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
할아버지, 세상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
퇴근시간 즈음에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가 쏟아졌다.
도로 위의 사람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허둥지둥 뛰어다녔다.
나도 이 갑작스러운 비를 피하기 위해 어느 건물의 좁은 처마 밑으로 뛰어들었다.
그 곳에는 이미 나와 같은 처지의 청년이 서 있었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시작하자 할아버지 한 분이 가세하셨다.
그런 다음 중년 아저씨 한 분이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아주머니 한 분이 비좁은 틈으로 끼어들었다.
출근시간의 만원버스처럼 작은 처마 밑은 사람들로 금세 꽉 찼다.
사람들은 이 비좁은 틈에 서서 멀뚱멀뚱 빗줄기만 쳐다보고 있었지만
비는 금방 그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뚱뚱한 아줌마 한 분이 이쪽으로 뛰어 오더니
이 가련하기 짝이 없는 대열로 덥석 뛰어들었다.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고 했던가?
아주머니가 그 큼직한 엉덩이를 들이대면서 우리의 대열에 끼어들자
그 바람에 맨 먼저 와 있던 청년이 얼떨결에 튕겨 나갔다.
그 청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쭉 훑어보았다.
모두들 딴 곳을 바라보며 모른 척 하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할아버지가
"젊은이, 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그 말을 들은 청년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빗속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돌아온 그 청년의 손에는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 수만큼의 비닐우산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하나씩 건네주었다.
마지막으로 청년이 그 할아버지에게 우산을 드리면서
"아니오, 세상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라는 말을 했다
청년은 다시 비를 맞으며 저쪽으로 사라졌고,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청년이 준 우산을 쓰고 총총히 제 갈 길을 갔다.
그러나‘세상은 다 그런 거라네’라고 말한 할아버지만 한참동안을 고개를 숙이고 계시더니
'내가 청년보다 나은 건 나이밖에 없네 그랴...'
그리고 우산을 바닥에 놓고 장대비 속으로 사라졌다.
그 마지막 우산은 청년의 것이기에....
- 좋은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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