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는 산을 바라보고 나이가 들면 사막을 바라보라.
더이상 슬픈 눈으로 과거를 바라보지 말고
과거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라.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 할 수 있다.
오늘을 어머니를 땅에 묻은 날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첫 아기에게 첫 젖을 물린 날이라고 생각하라.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분노하지 말고
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침밥을 준비하라.
어떤 이의 운명 앞에서는 신도 어안이 벙벙해 질 때가 있다.
내가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잔이 있으면 내가 마셔라.
꽃의 향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듯
바람이 나와 함께 잠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일에 감사하는 일일 뿐
내가 누구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내 손이 빈손이 되어야 한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 말고
무엇을 이루려고 뛰어가지 마라.
아무도 미워하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 말고
가끔 저녁에 술이나 한 잔 해라.
산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내려와야 하고
사막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먼저 깊은 우물이 되어야 한다.
- 정호승의 시집 [포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