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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순창] 절벽을 걷는 용궐산 하늘길… “내려다본 섬진강이 장관”

by 맥가이버 Macgyver 2022. 3. 28.

[전북 순창] 절벽을 걷는 용궐산 하늘길… “내려다본 섬진강이 장관”

 
지난 21일 전북 순창군 동계면 용궐산에서 등산객들이 아찔한 절벽에 만들어진 잔도(棧道)를 올라가고 있다. 잔도 이름은 ‘용궐산 하늘길’이다. 540m 길이로, ‘ㄹ’자 모양이다. 지난해 4월 용궐산 하늘길이 개통한 후 연말까지 9개월간 20여 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김영근 기자
 

전북 순창군 동계면 용궐산(龍闕山·해발 646m)으로 향하는 길에는 지난 20일 섬진강의 봄을 맞이하려는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용궐산 8부 능선을 따라 난 잔도(棧道·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에서 내려다본 섬진강이 장관이었다. 아찔한 절벽 아래로 섬진강 212㎞ 물줄기 가운데 가장 경치가 빼어나다는 ‘장군목’ 일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만 년 동안 거센 물살이 다듬어 놓은 기묘한 형태의 바위들이 3㎞에 걸쳐 드러나 있는 장군목의 풍경을 담기 위해 관광객들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전북 전주에서 왔다는 박종현(45)씨는 “요즘처럼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클 때 이른 아침 용궐산에 오르면 섬진강을 따라 물안개가 끼는 멋진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며 “섬진강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용궐산”이라고 말했다.

 

◇섬진강변 ‘잔도’ 9개월간 20여만명 찾아

순창군은 풍광이 좋은 섬진강 주변 산 곳곳에 관광 시설을 만들어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군은 지난해 용궐산에 7억4000만원을 들여 잔도를 만들었다. 잔도 이름은 ‘용궐산 하늘길’이다. 8부 능선을 따라 540m 길이로 ‘ㄹ’ 자 모양의 데크길이 놓였다. 하늘길이 열리기 전 용궐산은 산세가 험해 등반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접근성이 높아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등산 마니아들 사이에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4월 개통 후 연말까지 9개월간 20여만명이 이곳을 찾았다. 하늘길 개통 이전에는 용궐산에 월평균 1000여 명이 찾았다고 한다.

 

순창군은 용궐산 인근에 자연휴양림도 조성했다. 상사화 등 수목 20만 본을 심고 곳곳에 정자와 원두막 등 휴식 공간도 갖췄다. 용궐산부터 섬진강변을 따라 난 길 4㎞를 ‘반려견과 함께하는 우선 안심 걷기 길’로 만들었다. 이 길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고 경사도 높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반려견과 함께 걷기 좋은 곳이다. 섬진강 주변에는 자전거길도 있다.

 

용궐산 하늘길을 기획한 박현수 순창군 산림공원과장은 27일 “용궐산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이 조회수 100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며 “생각보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고 있어 진입로를 확장하고 주차 시설을 더 늘리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용궐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발아래 펼쳐진 섬진강 풍경을 감상하며 잔도를 걷고 있다. /김영근 기자

 

 

용궐산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채계산(해발 342m)엔 2020년 3월 출렁다리가 들어섰다. 섬진강이 한눈에 보이는 채계산 출렁다리 길이는 270m로 예산 78억원이 투입됐다. 주탑이 없는 무주탑 산악현수교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길다.

 

가장 낮은 곳의 높이는 지상 75m, 가장 높은 곳은 90m다. 개통 첫해 52만7836명, 이듬해엔 56만2188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순창군 관계자는 “채계산 출렁다리 주변엔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농특산물 판매장도 조성돼 주민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림청이 뽑은 전국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강천산(해발 584m)에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코스를 설계했다. 가파른 암벽을 타고 두 개의 물줄기를 쏟아내는 병풍폭포와 하늘로 시원하게 솟은 메타세쿼이아 길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잔도와 출렁다리 등 산악 관광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 용궐산과 채계산을 찾는 관광객이 지난해에 2019년 대비 80만명 가까이 늘었다. 순창군은 관광객 증가로 직간접적인 경제 유발 효과가 연간 2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통 고추장 민속마을도

순창군은 산악 관광과 지역 특산품인 고추장을 연계한 상품도 만들었다. 채계산과 ‘순창 전통 고추장 민속마을’ 등 지역 내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는 시티투어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순창군 순창읍에 있는 고추장 민속마을에서는 지역 명인들이 만든 고추장·된장·간장을 만날 수 있고, 직접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고추장 민속마을 일대는 국내 발효 산업의 메카다. 국내 장류 연간 수출액의 40% 정도가 이곳에서 나오고, 현재 관련 기업 91곳에서 851명이 일한다. 이곳에 있는 순창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은 관광 상품으로 발효 커피를 만들기도 했다.

 

군은 고추장 민속마을 일대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023년 5월까지 민속마을 인근 7847㎡ 부지에 3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지상 4층 규모의 ‘유용미생물은행’을 짓는다. 유용미생물은행은 농업과 축산업에 사용되는 미생물부터 식품 산업에 필요한 미생물 50만개를 보관할 수 있다. 질병 치료용 미생물 연구도 진행한다. 순창군은 유용미생물은행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7397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2531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발효 산업 투자로 순창의 미래 100년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산악 관광을 기반으로 100년 동안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순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순창=김정엽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