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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요☞/♧ 동물 · 식물

싸리나무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6. 10.

♣ 싸리나무 ♣

  
 
싸리에는 종류가 매우 많다.
싸리, 참싸리, 물싸리, 조록싸리, 잡싸리, 괭이싸리, 꽃참싸리, 왕좀싸리, 좀싸리, 풀싸리,
해변싸리, 고양싸리, 지리산싸리, 진도사리 등 가지수가
매우 많지만 어느 것이나 다같이 약으로 쓸 수 있다.

싸리나무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한테나 친근한 나무다.
초가을에 산기슭을 온통 연한 보랏빛으로 뒤덮는 꽃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또 꽃에 꿀이 많고 꽃향기가 좋아서 벌과 나비,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는다.

다래끼나 바지게, 지팡이, 회초리 등으로
가장 흔하게 쓰는 나무여서
서민들의 생활과 가장 가까웠던 나무라고도 할 수 있다.
싸리나무를 한자로는 호지자, 또는 소형, 모형, 형조,
녹명화, 야합초, 과산룡, 야화생, 등으로 쓴다.

싸리나무는 콩과에 딸린 잎지는 떨기나무다.
키가 2~3미터 자라고 지름은 2~3센티미터까지 자란다.
드물게 팔뚝만큼 굵은 것도 볼 수 있다.

잎은 세 개의 타원꼴로 된 쪽잎이고 연한 분홍빛 또는 연한 보랏빛 꽃이
9~10월에 피어 가을에 지름 2~3밀리미터 되는 둥근 씨앗이 달린다.
우리나라 어디에나 잘 자라는데 특히 큰 나무가
우거지지 않은 양지쪽 산비탈에서 잘 자란다.

싸리나무는 보통 팔뚝 굵기 이상으로 자라지 않지만
옛날에는 아름드리로 자란 것도 더러 있었던 것 같다.
옛 기록을 보면 경북 봉화의 청량산에는 아름드리 싸리나무가 숲을 이루었다고 하고
경북 안동에 있는 언어헌이라는 정자의 기둥을 싸리나무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전남 승주군 조계산에 있는 송광사에는 비사리 구시라고 부르는
싸리나무로 만들었다는 거대한 구시가 하나 있다.
 
옛날, 이 절의 승려가 3백 명이나 되었을 때 밥을
퍼서 담는 데 쓰던 거대한 나무통인데
몇 아름이나 되는 싸리나무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것 말고도 싸리로 만들었다는 절간이나 일주문의
기둥이 나라 안에 여러 개 남아 있다.

싸리나무는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면서도 탄력이 있으며
잘 썩지 않아서 소쿠리나 광주리,
바지게 같은 것을 만드는 데 많이 쓴다.

<성경통지盛京通志>라는 책을 보면
싸리는 회초리 같으며 가지가 가늘고 부드러워서
바구니나 둥근 광주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홍싸리로는 광주리, 종다래끼, 바구니, 고리, 삼태기,
바소쿠리, 싸리비 같은 것을 만들고 조록싸리는
단단하고 줄기가 굵고 커서 지팡이를 만들고
지붕을 이었으며 울타리와 문을 엮어서 세우는 데 썼다.

싸리로 만든 문을 사립문이라고 하여 시골 서민들 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문이었다.
사립문은 여진족한테서 전해진 풍습으로 북쪽 지방의 사람들이 많이 만들었다.

또 천연두는 역신疫神의 장난으로 여겼던 옛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면  싸리로 작은 말을 만들어
발병한 지 12일째 되는 날에 천연두 귀신을 내쫓는 푸닥거리를 했다.

천연두 귀신을 싸리말에 태워 보내면 천연두가 낫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 밖으로 내쫓는 것을 일러
‘싸리말을 태운다’는 곁말이 생겼다고 한다.

싸리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빛깔과 질감이 좋으며
가운데가 깨끗하게 잘 쪼개지므로 윷을 만들기에 가장 좋다.

<경도잡지京都雜誌>라는 책에 보면 붉은 사리 두 토막을
반씩 쪼개어 네 쪽으로 만들어 윷이라고 했으며
길이는 세 치에서 작은 것은 콩 반쪽 만한 것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박달나무로 윷을 만든다.

싸리는 겨울철 땔감으로 매우 훌륭했다.
줄기에 기름이 많이 들어있어 젖은 상태에서도 불이 잘 타고 불심이 좋으며
연기가 나지 않고 오래 타는 까닭에 밥을 짓는 땔감으로 가장 좋았다.

송강 정철의 가사 가운데
싸리나무 땔감을 팔던 풍속에 대한 노래가 있다.

댁들에 나무들 사오.
저 장사야 네 나무 값이 얼마 외는가,
사자.
싸리나무는 한 말 치고 검부나무는 닷 되를 쳐서
합하여 헤면 마닷되 받습네.
삿되어 보으소,
불 잘 붙습느니,
한적곧 보면은 매양 삿때이자 하여라.
 

 

위 사진은 2007년 6월 6일(수) '북한산성 16성문 순례' 時 

수문지에서 서암문으로 오르는 성곽길에서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