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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 도보후기☞/☆ 강화도의 산&길

월간 山 - [강화도 특집] 낙조 아름다운 수도권 최고의 진달래 명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4. 17.

[강화도 특집] 낙조 아름다운 수도권 최고의 진달래 명산

고려산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강화 고려산만큼 실감나게 하는 산은 일찍이 없었다. 산꼭대기에 알 수 없는 콘크리트 시설물과 육중한 안테나를 이고 있는 고려산은 애당초 접근할 생각조차 못하던 곳이었으며, 등산은 아예 엄두도 못 내던 산이었다.


높이도 436미터에 불과하니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산은 절대 아니었다. 고려산이나 진강산·혈구산처럼 400m를 넘는 산이 여럿 있어도 강화에서는 오로지 마니산이 전부였으며, 참성단에 오르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 해발 466m로 마니산보다 불과 3.4m 낮은 혈구산조차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었으니 고려산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무서운 속도로 모든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있는지조차 몰랐던 강화 고려산이 대한민국 최고의 진달래 명산으로 거듭난 게 이상하거나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 고려산 정상 일대의 진달래 군락지.

온종일 진달래 보며 걷기


정말 하루 온종일 질리도록 진달래만 보면서 걸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소월이 읊었던  ‘영변에 약산 진달래’도 그렇지는 못하리라. 그러나 고려산은 혈구산·퇴모산과 더불어 진달래 꽃길에서 꽃길로, 산길에서 산길로,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다가 어디만치 가서 잦아드는 듯싶으면 다시금 꽃에서 꽃으로 이어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봄 산을 찾은 이들의 가슴에 기어코 뜨거운 불을 질러놓고야 만다.


정말 질리도록 오로지 분홍빛으로만 온 산을 물들이며 타오르는 이 불은 이름 하여 ‘진달래불’. 봄바람에 사그러들 줄 모르고 타오르는 ‘가슴의 불’은 끄기도 힘들어서 진달래 다 지고, 온 산이 새 옷을 갈아입는 오월이 다 돼서야 진정이 된다. 그나마 불씨는 어딘가 한 구석에 그대로 남아 내년을 기약하면서 말이다.


2003년 4월 강화 고려산 진달래축제는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에 분홍빛 ‘진달래불’을 지피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5년의 세월이 또 지나고 진달래는 그 영역을 해마다 넓혀 나가면서 사람들을 전국적으로 더 많이 불러 모았다.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는 ‘진달래 불길’을 무덤덤하게 피해나갈 장사는 없다.


산꾼이건 아니건, 부자건 가난뱅이건, 잘났건 못났건 고려산 진달래밭에 들면 모든 분별이 없어지고, 속세의 시름을 잊으며, 취한 듯, 세상을 모두 얻은 듯 행복해진다. 수백 만, 수천 만 송이로 피어난 진달래꽃이 일제히 뿜어내는 영롱한 정기를 받으며 사람들은 손에 손을 잡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무한정 제공되는 축복과도 같은 봄 산의 아름다움을 흥청망청 탐닉하는 욕심도 부려본다. 그래야 기껏 열흘이런가……. 강화 고려산은 여수 영취산과 더불어 그렇게 전국적인 진달래 명산으로 거듭나고야 말았다.


▲ 고비고개에서 혈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있는 쉼터. 가장 짧은 코스로 정상까지 1시간쯤 걸린다.

이해 불가, 설명 불가인 ‘진달래불’
고려산 정상 미군기지의 미군들은 이른 아침부터 몰려들어 고려산 정상 일대를 가득 메우는 인파가 도대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해마다 4월이면 반복되는 현상이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hill) 수준밖에 안 되는 이 조그마한 봉우리를 저마다 배낭 하나씩 둘러메고 끊임없이 올라오는 무수한 ‘코리안’들……. 산을 온통 진달래로 뒤덮어놓은 열성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 진달래를 보려는 한 가지 일념만으로 똘똘 무장한 채 하루에도 수만 명이 산으로 올라가는 광경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기도 할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꽃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 매년 봄 고려산에 오르는 길은 벌써 십 리 밖 들녘부터 꼬리에 꼬리를 문 사람들의 행렬이 몇 날 며칠이고 지칠 줄 모른 채 이어진다. 


▲ 오련지. 고려산 정상 바로 아래 있다.

마니산이 아니라 혈구산이 국토의 중심지


한강·임진강·예성강이 모두 만나서 바다로 흘러드는 곳, 거기에 강화가 있고 혈구산이 솟아 있다. ‘혈구(穴口)’는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구멍 입구’이니 강의 입구를 굽어보고 있는 혈구산의 지리적 위치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2007년 강화군에서는 이 산 꼭대기에 표지석을 하나 세웠다. 여느 산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정상 표지석 같지만 그 뒷면에는 ‘한반도의 중심 江華!’라고 새겨져 있어 관심을 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해 혈구산 정상에서 ‘백두산 정상까지 499km 한라산 정상까지 486km’라고 밝히고 있다.


신정일씨는 2004년에 펴낸 그의 저서 <다시 쓰는 택리지1-경기 충청편>을 통해서 “마니산은 한반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 산의 정상에서 남쪽 한라산까지와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강화도가 백두산과 한라산 사이의 중간쯤 되는 지역이라고 하면 대충 맞지만, 마니산이 두 산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한라산과 백두산 사이에서 똑같은 거리가 되는 정확한 지점을 따져보면 실망스럽게도 마니산은 ‘그 중간 지점’에서 남쪽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해서 혈구산 정상 표지석을 통해 강화군이 밝힌 대로라면 ‘그 중간 지점’은 혈구산에서 정확하게 백두산 방향으로 북쪽 6.5km 지점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누구라도 지금 당장 인터넷 구글어스에서 손쉽게 확인해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구글어스의 한반도 위성영상 지도상에서 백두산과 한라산 사이의 정확한 중간 지점은 송해면 들판 어디쯤으로 양쪽 산에서 똑같이 492.5km 떨어진 곳이다. 들판 어디쯤이라고 말하기 뭣하면 사적 137호 부근리 고인돌 일대의 들판에서 동쪽으로 2km 떨어진 논 한가운데라고 말하는 게 보다 알아듣기 쉽겠다.
 


고려산 진달래 촬영을 하려면…
강화로닷컴(
http://ganghwaro.com)에서 진달래 축제 기간 전부터 날짜 별로 개화 정도를 알아볼 수 있다. 고려산 진달래 촬영 포인트는 오전 시간대에 전망대보다 전망대 아래쪽 계곡이 낫다. 백련사에서 고려산 정상으로 향하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지 말고 반대로 내려가다 보면 좋은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주말을 피하고 평일 아침 일찍 가야 백련사까지 승용차로 올라갈 수 있으며,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짙은 안개가 끼는 날이 많기 때문에 전날 기상예보 확인은 필수.

산행길잡이


고려산은 산행 들머리가 네 군데 있다. 정상에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백련사 코스는 하점면 부근리 고인돌공원에서 2km 포장도로를 따라 백련사까지 간 후 등산로가 이어진다. 고려산 동쪽에 있는 청련사는 301번 지방도에서 1km밖에 되지 않아 백련사보다는 차편을 이용한 접근이 유리하다.


내가면 고천리 마을회관 들머리는 적석사와 낙조대를 거칠 수 있어서 좋으며, 정상 일대의 진달래 군락지를 둘러본 후 돌아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고려산 산행은 미꾸지고개를 들머리로 잡아야 제대로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진달래 축제기간 중에는 산행보다 주차장에서 산행들머리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미꾸지고개에서 출발하면 315봉과 낙조봉 일대의 진달래 군락지도 감상할 수 있다. 중간에 고인돌군을 보는 수확도 거둔다.  


※백련사는 고려산 정상 일대의 진달래 군락지까지 최단 시간에 오를 수 있는 들머리다. 그러나 축제 기간 중에는 차량 출입을 막기 때문에 고인돌주차장에서 백련사까지 걸어가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청련사를 들머리로 하는 코스는 진달래 전망대에 올랐다가 백련사 쪽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오련지를 볼 수 있다.


※적석사를 거쳐 낙조봉에 오르려면 고천리 마을회관을 들머리로 잡는다. 고인돌군을 거쳐 진달래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하다.


미꾸지고개~315봉(1시간)
고갯마루에 ‘강화 18km, 외포리 5km’ 이정표와 작은 가게가 하나 있다. 가게에서 동쪽 산자락으로 난 길로 올라간다. 소나무가 울창한 오른쪽 산허리를 가로질러 능선으로 올라선다. 무덤 몇 기를 지나 40분쯤 오르면 내가저수지가 보인다. 여기서 봉우리 하나 넘어 10여 분 더 오르면 진달래 군락을 만난다. 315봉 북사면이다.  


315봉~낙조봉(20분)
315봉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낙조봉(350m)이 보인다. 낙조봉 북사면에도 진달래 군락지가 있다. 315봉에서 안부까지 암릉이 드러난 곳도 있지만 주변 조망이 좋은 길이다. 낙조봉으로 오르기 직전, 오른쪽으로 적석사 낙조대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낙조대까지는 불과 5분 거리다. 적석사는 낙조대 바로 아래 있다.


낙조봉~고인돌군(15분)
낙조봉에는 삼각점이 있다. 낙조봉 정상에서 동쪽으로 억새밭 능선이 펼쳐지며, 5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적석사에서 낙조봉을 거치지 않고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고인돌군은 여기서 10분 더 간다.


고인돌군~갈림길(20분)
고인돌군에서 곧장 능선길을 따르면 또 하나의 고인돌군을 지난다. 여기서 5~6분 더 가면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은 고천리 마을회관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갈림길~고려산 정상(20분)
능선 길을 따라 10분쯤 가면 목제 데크로 세운 전망대가 나온다. 여기서는 아래쪽 진달래 군락지와 동쪽으로 고려산 정상 일대의 진달래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촬영 포인트다. 고려산 정상에는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정부시설물이 있어서 올라갈 수 없다. 정상 바로 아래 널찍한 공터가 있고 여기까지 길이 나 있어서 차가 올라올 수 있다.


고려산 정상~백련사(25분)
정상 아래쪽으로 또 하나의 전망대가 있다. 여기서는 첫째 전망대가 위치한 봉우리와 그 아래 일대의 진달래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 역시 사진 촬영 포인트다. 전망대에서 조금 내려가면 오련지가 있다. 오련지에서 포장도를 따라 내려가다 오른쪽 숲속으로 백련사 가는 길이 이어진다.


혈구산은 고려산과 이어서 진달래꽃 종주산행으로 도전해볼 만하다. 고려산 정상에서 남쪽 고비고개로 내려서면 고갯마루가 바로 혈구산 산행 들머리다. 고비고개에서 혈구산 정상까지는 1시간 거리다.


※고려산~혈구산 종주 산행은 퇴모산까지 이어서 날머리를 외포리로 잡는다. 퇴모산에서 남쪽 길을 택하면 농업기술센터로 내려설 수 있다. 퇴모산을 지나 갈림길 사거리에서 북쪽 길을 택하면 가톨릭수련원을 거쳐 내가저수지로 내려선다.


안양대학 정문 동쪽으로 난 능선 길로 혈구산에 오를 수 있다. 중간에 혈구산성터를 지난다.


※선원면 냉정리 찬우물 약수터 북쪽 70m 지점에 산행 들머리가 있다. 채석장터를 지나 정상에 오르는 데 2시간 걸린다.


>>교통
고려산 남쪽과 북쪽 길로는 군내버스가 약 2시간 간격으로 하루 7회 운행된다. 그러나 차 시간 대기가 쉽지 않다. 적석사 입구까지 가려면 강화시외버스터미널(032-934-9811)에서 내가행 군내버스(첫차 06:55, 막차 19:50)를 탄다. 이 버스는 적석사 입구를 지나 내가면 소재지에서 회차한 후 백련사 입구인 고천2리 정류장을 지난다. 백련사 입구나 고인돌로 가는 버스는 많다. 터미널에서 외포리, 신삼리, 인화리, 양오리, 숭내리, 북성리행 군내버스는 모두 백련사 입구를 거친다. 미꾸지고개는 외포리 방면 하점 경유 군내버스를 탄다. 하루 19회(첫차 05:50) 운행. 미꾸지고개 산화휴게소(032-932-6110).


>>자가운전
강화대교를 건너서 읍내를 지나 10km쯤 직진하면 부근삼거리가 나온다. 해룡아파트가 길 왼쪽에 있다. 여기에서 좌회전해서 600m 직진하면 백련사 입구 삼거리에 이른다. 좌회전해서 2km 올라가면 백련사다. 평일에는 백련사까지 승용차로 갈 수 있다. 축제 기간 중에는 부근삼거리에서 승용차 진입을 막기 때문에 고인돌공원 주차장에 세워두고 걸어서 올라가야 한다.


>>숙박과 먹거리
강화도에는 곳곳에 펜션과 모텔, 민박 등 숙박업소가 널려 있다. 강화군청 홈페이지(
http://www.ganghwa.incheon.kr/pub/liv/livActLiv06_03.jsp?pageno=17)를 참조하면 166개의 등록업소 가운데 형편에 맞는 숙소를 예약할 수 있다.


강화도 내 명소 주변 음식점들은 대체로 서울보다 비싼 편인데 맛은 그만 못한 경우가 많다. 포구 주변의 횟집에서 꽃게나 밴댕이 등 제철 해산물을 맛보는 게 낫다. 강화읍내 중앙시장에는 한식 전문 우리옥(032-932-2427)이 산꾼들 사이에서 이름났고, 우리은행 골목길에는 소설가 성석제가 그의 산문집 <쏘가리>에서 예찬한 비빔국수집(032-933-7337)이 있다.
 


고려산ㆍ혈구산 주변 명소


부근리 고인돌군 1999년 4월 26일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되었다. 강화도 고려산 북쪽 봉우리인 시루메산 끝자락 부분의 능선인 하점면 부근리 밭 가운데 있는 사적 137호 강화지석묘를 중심으로 300m 이내에 있는 고인돌군이다. 강화 일대의 고인돌은 2000년 11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고려 고종 홍릉 고려 23대 고종(1192∼1259년)의 무덤으로 사적 224호다. 원래의 홍릉은 높게 쌓은 3단의 축대로 이루어져 제일 아래에 정자각, 2단에는 사람 형상을 한 조각, 가장 높은 곳에는 왕릉이 배치된 형식이었다.


무덤 주위에는 난간으로 두른 돌의 일부가 남아 있었다고 전한다. 무덤의 네 모서리에는 짐승을 조각한 돌이 1개씩 있었으나 없어졌고, 현재는 사람 모양의 돌조각 2구가 남아 있다. 
 


충렬사 선원 김상용과 공조판서 이상길 외 26분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사당이다. 김상용은 조선 인조 14년(1636년) 병자호란 때 강화가 청나라 군사에게 함락되자 순절한 충신이다.


인조 19년(1641년)에 지어 현충사라 불렸으나, 효종 9년(1658년)에 나라에서 충렬사라는 이름을 다시 받았다. 1977년 보수해 현재에 이른다. 교육공간인 명륜당과 동·서재는 없어지고, 사당과 책을 보관하는 전사청, 출입문인 외삼문 등이 남아 있다.


적석사 고려산 남쪽 기슭에 있다. 1984년 대웅전을 건립했으며 1986년에 요사채를 중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 동쪽 돌 틈에서 나오는 샘물이 맑고 찬데 나라에 변란이 일어나거나 흉년이 들 때면 물이 말라붙는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 이상 '월간 山'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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