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동과 깨달음☞/♡ 좋은 글 모음

산도 보고 물도 보는 삶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12. 27.


 
 
 

산도 보고 물도 보는 삶 / 도종환

    나는 운이 잘 따라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불운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때 아버지가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내가 학교를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면,

    그때 우리 집이 그리 되지 않았다면,
    내가 하필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누군가 나를 조금만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를 한번만 더 질책하고 붙잡아 주었더라면,

    우리가 그렇게 가난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때 아프지 않았다면,
     친구가 아니었다면,
    내 인생은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지요.

    실제로 그 일이 당신의 인생을
    지금의 방향으로 바꾸어 놓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 때문에 당신의 인생이 많이 힘들었고
    지금처럼 고단한 길을 걸어오게 한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인생과 비교를 하면
    더 속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나보다 일찍 산정상에 오른 사람이 왜 부럽지 않겠습니까.

    한꺼번에 많은 것을 얻은 사람을 보면
    어찌 그렇게 되고 싶지 않겠습니까.

    나보다 조금 더 잘 생긴 사람을 보아도 부러운데, 많은 걸
    더 가진 사람을 보면
    어찌 선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차를 타고 가다 빈 자리가 많으면
    조금 더 전망이 좋아 보이는 자리,

    좀 더 편해 보이는 자리를 찾아
    여기 저기 옮겨다니는 게 사람의 심리인데
    어찌 좋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자꾸 올려다보며 비교하는 마음이 들 때
    조금 내려다보며 견주어 보면 어떨까요.


    물은 낮은 곳을 택하여 가지만 결국은 바다에 이릅니다.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삶을 선택했지만 물은 강을 이루어
    면면하고 유장하게 흘러갑니다.


    높은 곳에 있는 산도 험한 골짜기
    가파른 능선을 지닌 산일수록 더 아름답습니다.

    세계가 만일 100명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라면
    나는 지금 어떤 위치 어떤 수준의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마 다른 사람보다 많이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도 많지 않아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내 삶은 하위권에 속할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그러나 세계인구를 축소시켜 인구 백 명의 마을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한 명이고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두 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0명 중에 14명은 글을 읽을 줄 모르고
    75명은 적정 수준 이하의 주거환경에 살고 있으며
    1명은 굶어죽기 직전이며

    20명은 영양부족에 걸린 상태라고 합니다.

    그럴 리가 있느냐고 의아해 하거나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이 통계는 미국의 환경운동가 도넬라 메이스가 쓴  
    <세계 마을의 현황 보고>에 나오는 것인데요,
    '세계가 만일 1000명의 마을이라면'으로 시작하는 이 글은
    마을 사람이 1000명이라면 584명은 아시아인,
    123명은 아프리카인, 95명은 동서유럽인, 55명은
    소련인 등과 같이 더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퍼져 나간 이 글을 일본의 이쿠이나 이사무 선생이

    학급통신으로 보낸 것이 이케다 라는 사람에게 전달되어
    [세계가 만일 백 명의 마을이라면]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책대로라면 좋은 집에 살고, 먹을 게 충분하고,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선택받은 사람입니다.
    거기다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굉장한 엘리트입니다.


    더 나아가서 만약 전쟁의 위험,
    감옥에서의 고독, 고문으로 인한 고뇌,
    기아의 괴로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세계 인류의 상류 500만 명 중 한 사람인 셈이라고 합니다.

    만약 고통, 체포, 고문, 나아가서 죽음에 대한 공포 없이
    매주 교회를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지구상의 30억 인구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리고 사는 행운아입니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있고, 몸엔 옷을 걸쳤고,
    머리 위로는 지붕이 있어 잠잘 곳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 75%의 사람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살아 계시고,

    이혼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 미국에서마저도
    아주 드문 경우일 것입니다.

    만약 고개를 들고 얼굴에 웃음을 띄고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축복을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100명 중의 6명이 전 세계 부의 59%를 차지하고 있고,
    그 6명은 모두 미국인이어서
    많이 가진 사람들만 가까이서 쳐다보고 사니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많아 보이는 것일 뿐
    내가 갖고 있는 평범한 것을 갖지 못한 사람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냉장고에 오늘 먹을 것이 들어 있고 입을 옷이 있으며
    잠 잘 곳이 있다는 것이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다가
    이 지구촌 구석구석에는 오늘도 지붕이 없는 곳에서
    잠을 자거나 굶어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시는 것,

    내가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 있는 것,
    우리 가정이 존재하는 것,

    함께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
    또한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과 비교하면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가장 평범한 것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가장 불행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가장 고통 받으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가장 절망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람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통계치 하나 하나를 비교해보며
    내가 지금 어디에 속하는 가를 확인하고 안심하게 된다면
    내 삶이 불운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은 속단이었던 것입니다.

    내가 지금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한 것도
    내가 가지지 못한 것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들었던 생각입니다.

    잘 살펴보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많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요소들을 나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보다 잘 된 사람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을 쳐다보며 살지만,
    나만큼 가지지 못한 사람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사는 사람도 바라보며 살아야 합니다.

    산도 보고 물도 보아야 합니다.

    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름다우며
    우리와 함께 있자고 합니다.

    물은 우리가 어떻게 우리의 길을 가야하는지 일러주며
    우리 옆을 감돌아 흘러갑니다.

       

 

위 사진은 2005년 2월 1일 예봉산/예빈산 산행 時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