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 / 신혜경 詩
목을 길게 뺀 왜가리가 물음표로 서 있다
긴 목 깃털에 감 감추고 있을 때도 그의 몸은 한 개 물음표다
세상 근심 한 몸에 진 철학자처럼
시린 발목 잊은 채 강을 향해 간절히 묻고 있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것들은 궁금한 게 너무 많아
하늘도 구름도 산까지도 그 속에 품고 있는
강을 벗어날 수 없다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펼 때도 칼칼한 목소리로
왜? 왜? 묻는 걸 잊지 않는 왜가리
지난여름, 한 여자가 강물에 몸 던져 답을 찾으려 했을 때
꿀꺽 마른 침 삼키는 소리로 담담하게 흘러가던 강
그 속내가 궁금했는지 오늘은
물음표를 천천히 눕혀 물속을 들여다 본다
물 속 물음표 하나가 그를 빤히 올려다 본다
보는 것마다 의문투성이인 물속 세상에다
고개 갸웃대며 무어라 말 걸면
물속 물음표도 고개 갸웃대며 되묻기를 한참이다
물음의 끝을 이제는 보아야겠다는 듯
강물 속에 얼굴 들이밀고 그가 퍼 올린 답은
부리 끝 물고기 한 마리!
한 생이 멈출 때처럼 모든 물음표가 사라진다
'▣감동과 깨달음☞ > ♡ 좋은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가리 / 이홍섭 詩 (0) | 2020.12.27 |
---|---|
있는 힘을 다해 / 이상국 詩 (0) | 2020.12.27 |
섬 / 문태준 詩 (0) | 2020.12.27 |
석양(夕陽) / 정연복 詩 (0) | 2020.12.26 |
천국 / 박서영 詩 (0) | 2020.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