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년 07월 12일(일)장맛비 내리는 안양천의 꽃들
▼ 금사매(망종화)
▼ 능소화
능소화 - 강세화
한창 나이에 죽은 친구 생각이 나면
소백산 구인사 큰법당 내려오는 계단가에
애절한 사랑을 변변히 내색도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피어있는 꽃을 보러가자
남몰래 만났다가 아쉽게 헤어지고
가까이 아득히 생생한 기척을 좇으며
한 생애 넘보다 주저앉은 형국으로
뚝 떨어져 빤하게 승천하는 꽃이여
별나게 곰곰이 그리움이 앞서서
대낮을 골라 보란 듯이 지면서
훨씬 가까이 잇대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나도 어쩌면 이쯤에서 그러고만 싶으니
능소화 - 오세영
배신의 상처가 얼마나 컸으면
이다지도 아름답더냐.
체념의 슬픔보다 고통의 쾌락을 선택한
꽃뱀이여,
네게 있어 관능은
사랑의 덫이다.
네 부드러운 몸둥이
다리에서 허벅지로, 허벅지에서 가슴으로,
칭칭 감아 올라
마침내
낼룽거리는 혀로
내 입술을 감쌀 때
아아, 숨막히는 죽음의 희열이여,
배신이란 왜 이다지도
징그럽게 아름답더냐.
능소화 편지 - 이향아
등잔불 켜지듯이 능소화는 피고
꽃 지는 그늘에서
꽃빛깔이 고와서 울던 친구는 가고 없다
우기지 말 것을
싸웠어도 내가 먼저 말을 걸 것을
여름이 익어갈수록 후회가 깊어
장마 빗소리는 능소화 울타리 아래
연기처럼 자욱하다
텃밭의 상추 아욱 녹아 버리고
떨어진 꽃빛깔도 희미해지겠구나
탈 없이 살고 있는지 몰라
여름 그늘 울울한데
능소화 필 때마다 어김없이 그는 오고
흘러가면 그뿐 돌아오지 않는단 말
강물이야 그러겠지
나는 믿지 않는다
능소화 - 김윤자
어머니, 지금
일흔 세 개 생명의 촛대 들고
능소화 허릿길 휘휘 돌아
하늘로 오르신다.
가슴에 또아리 튼 몹쓸 병마는
하나씩, 둘씩 빛을 지우고
여름이 지는 날, 한줌 소나기에
부서지는 잿빛 희망
흙마당에 덩그러니 누워
채 눈감지 못한 저 눈부신 슬픔
시린 세월, 눈먼 꼭둑각시로
사랑의 독항아리
씨물까지 다 퍼주고
바싹 마른 우렁이 껍질, 빈몸
어머니,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하여
연황빛 고운 입술
하늘 이슬로 목축이시며
삭은 나무 등을 빌어 오르시더니
하룻밤 찬비에
저리도 쉬이 으스러지실까.
능소화 감옥 - 이정자
능소화 꽃술에 머리를 쳐 박고
염천을 능멸하는 운우지정의
꿀벌 한 마리
꿀의 주막에 빠져 있다
나부끼는 바람과 햇살
불의 사막을 걸어서라도
가 닿고 싶은 매혹과 도취
능소화 꽃잎 속은
달디단 열락의 감옥이다
아낌없이 제 향기 제 몸 내어주는
능소화의 꿀을 따고도
한 점 상처도 흔적도 없는 저 자리가
오늘 내게는 신전이다
▼ 무궁화
무궁화 - 박두진
빛의 나라 아침 햇살 꽃으로 핀다.
머나먼 겨레 얼의 굽이쳐 온 정기,
밝아라 그 안의 빛살
은은하고 우아한,
하늘땅이 이 강산에 꽃으로 핀다.
초록 바다 아침 파도 물보라에 젖는다.
동해, 서해, 남해 설램 오대양에 뻗치는,
겨레 우리 넋의 파도 끓는 뜨거움,
바다여 그 겨레 마음 꽃으로 핀다.
무궁화, 무궁화,
낮의 해와 밤의 달
빛의 나라 꿈의 나라 별의 나라
영원한 겨레 우리 꿈의 성좌 끝없는 황홀,
타는 안에 불멸의 넋 꽃으로 핀다.
그 해와 달
별을 걸어 맹세하는 우리들의 사랑,
목숨보다 더 값진 우리들의 자유,
민주, 자주, 균등, 평화의 겨레 인류 꿈,
꽃이여 불멸의 넋 죽지 않는다.
무궁화 - 정일남
나무의 몸이 할 말이 있어 꽃을 밖으로 내보냈다
한 송이의 꽃이 상징하는 의미가 여러 겹이다
많은 말의 봉오리가 매달려
어제 피었던 아침이
오늘 여전히 날빛으로 피어난다
저것이 유구한 대물림이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피 흘리며 책임을 다한 뒤에
떨어진 목숨은 제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우산 말아 접듯 곱게 몸을 오므려 마지막을 장식한다
죽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혼례 같다
어떤 종말이 저런 흉내 낼 수 있을까
꽃 핀 아침보다 떨어진 고요의 저녁이 눈부시다
가장 약한 존재를 문장처럼 표현하는 것
꽃 피고 꽃 지는 하루가 유정하고 무궁하다
너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으니까
오늘 해가 떨어져도 내일 다시 필
봉오리의 힘이 터질듯 팽팽하다
은근과 끈기의 사랑이어라 - 명위식
-무궁화 無窮花
뻐꾹새 우는 봄날
고향집 울타리, 거친 들판
어디서나
화사한 미소 순수한 빛으로
새로이 피고 지고 또 피어
어지러운 세상 모진 풍파 견디며
아늑하고 즐거움으로 자족하는
그대는 무궁의 꽃이어라
한 송이 한 송이
아침나절 이슬 머금고 함박피어
해질 무렵 소리 없이 지는
정결한 아름다움이여
단단한 껍질을 가졌음에도
꺾이지 않는 유연함을 지녔으니
그대는 정녕 겨레의 슬기를 닮았음이라
햇살 따사로운 봄 화려한 미소로 다가와
찬바람 불고 서리 내리는
가을날에도 찬란한 영광으로
배달의 혼 불 밝혀 주는
그대는 은근과 끈기의 사랑이어라
▼ 아기원추리
▼ 원추리
원추리 - 김윤현
원추리는 얼굴이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곁에 있는 풀들도
자신처럼 뿌리를 내릴 것과
줄기를 세워 햇빛을 받아들이고
예쁜 꽃을 피워 열매를 맺으려는 것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며 살아갑니다
곁에 누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면
정녕 우리가 건네는 사랑마저도
마른 가지처럼 굳어질 거라며
원추리는 대궁을 안테나처럼 높이 솟아 올려
누군가 슬픔에 우는 소리를 내면
계곡 너머로 알려 슬픔을 같이하려 하고
누군가 기쁨의 소리를 내면 계곡 너머로 전하여
기쁨을 함께 나누려 하는 것 같습니다
잎이나 꽃이 수수해도 향기가 별로 없어도
원추리는 내 가슴에 오래도록 피어있습니다
원추리꽃 - 서정윤
꺽어줄
이름을 불러주던
지친 원추리
지친 흔들림으로
어지러운 하늘이다.
지나가는 모습으로
떠나지 못하는
정원에 있는 그림에서
내 따스한 가슴을 열면
어느새
열려 있는 우리들끼리의 낱말
소담스레 주우며
그리움의 하늘, 한편을
곱게 그리고 있다.
긴, 태양의 질문에
무관심의 자세로 서서
내 바라던 희망의 모자를 벗으면
이제 배워버린 기다림의 표정으로
여느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고 있다.
원추리 - 손정모
치솟은 산봉우리 위로
운해(雲海)는 연막처럼 아득한데
노고산 능선을 뒤덮어
노랗게 물결치는
맑은 눈매의 그대
폭우와 열기마저
깔끔하게 삭인 채
강풍에 휩쓸린
풀잎을 헤치고
보름달처럼 떠올라
산자락을 적시며
환하게 미소짓는 그대.
▼ 능소화와 원추리
▼ 마티리
▼ 부용
▼ 샤스타데이지
▼ 분홍바늘꽃
▼ 톱풀
▼ 아기원추리
▼ 무궁화
▼ 마타리
▼ 능소화
▼ 벌개미취
▼ 달맞이꽃
▼ 능소화
▼ 금사매(망종화)
▼ 등꽃이 다시 피었네...
등나무
콩과(―科 Fabaceae)에 속하는 낙엽 만경식물로 10m까지 길게 뻗으면서 자란다.
어린 가지는 밤색이다.
잎은 어긋나고 13~19장의 잔잎들이 날개깃처럼 달려 있는 겹잎이며 잔잎은 난형이다.
잎의 앞뒤에 털이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지고 잎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고 5월에 가지끝이나 잎겨드랑이에 총상(總狀)꽃차례를 이루어 핀다.
잔털이 있는 협과(莢果)는 9월에 익으며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그 속에 들어 있던 씨들이 멀리 퍼진다.
산이나 들에서 자라기도 하지만 흔히 집안의 뜰이나 공원 등에 녹음수로 심고 있는데,
양지바르며 다소 물기가 많은 흙에서 잘 자란다.
흰 꽃이 피는 백등나무(W. brachybotrys for. alba),
겹꽃이 피는 겹등나무(W. floribunda var. violaceaplena) 등도 흔히 심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 견곡면 오유리, 부산 금정구 청룡동 범어사 및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 뜰에서 자라는 등나무는
각기 천연기념물 제89, 176, 25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일이 까다롭게 뒤얽히어 풀기 어려울 때 ‘갈등(葛藤)’이란 낱말을 쓰는데,
갈은 칡을, 등은 등나무를 가리키는 한자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칡은 왼쪽으로 감아올라가므로 이 두 식물이 한곳에서 만나면 서로 먼저 감아 올라가려 하기 때문에
일이 뒤얽히게 된다는 것이라 한다.
이전에는 섬유나 종이 또는 그릇을 만들어 썼다고 하나 지금은 거의 쓰지 않고 있다.
申鉉哲 글
등나무 아래 서면 - 홍해리(洪海里)
밤에 잠 깨어 등나무 아래 서면
흐느끼듯 흔들리는
보랏빛 등불이
여름밤을 밝히고,
하얀 여인들이 일어나
한밤중 잠 못 드는 피를 삭히며
옷을 벗고 또 벗는다
깨물어도 바숴지지 않을
혓바닥에서 부는 바람
살 밖으로 튀어나는 모래알을
한 알씩 한 알씩
입술에 박아놓고 있다.
끈끈하고 질긴 여름나무
불꽃을
온몸에 안고 있다.
그을음 없이 맨살로 타던
우리는
약쑥 냄새를 띄기도 하고
소금기 가신 들풀잎마다
바닷자락을 떠올리기도 한다.
죽고 또 죽는 남자
등은 그렇게 뻗어 올라서
여름을 압도하고
알몸으로 남는 칠월의 해일
바람만 공연히 떼미쳐 놓아
우리의 발밑까지 마르게 한다.
등나무 그늘 아래서 - 안도현
길이 없다면
내 몸을 비틀어
너에게로 가리
세상의 모든 길은
뿌리부터 헝클어져 있는 것,
네 마음의 처마끝에 닿을 때까지
아아, 그리하여 너를 꽃피울 때까지
내 삶이 꼬이고 또 꼬여
오장육부가 뒤틀려도
나는 나를 친친 감으로
너에게로 가는
길이 없다면
등나무 아래 - 남유정(南宥汀)
달맞이꽃이 어떻게 피나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꽃 피기를 기다린 적 있었다는 사람
한 잎 펼쳐지면
또 한 잎 펼쳐지고
달빛 내리는 밤
달빛에 꽃잎 열리는 걸
아기 하나 태어나듯
바라고 지켜보았다는 사람
그 때 이미 마음으로
시를 썼던 사람
그 사람과 마주 앉은
등나무 그늘 속에 바람이 좋아
그가 길어오는 유년의 환한 추억 속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저만치 그늘 밖에 핀
달맞이꽃이
노랗게 웃음으로 다가오는
등나무 아래
등꽃 아래서 / 이해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라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 아래서면
눈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
세월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리
때가 되면 아낌없이
보랏빛으로 보랏빛으로
무너져 내리른 등꽃의 겸허함을
배워야 하리
등꽃 / 이외수
등꽃
제일 먼저 꽃 피는 것도
그대 등뒤에
제일 나중에 꽃 피는 것도
그대 등뒤에
돌아보아, 라고 문득 말하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네
아무튼 쓸쓸한 건 하늘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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