안산 시화호 이야기다. 앞뒤 재지 않은 섣부른 간척지 공사로 물은 썩고 물고기가 떼로 죽던 땅이었다. 뼈를 깎는 반성과 실천으로 지금 시화호는 생명의 호수로 변했다. 고라니가 삵을 피해 달아나고, 매가 들짐승을 찾아 허공을 나는 땅이 되었다. 숫자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겠지만, 시화지구 가운데 호수는 1329만 평이고 간척지는 3254만 평이다. 우음도는 그 간척지 한쪽 끝에 있다.
시화 간척지 풍경과 비슷한 곳을 국내에서 찾기는 불가능하다. 본디 대한민국 자연은 골이 깊고 땅은 좁아야 한다. 그런데 그 넓은 벌판에 인공구조물은 찾기 어렵고, 벌판 가득한 키 큰 풀 삘기 사이로 드문드문 나무들이 보인다. 지평선 보기 드문 좁은 땅에서 지평선과 비슷한 풍경을 찾는다면 바로 여기다. 아무 생각 없이 밀어붙인 인간의 초대형 실수가 만든 지평선이다.
일부러 만들기도 힘든 그 단순미에 홀려 사시사철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는다. 풍경사진, 웨딩사진, 가족사진, 생태사진 등등. 여름에는 생명으로 충만하고 가을에는 고독하고 겨울에는 낭만적이고 봄에는 소생하는 그 풍경에 사람들은 홀린 듯 찾아와 넋을 잃고 간다.
시화지구 한가운데에 평택시흥간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우음도는 도로 북서쪽에 있다. 옛날에는 사람이 사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야산이 됐다. 송산그린시티 신도시 개발이 예정돼 있으니 앞쪽 벌판도 언젠가는 인공구조물로 채워질 운명이다. 일단 우음도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로 올라가 본다. 날이 맑으면 서해가 시원하게 보인다. 전망대 아래 축대에는 영민하고 세심한 누군가가 담벼락 가득 꽃들을 심어놓았다. 최소한 다음 주말까지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필 전망이니, 그 꽃들 올해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한다.
1999년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기이한 돌멩이들을 발견했다. 학자들이 조사해보니 1억년 전 공룡 알 화석이 아닌가. 한 군데도 아니고 열두 군데에 알 둥지만 30개, 알은 200개가 넘었다. 갯벌 어디쯤에 또 숨어 있을지 모를 일이라, 2000년 정부는 이 일대를 천연기념물 414호로 지정하고 개발을 금지했다. 그게 자그마치 480만 평이다. 그리하여 시화 간척지 개발이 끝나도 공룡알 화석지 주변은 지금 그대로 원시적인 풍광을 유지하게 되었으니, 이 어인 조화인가. 죽음의 호수가 생명의 땅으로 부활하더니, 이윽고 아득한 태고(太古) 시대 깨지도 못하고 죽은 생명이 그 땅을 살린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우음도에서 공룡알 화석지까지 이르는 3㎞ 풍경을 통틀어 우음도라 부른다. 아직 염분이 빠지지 않은 간척지에는 키 큰 삘기가 가득 자란다. 어디선가 날아온 씨앗들이 자라나 곳곳에 버드나무가 서 있다. 흙길에 고라니가 나타나도 절대 놀라지 말 일이다. 비 내린 지 오래된 날에는 그 삘기 숲 사이로 들어갈 수 있으니, 천지 사방이 온통 기념사진에 예술사진 찍을 피사체들이다. 가을에는 그 풍경이 빛바랜 노란색으로 물이 들고 가끔은 새들이 기분 좋게 사진 배경도 되어준다. 맑은 가을도 좋고, 흐린 가을, 비 오는 가을, 바람 부는 가을은 더 좋다.
그러다 우음도로 가면 이러구러한 개발 과정에서 철거된 마을을 만나게 된다. 아직 보상 문제에 합의하지 않은 주민들이 있으니 나들이에 들떠 무작정 밝은 표정만 지을 수는 없겠다.
날이 맑다면, 딱 이 때가 해 질 녘이면 좋겠다. 가뜩이나 누런 세상에 하늘까지 누렇게 변하는 순간이다. 대한민국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낯선 적막과 낯선 낭만 속에서, 가슴속에 치미는 격한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때에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치미는 그 가슴속을 참을 수 없어서 큰 울음 한번 터질 수도 있으니까.
- 우음도 송산그린시티 전망대 아래 축대를 수놓은 꽃들.
바람부는 흐린날은 '최고의 날'
1. 표준 줌렌즈와 망원 줌렌즈를 다 준비한다.
2. 긴 바지와 운동화나 등산화 같은 편안한 신발 필수. 풀밭에 진흙탕이 곳곳에 있다.
3. 공룡알 화석지에서 고속도로 건너편 벌판은 신도시 건설 공사 중이라 출입금지다.
4. 옛 우음도 마을 꼭대기에 신도시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아래 축대에 국화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당분간 필 예정이다.
5. 조리개를 f5.6~8 정도로 할 것. 앞뒤 피사체가 초점이 흐려져 완전히 조였을 때에 비해 더 낭만적인 가을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6. 바람 부는 흐린 날은 '망친 날'이 아니라 최고의 날이다. 삼각대를 준비하면 장노출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풀들을 찍을 수 있다.
1. 주변 볼거리(괄호 속은 내비게이션 검색어와 5개 만점 별표 평가) ① 소래생태공원(소래습지생태공원·★★★): 우음도에 비해 정리가 잘된 공원. 염전과 소금 창고, 미니어처 풍차. ② 대부도 탄도항(탄도항·★★★): 해안에 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포인트. 해 질 녘 실루엣이 이국적이다. ③ 제부도(제부도·★★★): 물때를 맞춰야 자동차로 오갈 수 있는 섬.
2. 우음도는'공룡알 화석지 방문자센터', 송산그린시티 전망대는 '송산그린시티 전망대'를 검색할 것. 방문자센터에서 비포장도로를 따라 우음도 방향으로 간 뒤 포장길을 택하면 된다. 방문자센터와 화석지, 전망대는 월요일 휴관.
3. 우음도 내에는 먹을 곳 없음. 송정리 쪽에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가 드라이브스루 운영. 일찍 우음도를 찾았다면 제부도나 대부도로 가서 해산물을 즐길 것. 숙박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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