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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희5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 2011. 1. 15.
생명 / 고정희 고정희의 '생명'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돗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 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 2011. 1. 15.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 2011. 1. 15.
서시 / 고정희 서시 / 고정희 제 삶의 무게 지고 산을 오른다 더는 오를 수 없는 봉우리에 주저앉아 철철 샘솟는 땀을 씻으면, 거기 내 삶의 무게 받아 능선에 푸르게 걸어주네, 山 이승의 서러움 지고 산을 오르다 열두 봉이 솟아 있는 서러움에 기대어 제 키만한 서러움 벗으면, 거기 내 서러움 짐 받아 열두 계곡 맑.. 2008. 3. 2.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 2007.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