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상·전라 도보후기☞/☆ 거제도의 산&길

[거제도 도보여행을 준비하며] 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by 맥가이버 Macgyver 2008. 12. 25.

[Let’s Go] 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서울신문 | 기사입력 2008.12.25 03:26


[서울신문] 거제도의 바다는 웅장하다.

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

 몇 해 전 홍포와 태양을 주제로 한 사진으로 세인들의 입에서 탄성을 뽑아낸 작가가 있다.

'시간을 찍는 사진가' 서성원(44)씨.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거제도의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다 홍포의 아름다움에 빠져 여태 떠나지 못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태양과 달,그리고 별의 궤적이 대부분이다.

특히 사진 전문가들이 태양의 궤적을 담는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 여길 때도 그는 공장의 용접용 필터로 해를 찍었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며칠씩 셔터를 열어 빛을 빨아들였다.

광기에 가까운 그의 지독한 열정 덕에 일상적인 풍경들이 새로운 사진의 영역이 되었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의 손에 이끌려 햇살 가득한 거제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았다.

 

 

 

 

 

 

 

 

무지개 마을로 알려진 홍포의 비경

거제는 지금 피보다 붉은 동백이 한창이다.

동백은 필 때보다 떨어졌을 때가 더 아름다운 꽃.

머지않아 꽃봉오리가 통째로 질 때면 거제의 해안도로는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 터다.

서 작가 작품 대부분의 모태가 된 곳이 홍포다.

주민들은 저녁 노을에 무지개가 뜬다고 해서 '무지개 뜨는 마을'이라고도 부른다.

새벽녘 무지개마을을 출발해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를 따라 여차방향으로 가던

서 작가가 도로변 샛길을 따라 갯바위 아래로 내려섰다.

도로 위에서라면 전혀 볼 수 없는 곳이다.

열흘이건 보름이건 사진을 찍을 때면 늘 텐트를 치던 곳이란다.

왼쪽으로 대·소병대도가 지척이고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바다와 통영의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다.

가운데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

이런 곳에서의 해맞이는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 될까.

여명의 바다 위로 점점이 떠있는 고깃배의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수평선 주변이 서서히 여명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뭍과 바다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시뻘겋게 달궈진 해가 거제 바다를 뚫고 솟아올랐다.

순간이고 찰나였다.해가 뿜어내는 빛으로 사위는 온통 붉게 물들었다.

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

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

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홍포에선 일출·일몰 다 볼 수 있어
홍포는 앉은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단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지는 이맘 때라야 가능하다.

홍포의 이름도 따지고 보면 해넘이 풍경에서 비롯된 것.

그러나 정작 서 작가가 해넘이 전망 포인트로 이끈 곳은 상동동 계룡산(566m)이었다.

거제도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산으로,

정상 못 미친 곳에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통신대 건물의 잔해가 남아 있다.

서 작가는 "건물 잔해 너머로 지는 해가 슬프도록 아름다워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

용광로처럼 타올랐던 태양이 뉘엿뉘엿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자취를 감출 무렵,

통신대 건물이 길게 땅그림자를 남기며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도해 해넘이 풍경의 절정.

거제만과 통영쪽 다도해 사이로 빨려들어가는 해가 더없이 장엄하고 화려하다.

장승포에서 상동동 방향으로 가다 용산마을에서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 오르면 계룡산 통신대 유적지가 나온다.

●에티오피아 황제가 일곱 번 '원더풀' 외친 '황제의 길'
거제도가 자랑하는 절승의 하나가 해안도로다.

길이가 무려 398㎞에 달한다.

면적으로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해안도로 길이는 제주도보다 길다.

바다를 품은 해안도로를 따라 섬 전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쯤.

다만 장승포항을 기준으로 북쪽보다는 홍포,해금강 등 경승지들이 늘어선 남쪽이 권할 만하다.

거제의 남쪽은 그야말로 비경의 연속이다.

명승 2호로 지정된 해금강과 신선대, 바람의 언덕(작은 사진), 학동몽돌해수욕장 등은

물론이려니와 해안 마을 어디를 가도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도로는 '황제의 길'이다.

망치삼거리와 구조라해수욕장을 잇는 14번 국도의 한 부분으로 길이는 4.5㎞ 남짓.

1968년 거제도를 비공식 방문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가

망치고개에 올라 거제바다를 바라보며 일곱번 '원더풀'을 외쳤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하지만 황제도 보지 못한 도로가 있다.

여차와 홍포를 잇는 비포장길이 그것으로, 거제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펼쳐 보인다.

3.3㎞ 구간에 대·소병대도와 매물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들어차 있다.

한적한 섬을 원한다면
소매물도
가 좋다.

등대섬으로 잘 알려진 곳.

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도에서 더 가깝다.

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 30분쯤 걸린다.

글·사진 거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 가는 길 : 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 맛집 : 요즘 거제엔 굴이 제철.

거제면 내간리 송곡굴구이는 굴을 쪄서 내는 굴구이 '원조'로 입소문 난 집이다.

굴구이(4인 기준)는 1만 8000원,굴무침 1만 2000원.632-7255.

▲ 잘 곳 : 최근 문을 연 관광호텔 '상상속의 집'이 정갈하다.

객실 크기나 시설 등이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수준.

바다쪽 전망도 좋아 모든 객실에서 해오름의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

창가 쪽에 자쿠지시설도 갖췄다.

장승포에서 지세포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

평일 14만원,주말 17만원.inspirationpoint.co.kr,682-5251~2.

'맛있는 정보! 신선한 뉴스!' 서울신문(
www.seoul.co.kr


- Copyrights ⓒ서울신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