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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풍경의 거창 명산의 감동! - 거창 수승대·우두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20. 6. 2.

[ART HIKING <10> 거창 수승대·우두산]
수승대와 우두산을 친구와 함께 거닐며 그림에 담다

우두산 의상봉에 오른 필자와 친구 예린.

 

코로나19 시국으로 내가 추진했던 ‘100명산 드로잉 프로젝트’는 지지부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KBS ‘영상앨범 산’ 출연자로 섭외되어 촬영차 경남 거창을 찾았다.

뭔가 이름은 익숙한데 낯선 곳이었으나, 새로운 바람이 좋았다.

함께 자연을 걷고, 그림으로 담을 수 있는 대학동기이자 나의 산벗, 예린이와 함께하니 더할 나위 없었다.

 

북쪽으로는 덕유산, 북동쪽으로는 가야산이란 두 줄기의 큰 산맥이

사람 인人자 모양으로 북쪽의 지붕을 그리고 있고,

그 아래의 형성된 너른 평야가 거창이다.

해발 1,000m 높이 26개 산이 둘러싸고 있다는 거창에 닿자 산의 기세가 차오르는 느낌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우두산이다.

수승대에서 그린 그림

 

옛 예술가들의 놀이터, 수승대

목적지로 가기 전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속세의 근심 걱정을 잊을 만큼 풍경이 빼어난 곳’이라는 수승대다.

신라와 백제의 국경이던 시기 백제 사신을 수심에 차서 신라에 보냈다 하여

‘수송대愁送臺’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후 퇴계 이황이 ‘수승대搜勝臺’로 고쳐 부르며 이름이 굳어졌다.

 

위천을 건너, 비스듬히 선 미인송이 좌우로 빼곡한 길을 지나 문득 바라본 계곡.

거북이 한 마리가 우리의 시선을 빼앗았다. 거북바위라고도 불리는 수승대였다.

햇볕을 받아 초록으로 반짝이는 계류 곁으로 소나무와 정자, 평평한 암반과 거북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이 보기 좋았다.

향기로운 소나무가 가득한 수승대 나무꾼숲길을 드론으로 담았다.

 

옛 시절, 이 암반 위에서 선조들은 자연바위를 벼루삼아 시를 쓰고 정담을 나누었다는데

‘그 시절 예술가들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했을까?

우리와 같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살며시 짐작 해보며 팔레트와 드로잉 북을 펼쳐 붓질을 한 번, 두 번.

따스한 봄볕이 내려앉는 날, 물 흐르는 소리 벗 삼아 신선놀음을 했다면

과연 시간이 얼마나 가는 줄,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 몰랐겠다.

바로 지금의 우리처럼 말이다!

자연 속을 걷고, 그 느낌을 화폭에 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유별나게 아름다운 별유산

산의 형세가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하여 이름 붙은 ‘우두산’에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유별나게 아름답다’는 뜻의 ‘별유산’. 이름부터 어찌 이리 아름다운가.

시작은 편안했다.

누구든 편히 산책할 수 있는 무장애 데크길을 지나 피톤치드가 치고 들어오는 소나무 숲길을 걸었다.

 

“진짜 좋다!”를 절로 연발하며 걷다 보니 믿을 수 없는 풍경이 나타났다.

아찔한 절벽 너머 또 다른 절벽까지 빨간 출렁다리가 놓여 있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다리가 세 지점을 연결하고 있었다.

국내 최초 Y자 다리라고 하니, 실로 유별난 풍경이었다.

우두산 마장재를 지나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Y자 출렁다리를 걷던 나와 예린이는 우리도 모르게 손을 맞잡았다.

그녀를 알게 된 후 처음으로 맞잡은 손이었다.

그 정도로 아찔했다.

절벽 아래 풍경이 내려다보이고, 한편으론 우두산의 푸른 산세가 올려다 보였다.

스릴만큼이나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연달아 나타났다.

오목조목한 바위를 감상하는 것은 물론, 바위를 타는 재미가 제법이다.

땀을 흠뻑 쏟아내고 허벅지의 탱탱한 긴장감을 느끼며 정상인 상봉을 넘어, 제2봉 의상봉에 올라섰다.

 

시원한 바람이 수고했다며 기꺼이 우리의 땀을 식혀 준다.

바위 끝에 앉아 우리가 살던 세상을 바라보며 예린이가 외쳤다.

“풍경이 정말 거창~하네!”

국내 최초 세 갈래로 연결되는 아찔함의 극치, Y자 출렁다리.

 

문득 세상이 이렇게나 널찍했던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입체적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경해진 기분으로 해가 조금 더 낮아지는 시간까지 바람 냄새를 맡고,

봉긋 봉긋한 봉우리를 눈으로 따라가며 여행했다.

그제야 거창이 산에 둘러싸인 분지라는 이야기,

유별나게 아름다워 별유산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글 김강은 벽화가 사진 지우철, 김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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