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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 대한민국 에코투어 1번지 순천만 [중앙일보]

by 맥가이버 Macgyver 2008. 9. 23.

저 붉은 갯벌, 은빛 갈대가 180만명 불러 모았다

 

17일 오후 녹색 갈대와 붉은 칠면초가 함께 어우러져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右).염도가 높은 땅에서 자라는 칠면초는 봄에 초록색, 여름철에 붉은색, 늦가을에 노란색이 되는 등 시기에 따라 일곱 가지 색깔을 띤다. 탐방객들이 목재 탐방 데크를 따라 걸으며 갈대숲을 감상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그저 한적하고 평범한 바닷가였는데… 세계가 알아 주는 곳이라 하고 매일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 오니, 우리도 놀랍소.”

순천만 인근 대대마을에서 14대째 산다는 한석주(68)씨는 “지금 논 자리들도 옛날엔 다 갈대밭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뻘과 갈대가 이렇게 구경거리가 돼 관광객을 몰고 올 줄 정말 몰랐다”고 말했다.

순천만 초입은 오래전부터 갯벌이 발달하고 은빛을 머금은 갈대가 우거져 각종 새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습지·조류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들이나 찾는 곳이었다.

1996년에는 순천시가 홍수 때 동천 하류의 물이 잘 빠지게 한다며 준설을 시도했다. 전남지역동부사회연구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골재를 파 내면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 98년 9월 준설을 중지시켰다.

이때부터 순천시도 갯벌·갈대·조류 등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 간척해 논으로 변한 곳들을 사들여 습지로 되바꾸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97년 모두 1㎢가량이었던 갈대 군락이 현재 2.3㎢로 불어났다. 먹이 섭취와 휴식을 보장하는 환경 수용능력이 커짐에 따라 서식하고 도래하는 새의 종류와 개체 수도 늘어났다.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의 경우 월동 개체 수가 97년 약 70마리에서 2003년 130여 마리, 2007년 270여 마리로 늘어났다.

순천시는 보전에 그치지 않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나섰다. 2005년 갈대밭 사이에 보행 데크를 놓는 등 생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기본 편의시설을 갖췄다. 그리고 2006년 1월 람사르협약에 우리나라 연안(갯벌) 습지 가운데 처음으로 등록한 후부터 아름다운 경관과 생태적 가치를 집중 홍보했다.

◆자연과 개발의 상생=순천만은 경관이 빼어날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규모 연안 습지 가운데 유일하게 온전히 남아 있다. 낙동강·금강·영산강과 달리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은 하류를 둑이나 하구언으로 막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하천 민물과 바닷물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곳에 다양한 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다. 그 결과 두루미·백로·오리·갈매기류 등 20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도래한다.

갯벌과 갈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도 한다. 순천만과 인근 벌교 해역에 고막·피조개 등 수산물이 풍부하고 질이 좋은 것도 이 덕분이다. 김학수(43)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사무국장은 “도심과 자동차로 15분 거리밖에 안 되고, 사람들이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면서도 자연생태를 잘 보전한 점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시내를 지나는 동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리고 둔치에 꽃 등을 많이 심어 공원처럼 활용하고 있다. 또 도심서 순천만까지 자전거도로를 개설했다.

◆탐방객 급증에 부작용 우려도=순천만 탐방객은 2000년대 중반까지 연간 10만~20만 명이었다 2007년 180만 명으로 급증했다. 겨울철에는 월동하는 새떼를 구경하러 오는 탐조객이 줄을 이어, 전국에서 겨울철 탐방객이 가장 많은 관광지로 자리를 잡았다.

주변 음식점들은 손님이 3~4년 전에 비해 평일은 50%, 휴일은 배 이상 늘었다. 순천시는 앞으로 관람료를 받기 시작하면 연간 수십억원씩 세 수입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갈대를 이용한 차·와인·술 등도 개발하는 등 ‘순천만 산업’의 볼륨을 키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탐방객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의 고병설(40) 박사는 “순천만은 잘 보전해 지금 빛을 보고 있다”며 “역설적으로 이를 훼손하면 그 빛을 잃는다는 얘기며, 세계적인 생태 관광지의 꿈도 무너진다”고 말했다.

조계중(44·공원휴양학) 순천대 교수는 “관광객 유치에 집착해 개발을 많이 할 경우 순천만의 매력인 흑두루미 등이 더 이상 오지 않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순천만 주변엔 목포~광양 고속도로를 건설 중이고, 태양광발전소와 비닐하우스가 들어서고 있다.

이해석 기자

◆람사르협약=‘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1971년 이란의 해안도시인 람사르에서 채택, 75년부터 발효된 국가 간 협약이다. 람사르사무국이 중요성을 인정한 우리나라 습지는 순천만 등 연안 습지 2곳과 창녕군 우포늪 등 내륙 습지 6곳이다.


노관규 순천시장 “생태관광의 힘, 우리도 놀랐다”

 “갯벌과 갈대 군락, 철새 모두 매력적인 자원입니다. 남들이 개발로 갈 때 역으로 이를 보전하고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한 게 주효했습니다.”

노관규(48·사진) 순천시장은 “더 자연적으로, 원시적으로 가야 한다”며 “순천만이 세계적 생태관광지로 발돋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노 시장은 매산고 졸업 후 서울에서 세무 공무원 생활을 하다 32세 때 제34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대검 중수부 검사 시절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과 김영삼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씨 수사에 참여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다 2006년 7월부터 민선 시장을 맡고 있다.

-생태계 보전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매립 국가’로 낙인이 찍혀 있다. 그러나 순천시는 매립해 농경지로 쓰고 있는 곳들을 습지로 되살리는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동천 하류 양쪽의 농경지 104만4000㎡를 사들여 수생식물을 심고 물고기들을 넣었다. 이 내륙 습지에 왜가리·중대백로가 날아들고 있다. 밀물 때도 새들이 쉬고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습지와 연접한 논 1만㎡를 매입해 조류 쉼터로 내놓았다.”

-생태관광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데.

“우리도 놀랍다. 3년 전 자연 생태관을 연간 관람객을 70만 명으로 잡고 지었는데, 이미 곱절을 넘었다. 21세기 들어 관광 추세가 생태 쪽으로 가고 있다. 2012년 여수엑스포는 순천만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박람회장까지 차로 15분 거리밖에 안 된다.”

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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