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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달개비꽃 피는 창문 / 나희덕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8. 3.

♣ 달개비꽃 피는 창문 - 나희덕 ♣

 

  

 

그 창문은 내 발길 아래 있다
지하의 방 한 칸
세상의 볕이 잠시 모였다 흩어지고
별조차 내려오지 않는 창문에
달개비꽃 먼지를 뒤집어쓰고 피어난다


버석거리는 밥술과
자욱한 꿈자리
창에 들이친 흙탕물은
지나가던 내 발걸음 때문이었나
한때 가난은 나의 것이기도 했는데
가난조차 잃어버린 발길이
함부로 내딛다가 멈춘 자리


지하의 방 한 칸
오랜만에 불기를 넣었는지
낮은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탄가스가
서성거리는 내 발목을 휘감는다


가난의 독기는
이제 땅 위의 목숨에게로 흘러간다
달개비꽃 파랗게 질린 입술로 떨고 있다


   늘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위 사진은 2007년 7월 28일(토) '관악산(낙성대-연주대-낙성대) 산행' 中

 연주대 아래 철제 헬기장부근에서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