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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글 모음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 이원규

by 맥가이버 Macgyver 2008. 12. 1.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 이원규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 이원규

 


이제 남은 것은 길을 지우는 일
물고기는 헤엄을 치며 저의 지느러미로 물 속의 길을 지우고.
새는 날며 저의 깃털로 공중의 길을 지우지요.
마침내 나도 길을 지우며 처음처럼 가리니.
그대 또한 길이 아닌 곳으로 천천히 오시기 바랍니다.

 

오래 걷다 보면 걷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가 있고
또,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조차 멍할 때가 있습니다
너무 그리워하다 보면
문득 그 얼굴이 잘 떠오르지가 않는 것처럼 말이지요.
바로 그 순간이 기다림의 절정입니다.
기다림은 대문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누군가에게로 가는 것.

 


위 사진은 2008년 11월 30일(일)

만추산행-수리산 산책로와 수리산 임도 따라 送秋迎冬 산책을 다녀오면서

수리산 임도 中 동막골 임도 구간을 걸어가다가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