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도 생체시계가… 나팔꽃은 아침, 분꽃은 오후에 활짝
해를 쫓아가는 해바라기 꽃… 내부 생체시계가 움직임 조정
가을로 접어드는 문턱에서 해바라기가 만개했다.
이름과 달리 다 자란 해바라기는 더 이상 해를 쫓아가지 않는다.
어린 해바라기만 해를 쫓아간다.
미국 UC데이비스 연구진은 지난 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해바라기가 생체 시계 덕분에 해를 쫓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어린 해바라기꽃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해가 뜨고 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어린 해바라기꽃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해가 뜨고 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해가 질 때 서쪽을 향해 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동쪽을 향해 방향을 바꿔 아침에 떠오를 태양을 기다린다.
연구진은 이를 줄기 내부의 세포 생장 속도로 설명했다.
낮에 어린 꽃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이기 위해 동쪽 부분에 있던 줄기의 세포가 먼저 생장한다.
그러면 꽃은 서쪽으로 기운다.
반대로 밤에는 줄기의 서쪽 세포가 자라고 꽃이 동쪽으로 기운다.
연구진은 정교한 해바라기의 움직임은 내부 생체 시계에 의해 조절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정교한 해바라기의 움직임은 내부 생체 시계에 의해 조절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간에 따라 빛을 감지하거나 성장을 관장하는 유전자들이 각기 다른 쪽에서 작동했다.
해바라기의 이동을 방해하면 무게나 잎 면적이 10% 정도 감소했다.
활짝 핀 해바라기꽃이 늘 동쪽을 향해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연구진이 인위적으로 서쪽을 보게 한 해바라기와 비교했더니 동쪽을 향한 해바라기가 온도가 더 높고,
이에 따라 벌과 나비 등 꽃가루받이 곤충들이 서향 해바라기보다 5배나 더 많이 찾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간별로 피는 꽃을 그려놓은 18세기의 ‘꽃 시계’. / Ursula Schleicher-Benz
식물에게 시간은 동물보다 더 중요하다.
마음대로 이동하기 어려운 식물은 시간에 맞춰 꽃을 피우고 잎을 열어야 날아가는 벌과 나비를 붙잡고, 햇빛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생물이 생체 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식물에서 제일 먼저 밝혀졌다.
18세기 프랑스 과학자 장 자크 도르투 드 메랑은 낮에는 열리고 밤에는 닫히는 미모사 잎이 어둠 속에서도 계속 움직인다는 것을 관찰했다.
그는 '외부의 빛 신호 없이도 미모사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있다'고 결론 내렸다.
우리 주변에서도 식물의 생체 시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식물의 생체 시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침 일찍 피는 나팔꽃, 오후 늦게 피는 분꽃(분꽃의 별명은 '오후 4시 꽃'이다),
나방을 유인하기 위해 밤에 피는 달맞이꽃 등 식물은 시계가 따로 없어도 정해진 시간에 꽃을 피운다.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는 이를 이용해 꽃 피는 시간을 기준으로 '꽃 시계'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꽃들이 각각 다른 시간에 꽃을 피우는 것은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았다.
최근에서야 개화(開花) 시간의 비밀이 유전자 수준에서 밝혀지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지난 2월 국제학술지 '뉴파이톨로지스트'에
북미 사막기후에서 자라는 야생담배에서 LHY 유전자를 억제했을 때,
꽃이 피는 시
간과 더불어 향기가 나오는 시간도 바뀐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피튜니아에 있는 동일한 유전자가 꽃향기가 나오는 시간을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최근의 연구는 분자생물학·분석화학·생태학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자연과학이라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여러 학문의 줄기들이 잘 자라 서로 얽히면서 오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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