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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이야기] 큰산개구리 - 가장 먼저 겨울잠 깨고 번식 시작… 새처럼 '꾸르륵 꾸르륵' 운대요

by 맥가이버 Macgyver 2023. 2. 23.

[동물 이야기] 큰산개구리 - 가장 먼저 겨울잠 깨고 번식 시작… 새처럼 '꾸르륵 꾸르륵' 운대요

 

큰산개구리

 큰산개구리는 개구리 중 가장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난답니다. /위키피디아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3월 6일)이 되려면 12일이 더 남았는데요.
제주도에서는 일찌감치 지난달에 알까지 낳은 부지런한 개구리가 있어요.
바로 큰산개구리입니다.
얼마 전까지 '북방산개구리'라고 불리다가 최근에 이름이 바뀌었어요.
19세기에 우리나라보다 북쪽에 있는 러시아에서
과학자들이 발견해 처음 보고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에 사는 종류는 러시아산(産)과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게 확인돼
새로 '큰산개구리'라는 이름을 갖게 된 거죠.

큰산개구리는 '봄의 전령' 개구리들 가운데서도
가장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나 번식을 시작하는 종류 중 하나랍니다.
원래 번식이 시작되는 시기는 2월이었는데 기후 온난화로 한 달가량 앞당겨지면서,
제주도에서는 12월에 알을 낳는 모습을 볼 수도 있대요.
다만 온도가 낮은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는 4월이 돼야 번식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지역 큰산개구리들은 아직도 쿨쿨 겨울잠을 자고 있을 거예요.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가 어린 개구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먹이 사정이나 수온 등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길게는 120일까지 걸린대요.
환경부는 2010년 큰산개구리를 '기후변화생물 지표종'으로 지정했답니다.
기후변화에 생태가 영향을 받기 때문에 관찰이 필요하다는 거죠.

몸길이는 최장 7㎝까지 자라요.
등 쪽은 적갈색을 띠고 있고 검은 반점이 나 있죠.
큰산개구리를 비롯해 상당수의 개구리는 번식철이 될 때
수컷의 앞다리의 첫 번째 발가락에 '생식혹'이라고 불리는 혹이 자라나요.
 
이 혹은 수컷이 암컷 위에 올라탄 다음 떨어지지 않고 꼭 잡을 수 있게 해주죠.
우리나라 개구리들 대부분은 암컷과 수컷의 성비가 1대3 정도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번식철마다 수컷 개구리들이 암컷을 놓고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죠.
 
생식혹은 경쟁자 수컷을 밀쳐낼 수 있는 무기 역할도 해요.
짝짓기가 끝나면 생식혹은 없어져요.
개구리 종류마다 생식혹이 발달하는 정도가 다른데요.
큰산개구리는 몸집에 비해 아주 크게 발달하는 편이래요.
반면 참개구리는 생식혹이 상대적으로 작고,
두꺼비나 무당개구리는 피부가 살짝 거칠게 부푼 정도에 불과하고,
청개구리는 아예 발달하지 않는대요.

큰산개구리는 개구리답지 않은 울음소리를 갖고 있는데요.
'개굴개굴' 우는 게 아니라 '꾸르륵 꾸르륵' 하고 우는데,
개구리 소리라기보다는 새 울음소리에 훨씬 가깝다고들 해요.
큰산개구리를 시작으로 이제 우리나라에 사는 많은 개구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연못이나 논두렁·호수 등에 알을 낳을 텐데요.
 
종류에 따라 알과 올챙이들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답니다.
두꺼비는 큰산개구리와 비슷하거나 조금 늦은 시기(2~3월)에 호스처럼 기다란 형태의 알을 낳고요.
참개구리와 청개구리는 주로 4월부터 6월까지 번식을 해요.
번식을 늦게까지 하는 종류로는 무당개구리·옴개구리·맹꽁이가 있는데
알을 낳고 부화한 올챙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한여름철인 8월에도 볼 수 있대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국립생태원 이정현 박사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