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때 그 용서할 수 없던 일들 용서할 수 있으리. 자존심만 내세우다 돌아서고 말던 미숙한 첫사랑도 이해할 수 있으리. 모란이 지고 나면 장미가 피듯 삶에는 저마다 제 철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찬물처럼 들이키리.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나로 인해 상처받은 누군가를 향해 미안하단 말 한마디 건넬 수 있으리. 기쁨 뒤엔 슬픔이 슬픔 뒤엔 또 기쁨이 기다리는 순환의 원리를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너에게 말해 주리.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렇게 쉬 너를 보내지 않으리. 밤새 썼다 찢어버린 그 편지를 찢지 않고 우체통에 넣으리.
사랑이 가도 남은 마음의 흔적을 상처라 부르지 않으리.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망설이기만하다 포기하고 만 금지된 길들 찾아가보리.
사랑에는 결코 금지될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리.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그때 내 마음 흔들어 놓던 너의 그 눈빛이 일러주는 길을 따라 돈에도 이름에도 그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으리. 너를 위해 다시 한 번 살아볼 수 있다면 지키지 못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으리. 한 톨의 씨앗 속에 나무가 숨어 있듯 절망 속에 숨어 있는 희망을 보여 주리. 다시 한 번 너를 위해 살아볼 수 있다면 물방울 같은 네 손톱에 물들기 위해 해마다 봉숭아를 내 가슴에 심으리. 한 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널 기다리며 서성대던 영화관 앞을 만날 사람 없더라도 서 있어보리. 영화가 끝나면 밀려나오는 사람들 속에 네 얼굴 찾아보며 가슴 두근거리리. 한 번쯤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면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리. 때로는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모든 것 다 바쳐 너를 사랑하리.
김재진의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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