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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책선 따라 걷는 나즈막한 황톳길 / DMZ 평화누리길을 걷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8. 6.

철책선 따라 걷는 나즈막한 황톳길

 

DMZ 평화누리길을 걷다 - 1. 김포
2010년 07월 14일 (수) 19:29:35


 

   
 

경기도 평화누리길은 분단의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길을 평화와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 시킨 장소다. 평화누리길은 모두 12개 구간 182.5㎞로 김포 구간을 비롯해 연천, 파주, 고양 등 네 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본보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기자들이 직접 발로 취재한 'DMZ 평화누리길을 걷다'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포 길은 대곶면과 월곶면, 하성면 접경지역 일대 38.5㎞에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갖고 있는 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첫째 길은 대명항에서 덕포진을 지나 문수산성 남문에 이르는 14.9㎞구간이다. 서해바다 옆 철책선과 나란히 나 있는 오솔길과 산길을 걸으며 바다와 산, 농촌 풍경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성인 걸음으로 출발점부터 도착지점까지 4시간 쯤 걸린다. 둘째 길은 문화 유적지가 곳곳에 있다. 문수산성 남문과 홍예문을 따라 길이 놓여 있고 조강포를 건너면 애기봉 입구까지 연결된다. 문수산 산림욕장 등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모두 8.8㎞이다. 3시간20분이면 한 쪽 방향 완주가 가능하다. 셋째 길은 애기봉 입구에서 시작해 후평리 철새도래지, 전류리 포구를 지나는 14.8㎞다. 이곳도 4시간 걷기 구간이다. 이곳은 3단계 추진 계획 중 현재 1단계인 노선선정과 방향표지 설치만 끝난 상태다. 내년 초 안내표지판과 종합안내도가 마련되면 걷기 코스 조성은 대부분 마무리된다.





#. 이야기가 있는 명소


평화누리길 김포 구간을 지나면 우리가 몰랐던 지역 명소를 만날 수 있다. 길을 걸으며 그곳에 얽힌 이야기와 역사를 찾는 재미도 함께 느껴보자.



▲대명항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대명리에 있는 대명항은 김포시 유일한 포구다. 경기 서북부 최북단 강화해협을 사이로 강화도와 마주보고 있다. 대명리는 대명2리 사래울~대명나루를 잇는 산줄기가 이무기처럼 생겼다고 해, 이무기를 부르는 말인 '대망'이 변형돼 지금 '대명'에 이르고 있다고 전해온다. 예전에는 김포 대명리와 강화도 초지리간을 왔다갔다하는 뱃길이었으며 대명나루, 대명포구, 전막, 점막개라고 불렸다. 지금도 중·소형급 어선 68척이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갓 잡은 자연한 어종을 팔고 있어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 포구 인근에는 어시장과 음식점 등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00년 2종 지방어항으로 승격했다.



▲덕포진

덕포진은 1981년 국가가 지정한 사적 제292호로 현재 포좌 15개소와 대포 6문이 발굴됐다. 처음 만들어진 때는 알 수 없지만 조선 현종 7년 기록에 나와있다.
이곳은 서울로 통하는 길목인 전략적 요충지대로 고종 3년인 186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 때 실력을 발휘했다. 신미양요 당시 조선이 통상을 거절하자 미국 해병대가 기함 콜로라도 등 전함 5대와 대포 80문, 병력 1천230명을 동원, 한강 어귀로 쳐들어오자 이곳과 강화도 덕진진·광성보(용두돈대, 손돌목돈대)에서 포를 쏴 돌아가게 했다.
덕포진은 평지에 세울 수 있도록 한 포대인 돈대와 대포를 쏘는 포대, 포를 쏠 때 사용하는 불씨를 보관하고 포병을 지휘하는 파수청이 있었다. 헌종 8년 종3품인 첨사와 방선, 병선, 사후선, 수군 316명이 주둔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덕포진 뜻을 보면 '덕포'는 '가파른 언덕에 있는 개'라는 말로 지덕이 좋아 선박과 사람이 모여든다는 의미를 지녔다. 예전에 신안리 (신)덕포와 강화도 광성보(동) 사이를 오가던 뱃길로 추정된다.



▲손돌목, 손돌공 묘

손돌목은 고려 23대 인종이 몽고난으로 강화도로 몸을 피하던 때 사공 손돌이 왕을 구하려 살신했던 여울목이다. 손돌 공의 묘도 이곳에 남아있다.
이곳은 물살이 빠르고 소용돌이가 쳐 배가 지나기 험난한 지역이다. 조선시대 영·호남 지방에서 거둔 세곡을 서울로 운반할 때 이용했던 뱃길로 많은 배가 이곳을 지나다 침몰했다는 기록이 있다. 매년 음력 10월20일 대곶중학교에서 손돌공 진혼제를 연다.



▲문수산성

해발 376.1m. 문수산은 김포시 월곶면 성통리, 포내리에 있는 김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곳에 있는 문수산성은 조선 숙종 20년인 1694년 강화도 갑곶진과 강화 입구를 지키기위해 돌을 이용해 쌓았다.
서해에서 한강 하류를 따라 서울로 들어가는 관문에 위치해 있다. 견고하게 쌓아 산성 위에 방어시설인 여장을 둘렀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강화도로 피하지 못하고 남한산성에서 청나라에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뒤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고종 3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내륙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으려는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성문은 취예루와 공해루 등 문루 3개와 비밀통로인 암문 3개가 있었다. 취예루는 갑곶진과 마주보는 해안에 있어 육지로 나오는 관문 역할을 했다. 현재 해안 쪽 성벽과 문루는 없어지고 상등성이를 연결한 성벽만 남아있다.



▲철책선
 

   
 


김포 평화누리길을 따라 길게 드리워 있는 철책선은 한국전쟁의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해안 경계와 간첩 침투를 막기 위해 군이 설치한 것이다. 현재 김포 고촌 서울시 경계에서 서해안 일원은 일반인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쇄암리 약수터
 

   
 


1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쇄암리 약수터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이곳은 고려 때 고종이 이곳에서 잠시 머물던 중 개흙이 있는 곳에서 맑은 물이 나오자 이를 신기하게 여겨 한 모금 마셔보니 물 맛이 좋아 약물터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물로 머리를 감으면 비듬이 없어지고 상처는 깨끗이 아문다고 전해진다. /소유리기자 (블로그)rainworm





#. 직접 걸어봤어요



▲1코스(대명항~문수산성 남문)

9일 오전 8시 대명항에 도착하니 뜨거운 햇살과 짙은 바다 내음이 가장 먼저 반겼다. 갈매기 울음소리에 박자를 맞춰 해병대 군함이 놓인 해안선을 따라 500m쯤 걷자 철책선 바로 옆으로 폭 2m 가량의 작은 철문이 눈에 들어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두 세명이 나란히 걸을 만한 좁은 황톳길이 이어졌다. 곧바로 왼쪽 철책선 너머로 넓은 갯벌이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고, 오른쪽엔 산과 논, 아담한 시골 집이 한데 어우러져 소박한 풍경을 뽐내고 있었다. 또 길을 알려주려고 나뭇가지마다 걸어 놓은 파란색 안내리본이 바람에 나부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멀리로는 강화 해협과 강화도가 보였다.
경기도가 김포에서 연천을 잇는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인근 182㎞ 구간에 만든 '평화누리길(트레킹 코스)' 가운데 김포지역(38.4㎞) 첫번째 코스 출발지점인 대명항의 주변 광경이다.
첫번째 코스는 대명항~덕포진~원머루나루~김포CC 옆길~문수산성 남문 입구까지 모두 14.9㎞다.
이곳 해안철책은 민통선이나 남방한계선 철책과 달리 북한 땅과 맞닿아 있지 않아 지뢰 등 위험물이 없다.
또 철책 안으로 난 논밭과 오솔길 대부분이 평탄한 흙길이라 걷기에도 좋았다.
애기똥풀과 토끼풀, 인동초, 개망초가 가득 핀 황톳길을 따라 20분 가량 걸으면 문이 잠긴 철책 초소와 방호참이 나오고 여기에서 잠시 언덕길을 올라 15분 정도 지나니 덕포진이 나왔다.
이어 전통가락에 담긴 안내방송을 들으며 조금 더 올라가자 덕포진 파수청터와 손돌묘 등 문화 유적지가 눈에 뗬다. 그 옆으로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나무의자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때마침 이곳을 지나던 한 노인이 말을 건넸다.
한종우(60·김포시 양촌면)씨는 "전쟁을 겪은 세대로써 평화누리길을 걷다보면 분단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어 매일같이 이곳을 찾는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며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을 쳐다보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손돌묘 근처 언덕을 가득 메운 금제국과 샤스타 데이지, 튤립 꽃밭이 한 순간 발길을 사로잡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 1시간 30분 가량 쭉 걸으면 담장을 수놓은 목향장미가 멋진 신안마을이 보이고 벼가 자라는 들길, 아늑한 숲길을 걸어 다시 철책과 만나는데 이곳 건너편에서 강화도 광성보를 뱃길로 이어주던 덕포나루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다시 10여분을 지나 쓰다남은 타이어로 만든 험난한 길을 두세 번 오르내리니 철책을 사이에 두고 한강에서 떠내려 왔다는 작은 섬 '부래도'가 보였다. 여기에 해안이 잘 부스러지는 돌로 이뤄져 이름이 붙었다는 쇄암리와 강화도 화도를 오가던 나루터 원머루나루가 모습을 드러냈다. 총 4시간을 걸은 평화누리길의 첫번째 코스는 김포CC를 지나 강화대교가 위치한 문수산성 입구에서 막을 내렸다.




▲2코스(문수산성 남문~애기봉 입구)
 

   
 


두번째 코스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 뙤약볕에 지친 몸을 문수산 산림욕장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에 추스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에서 홍예문~청룡회관~조강저수지~애기봉 입구까지 거리는 총 8.8㎞로 3시간 20분 정도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번째 코스와는 달리 두번째 코스는 비교적 먼 거리 이동없이 산림욕장과 숲길, 저수지를 두루 즐길 수 있는 1석3조 여행길이었지만 입구 찾기가 조금 어려웠다.
이래저래 물어 문수산성 성곽 끝에 다다르자 성벽 모서리에 김포DMZ 트레킹 코스를 알리는 이정표가 붙어 있었다.
성곽 옆 좁은 길을 따라 100m 가량 오르자 문수산성 남문이 보였는데, 오른쪽 산등성이에 위치한 군 부대와 왼쪽 강화도 입구에서 들어오는 도로까지 성곽 일부가 복원된 상태였다.
문루에 올라서니 강화대교와 강 건너 강화도, 그리고 서해로 흘러들어가는 염하강(강화해협) 물줄기가 한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경치를 뒤로하고 성동검문소 버스정류장 근처 옥류관(옛 모란각) 식당으로 돌아와 다시 문수산 등산로로 들어서자 본격적인 걷기 코스가 펼쳐졌다.
이 길로 1시간을 걷자 앉아 쉬면서 강화산성과 월곳리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팔각정이 나왔고, 30여분을 더 걸어가니 홍예문 현판이 보였다. 그런데 홍예문 오른쪽 성밖으로 나온 뒤부터 길 찾기가 만만치 않았다.
지나가던 등산객 김홍민(47·수원시 정자동)씨에게 물어 나무데크 계단길을 따라 청룡회관에 내려와 1시간 10분만에 가까스로 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다시 중봉 헬기장 쉼터로 내려와 문수사 가는 길 안쪽 숲 속에 있는 평상에 앉아 휴식을 가졌다. 여기에도 첫번째 코스처럼 폐타이어로 만든 계단길이 있었는데 20m를 올라가자 와이자(Y)형 갈림길이 나타났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고정 밧줄 난간이 설치된 가파른 바윗길을 오르자 드디어 문수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왔던 길로 다시 내려오는 길목엔 볼거리가 더욱 풍성했다.
청룡회관으로 가지 않고 곧바로 걸으니 2차선 포장도로를 가로 지르는 문수산 구름다리와 국제조각공원 때문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구름다리에선 김포대학 건물이 한 눈에 보였고 국제조각공원 아트홀 바깥에는 각종 미니어처가 전시돼 있었다.
잠시 작품을 관람한 뒤 국제조각공원 정문 진입도로를 끼고 48번 국도 방향으로 가다보니 고막저수지 쉼터와 커다란 허브 음식점(삼숙이네 디딤돌)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차 한 잔을 마시고 두번째 코스 중 가장 의미있는 조강포 구간을 1시간여 동안 걸었다.
옛날 남쪽지방에서 세곡선이 한양으로 올라오다 머물던 조강포는 무척이나 번성했다는데, 한국전쟁 이후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현재는 논과 철책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철책 저편으로 보이는 북녘 땅이 손만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다. 평화누리길이 '아름답지만 안타까운 길'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이때서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씁쓸한 마음을 추스른 뒤 1시간 40여분을 걸어 조강저수지를 거쳐 마침내 오후 4시40분쯤 두번째 코스의 종착점인 애기봉 입구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걸은 탓에 다리는 후들거리고 땀은 비오듯 쏟아졌다. 하지만 저 멀리 평화누리길 세번째 코스가 벌써부터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을 뿜으며 우리를 향해 크게 손짓하고 있었다.

/글·사진=황신섭기자·조현미 인턴기자 hss@itimes.co.kr



 

   
 



#. 찾아오는 길


경기 평화누리길 김포 구간은 비교적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다.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들은 서울외곽고속도로 김포 나들목에서 나와 48번국도를 타고 356번 지방도를 따라 50분을 달리면 1코스 출발점인 대명항에 도착한다. 주차는 대명항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하면 된다. 덕진포 입구에 주차를 하고 이곳에서부터 걷기를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서울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서 내려 환승버스 6번이나 시내광역버스 60-2번, 60-3번, 광역버스 3100번을 타고 대명항 버스 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 문수산성 남문에서 시작하는 김포 2코스 출발점은 서울외곽고속도로 김포 나들목을 지나 48번 국도를 따라 60분 정도 달리면 나타난다. 문수산삼림욕장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국철 1호선 영등포역이나 서울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서 환승버스 1번이나 시내일반버스 88번,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 환승버스 3000번, 지하철 3호선 마두역에서 시내버스 96번, 국철 1호선 부평역에서 환승버스 90번, 인천버스터미널에서 환승버스 70번을 타고 성동검문소 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 이곳에서 15분을 걸어가면 출발점이 나온다.
돌아갈 때는 자가용 차량은 48번 국도와 국지도 56호를 지나 서울외곽고속도로로 가면 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은 애기봉 입구 정류소에서 시내버스 101번, 102번을 타고 월곶면 군하리로 가 각 지역으로 가는 환승버스를 타면 된다.

 

 

탁 트인 들판 … 걸음마저 여유로워지는 시간

 

DMZ 평화누리길을 걷다 - 2. 김포3코스
2010년 07월 21일 (수) 19:35:24
   
 


한없이 펼쳐진 김포평야와 하늘이 맞닿은 곳. 탁 트인 들판을 따라 놓여있는 김포 평화누리길 셋째길은 이곳을 걷는 이들의 걸음 걸이를 느릿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곳이다.
셋째길은 둘째길이 끝난 애기봉 전망대에서 시작한다.
한 여름 산길은 숲이 우거져 있어 봉우리 아래 풍경이 쉽사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신 갖가지 나무에서 풍겨나오는 내음이 와 부딪힌다.

 

   
 


   
 

마치 나무로 만든 터널을 지나가듯 빽빽하게 들어찬 나뭇가지 때문에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뜨거운 여름볕도 이 나무 터널은 뚫지 못하리라.
아직 개발이 덜 된 탓에 산과 평지로 이어지는 길이 약간 끊겨있지만 큰 찻길을 따라가다보면 다시 원래 코스로 돌아올 수 있다.
이곳은 민간인통제구역을 거쳐 검문소 두 세 곳을 지난다. 사진을 찍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지역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평지로 내려와 몇 십 분 걸으면 동네 길로 들어선다. 금성초 앞에서 한 숨 돌리고 다시 움직이자.
이 구간이 갖고 있는 매력은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농촌 분위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정 지역인 덕분에 논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가는 백로를 쉽게 만난다. 논 두렁에서 긴 다리 내놓고 쉬는 자태나 길 가에서 여유롭게 지렁이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논은 여름볕을 받아 쑥쑥 자라고 있는 푸른 벼로 가득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 물결이 일렁인다. 이름 모를 새들이 논 위를 마음 놓고 날아다닌다.

   
 

푸른 논과 곳곳에 있는 포도밭을 보다보면 이곳에서 한 시간만 나가도 매연으로 가득한 도시가 있다는 사실을 깜빡 잊는다.
셋째길에도 첫째길처럼 철책이 놓여있다. 한강을 접하고 있어 군인들의 경비가 비교적 삼엄(?)하다. 철책은 한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며 평야가 끝난다는 표시를 해준다.
배수문으로 가기 전 걷기 구간을 약간 벗어나보자.
원래 길을 비켜 동쪽으로 조금 걸으면 후평리 철새도래지를 찾을 수 있다.
도래지 일대는 논이다. 지금은 제 철이 아니라 철새들은 다 떠났지만 논에 서 있는 허수아비 여럿과 바람따라 나부끼고 있는 깃발이 지난 가을 치열했던 새와 사람과의 '전투'를 말해준다.
올 가을에도 지난해 왔던 그 새들이 다시 돌아올까.
논 한 켠에는 연꽃을 재배하는 밭이 자리한다. 날씨가 좋으면 활짝 핀 흰 연꽃 구경도 가능하다.
다시 길로 돌아와 배수문을 지나 1시간30분을 걸으면 전류리포구가 나타난다.
오랜 여정으로 지쳐갈 때 쯤 도착하는 전류리포구는 규모가 상당히 작다. 4시간을 걸은 탓에 약간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한강에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포구라는 설명에 위안을 얻는다.
포구 입구는 철조망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초소에는 눈을 번뜩이며 군인이 서 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을 철조망 너머로 바라본다. 수풀이 우거진 산 길을 나와 넓디넓은 김포평야를 지나 몇 시간만에 도착한 곳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을 마주한다. 더 이상 발걸음을 내딛을 수 없는 곳. 마지막 발자국을 남긴다.

/소유리기자·박진영 인턴기자 (블로그)rainworm



 

   
 



▲애기봉 전망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해발 154에 위치한 애기봉전망대는 북한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다. 맑은 날이면 북방 23㎞까지 내다볼 수 있다.
이곳 지명의 유래는 1636년 인조 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청나라와 병자호란을 치르던 때 평양감사는 평소 아끼던 기생 '애기'를 데리고 한양으로 피난길을 떠난다.
평양 감사는 개성을 거쳐 내려오던 중 현재 개성시 판문군 조강리에 다다랐을 때 뒤따라오던 청나라 군에 붙잡혀 청으로 끌려간다. 애기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지만 감사를 잊지 못하고 봉우리로 올라와 북녘을 바라보며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병을 얻어 북녘 땅이 잘 보이는 봉우리에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그 이후 이 봉우리 이름이 애기봉이 됐다고 전해진다.



길 따라 만나는 명소

▲후평리 철새도래지


김포 하성면 후평리 동쪽 한강과 맞닿아 있는 후평리 철새도래지는 해마다 천연기념물 203호 재두루미를 비롯해 독수리, 큰기러기, 느시, 개리, 도요새, 물새떼 등 수만 마리의 겨울철새가 찾는 청정지역이다.
김포시는 오는 2012년까지 재두루미 서식지를 연차적으로 100㏊까지 늘리고 겨울철 철새 먹이로 벼를 뿌려놓을 예정이다.
철새도래지 근처 농경지에는 농작물을 먹는 철새들을 막기 위해 허수아비나 흰 깃발을 꽂아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전류리포구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포구는 남한 최북단에 위치한 포구로 한강과 바다가 만나는 최전방이다. 한강이 바다로 이르는 구간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포구이기도 하다.
분단 전에는 전류리포를 비롯해 조강포, 신리포, 마근포 등이 한강 하구를 따라 죽 이어져 조업을 했지만 이제는 남아있지 않다.
현재 이곳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배도 십 수 척에 불과하다. 이곳은 봄철에는 웅어가, 여름에는 새우잡이가 유명하다. /소유리기자·박진영 인턴기자 (블로그)rainworm


   
 



찾아가는 방법

김포 평화누리길 제3코스는 애기봉 입구에서 시작해 전류리 포구에 이른다.
아직 코스 개발이 덜 돼 리본이나 스티커 표시를 찾아 걷기에는 무리가 있어 지도를 휴대하지 않으면 구간 이동이 어렵다. 코스 정비는 내년까지 계속 진행될 계획이다. 셋째길은 애기봉 전망대 입구에서 출발해 4.5km 지점에 김포시 하성면 금성초등학교가 있고 이곳에서 5.4km를 걸으면 배수문이 나온다. 여기서 마지막 전류리포구까지는 5.1km다. 이 구간은 모두 15km로 걷는데 4시간10분이 걸린다.
김포 3코스 출발점은 자가용을 이용, 서울외곽고속국도 김포 나들목에서 나와 48번 국도를 타고 국지도 56호로 갈아타면 도착할 수 있다. 한 시간 쯤 걸린다.
대중교통은 서울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서 환승버스 1번이나 88번을 타 서울지하철 3호선 마두역, 국철 1호천 부평역이나 영등포역,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종합터미널에서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나 하성면 마곡리로 가는 버스를 탄다. 이곳에서 다시 시내버스 101번, 102번으로 갈아타 애기봉 입구 정류소로 가면 된다.
트래킹을 끝내고 전류리포구에 도착하면 자가용을 이용한 이들은 국지도 78호를 타고 48번 국도로 바꿔 타 서울외곽고속도고 김포 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전류리포구 버스 정류소에서 시내버스 23번을 타고 하성면 마곡리로 가 환승버스 2번으로 갈아타 서울지하철 5호선 송정역이나 국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내리면 된다.

 

 

 

 

걷는 보람·보는 재미'오감만족'
DMZ 평화누리길을 걷다 - 고양
2010년 07월 28일 (수) 20:47:34
   
 


* 1코스 행주산성~호수공원(10.1㎞)
 

   
 


행주산성을 찾은 24일 오전 7시20분. 여기까지 왔으니 행주산성을 둘러보는 건 당연지사.
30분을 걸어 권율장군의 사당인 충장사와 행주대첩비를 둘러보고 정상에 오르니 한강의 멋진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이어 행주산성 일대에 자리잡은 매운탕과 장어구이 등 소문만 맛집들이 반가운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행주산성 문턱에 내려오니 시민 10여명이 한데 둘러앉아 코스 계획을 짜고 있었다.
꽝꽝 얼린 생수병과 창이 긴 모자, 지도를 든 아주머니들과 심지어 얼음조끼까지 입은 아저씨의 모양새로 볼 때 자주 걸어본 사람들이 분명했다.
김포 평화누리길에서 자주 길을 헤맸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일단 이 무리를 따라가야겠다고 맘 먹었다.
역시 예감은 적중했다.
이들은 행주산성 정문 주차장 관리사무소 옆으로 난 첫째 코스 입구를 손쉽게 찾아냈다.
가는 길을 알고나니 한층 발걸음이 가벼웠다.
40분쯤 걸으니 자전거 전용도로와 건강쉼터, 노래하는 분수대가 있는 호수공원이 눈에 들어왔다.
찜통더위 탓인지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앉아 평화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가족과 이곳을 찾은 김정호(37·고양시 덕양구)씨는 "고양 평화누리길은 흙길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대신 볼거리가 풍성하다"며 "해질무렵 쇼핑·문화 복합공간인 라페스타와 웨스턴 돔에 가면 걷는 즐거움이 두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호수공원의 최고 산책길인 메타세콰이어 길(공원 서쪽의 작은 오솔길)을 따라 쭉 걸으니 선인장전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람요금이 공짜였지만 문을 열기 전에 도착해 아쉽게도 이곳은 그냥 지나쳐야 했다.
현관 오른쪽 벽에 둘째 코스를 알리는 표지판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30분 걸렸다.




* 2코스 노래하는 분수대~심학산 둘레길(13.2㎞)
 

   
 


여기서부턴 그야말로 볼거리가 풍성한 길이다.
500가지가 넘는 다양한 분수가 음악에 맞춰 물을 내뿜는 모습이 이름 그대로 '노래하는 분수대'다.
잠시 더위를 식힌 뒤 현대백화점 근처에 있는 킨텍스로 향했다. 국내 최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규모가 엄청났다.
다시 킨텍스 앞 건설기술원 쪽으로 나와 마두역에 도착해 이른 점심을 먹었다.
허기를 채우고 나니 발걸음이 한층 쌩쌩하다.
11시 정각 마두역을 따라 20~30분을 걸으면 일산 문화광장과 극장과 음악당, 야외공연장 등이 들어선 고양 아람누리(아름답고 큰 세상)를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양 아람누리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라페스타와 웨스턴 돔 등 대형 쇼핑몰은 걷는 데 즐거움을 한층 더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엔 젊은 쇼핑객들이 오전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곽정숙(52·여·고양시 일산구)씨는 "걷는 길에 이곳을 자주 들르는데 묘한 재미가 있다"며 "고양 평화누리길은 동호회나 가족, 연인들이 오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잠시 쇼핑에서 벗어나 고양 종합운동장과 장항습지를 거쳐 자유로 방면으로 걸으면 둘째 코스의 정점인 심학산 둘레길에 다다를 수 있다.
심학산은 다른 산과 달리 바람을 쐬며 주변 강 풍경을 보기에 좋다.
산 허리를 연결해 만든 둘레길 길이는 총 6.8㎞. 하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사가 별로 없어 걷기 초보자에게도 제격이었다.
어른 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린다.
특히 중간 중간에 나무의자도 있어 쉬기에 좋았고 소나무길과 떡갈나무길에선 산림욕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후 1시쯤 둘레길 정상에 올랐다.
눈 앞에 펼쳐진 한강·임진강 하구를 바라보며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시 두어시간 걸어 산을 내려와 해가 질때를 기다렸다.
라페스타에선 많은 시민들이 저녁 거리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거나 초상화를 그렸고 야외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음악에 환호성을 질렀다.
고양 평화누리길의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황신섭기자·조현미 인턴기자 hss@itimes.co.kr




* 길 따라 만나는 명소
 

   
 


▲행주산성(사적 제56호)
고양 평화누리길의 최대 명소는 첫 코스 입구에 위치한 행주산성이다.
이곳은 덕양산 정상을 둘러싼 토성으로 임진왜란 3대첩 중 하나인 행주대첩으로 유명하다.
지난 1593년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이끄는 민관군 2천300여명이 왜군 3만명을 무찌른 승리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부녀자들이 치마폭에 돌을 담아 전투에 참가해 행주치마란 이름까지 생겼다.
행주산성 안에는 권율장군의 사당인 충장사와 행주대첩비, 기념관 등이 있고 정상에 오르면 한강의 풍경과 함께 산성 주변에 자리잡은 맛집들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호수공원
자연을 맘껏 느낄 수 있는 친환경 생태공원인 호수공원은 사계절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수도권 최고의 관광명소다.
동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가 있고 잔디광장과 야외무대, 노래하는 분수대 및 자연학습장, 전시관 등 다양한 볼거리 시설도 눈을 즐겁게 한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상세한 설명도 이곳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다.

▲라페스타·웨스턴돔
이곳에선 걸으면서 쇼핑과 영화, 음식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
널찍한 보행자 전용거리와 테마별 쇼핑몰, 동과 동을 잇는 원형 브릿지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 주말엔 라이브 공연과 야외 공개방송, 패션쇼 등 다양한 행사도 열려 쇼핑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온갖 색깔 조명이 길 거리를 수놓는 밤에는 더욱 아름답다.

▲장항습지
지난 2006년 4월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장항습지는 우리나라 4대강 중 유일하게 강 하구가 둑으로 막혀있지 않은 곳이다.
이 때문에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최적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겨울엔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큰기러기, 청둥오리 등 철새 2만여마리가 둥지를 틀어 장관을 이룬다.
또한 말똥게와 고라니, 왜가리, 백로 등도 볼 수 있어 어린이 생태교육에 딱 좋다.






* 찾아가기
 

   
 



고양 평화누리길 첫 코스는 행주산성에서 시작해 호수공원까지 총 10.1㎞다.
김포에 견줘 걷는 길 전체가 눈에 띄게 아름다운데다 한강 하류를 바라보며 웰빙음식을 즐길 수 있는 행주동 장어마을과 국수집들이 많아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또한 첫 코스 주요 구간에는 행주나루터와 벗꽃길, 선인장 전시장 및 일산문화광장 등이 자리하고 있어 볼거리 재미도 풍성하다.
행주산성 입구는 자가용을 타면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 IC로 나오는데 20분, 자유로 행주IC까지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지하철 3호선 화정역에서 마을버스 011, 012번을 타면 되고 서울 영등포와 신촌에서는 9707, 1082, 921, 870, 873번 버스를 타고 오면 된다.
둘째 코스는 노래하는 분수대와 킨텍스, 가좌천, 심학산 둘레길까지 13.2㎞ 길이로 걷는데 4시간 가량 걸린다. 하지만 교통편은 첫 코스보다 더 좋다.
자가용은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 IC에서 15분, 지하철 3호선 마두역에선 걸어서 5분 거리다.
특히 호수공원엔 차량 1천42대를 세울 수 있는 노상·노외 주차장도 있어 편리하다.

DMZ따라 걷는 ‘김포1길’… 한 걸음에 긴장감 두 걸음엔 아! 평화가 고맙다

[2010.06.23 17:33]        


경기도 김포에서 연천까지 서부전선 DMZ를 따라 조성된 12개 코스 182.3㎞ 길이의 ‘경기도 DMZ 평화누리길’. 이 가운데 첫 번째 구간인 김포1길(대명항∼문수산성) 15.4㎞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걷기여행 상품으로 개발된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노영우 본부장은 “DMZ는 한국의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상품화가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며 “안전성이 보장되는 김포1길에 우선적으로 김포시와 함께 안내판 등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김포1길은 김포시 대곶면의 대명항에서 시작된다. 대명항은 염하수로를 사이에 두고 강화도를 마주보는 항구. 김포와 강화도를 연결하는 초지대교가 2002년 완공되고, 2008년공유수면 매립 공사가 완공되면서 포구의 정취는 사라졌다. 40여 업체가 입주한 수산물직판장엔 서해에서 갓 잡은 밴댕이 병어 황석어 꽃게 등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뿐 비릿한 내음의 항구는 의외로 조용하다.

대명항 북단에서는 오는 9월 완공을 목표로 김포함상공원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 전시된 함정은 1944년 미국에서 건조된 후 제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에 참전하고 2006년 퇴역한 운봉함. 해병대 상륙함정인 운봉함은 천안함보다 길이 11.6m, 폭 5.3m가 더 큰 함정으로 안보교육 공간으로 활용된다.

김포함상공원 뒤편의 철문을 들어서자 해안철책 안쪽의 군 순찰로가 짙은 녹음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철조망 사이로 보이는 수로는 이름조차 생소한 염하(鹽河). 강처럼 생긴 염하는 김포와 강화 사이에 위치한 남북 방향의 좁은 해협으로 폭 200∼1000m, 길이 약 20㎞. 북한 신의주까지 오가던 뱃길이었지만 한국전쟁 후 봉쇄되었다가 2007년부터 어선의 통행이 허락되었다.

염하수로는 썰물 때 갯벌이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수심이 낮지만 밀물 때는 물살이 거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릴 정도. 한강, 임진강, 예성강의 물이 만나는 염하 북쪽의 월곶과 남쪽 황산도의 해수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철책은 간첩의 침투를 막기 위해 한국전쟁 후 설치한 것.

김포1길 해안철책은 민통선이나 남방한계선 철책과 달리 북한 땅과 맞닿아 있지 않아 지뢰 등 위험물이 없다. 철책 안쪽으로 난 논밭길과 오솔길이 대부분 평탄한 흙길이라 걷기에도 좋다. 이따금 강화도에서 포성이 울려 어느 정도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김포1길을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걷기여행 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이유다.

토끼풀, 개망초, 애기똥풀, 인동초 등이 만발한 철책길을 1.5㎞쯤 걸으면 덕포진이 나온다. 덕포진은 염하수로 건너 강화도의 덕진진과 함께 해협을 통해 한양으로 진입하려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설치한 조선시대의 군영. 병인양요(1866년) 때는 프랑스 함대, 신미양요(1871년) 때는 미국 함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던 곳으로 대포 6문과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 포좌 19개가 발굴돼 국가지정 사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덕포진에는 사공 손돌의 무덤이 전해온다. 1232년 몽골의 침략을 피해 개경에서 강화도로 천도하던 고종은 사공 손돌이 뱃길이 없는 듯한 곳으로 노를 젓자 사공을 의심해 죽이라고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손돌은 바가지를 물에 띄우고 이를 따라가면 뱃길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뒤 참수된다. 바가지를 따라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온 고종은 뒤늦게 후회하고 손돌의 장사를 후하게 치러줬다고 한다.

김포1길은 손돌의 목을 벤 손돌목에서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내 평탄한 길로 변한 김포1길은 잠시 철책과 헤어져 담장을 수놓은 장미꽃이 멋스러운 신안마을을 통과한다. 이어 옥수수와 벼가 자라는 들길, 아늑한 숲길을 걸어 다시 철책을 만난다. 신안마을과 염하수로 건너편의 강화도 광성보를 뱃길로 이어주던 덕포나루는 지금은 흔적만 희미하다.

폐타이어로 조성한 험로를 두세 번 더 오르내린 김포1길은 철책을 사이에 두고 한강에서 떠내려 왔다는 부래도를 스쳐 지난다. 해안이 잘 부스러지는 돌로 이뤄져 쇄암리로 명명된 마을의 들판 북단은 고양2리. 강화도 화도를 오가던 나루터인 원머루나루가 있던 곳이다. 김포1길은 이곳에서 김포CC를 지나 강화대교가 위치한 문수산성 입구에서 막을 내린다.

김포1길은 아직 이정표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길바닥의 푸른색 화살표와 주황색, 초록색 리본이 길을 안내하지만 헷갈리기 일쑤다. 중간에 쉴 곳도 없으므로 물이나 간식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대명항에 승용차를 두고 왔다면 문수산성에서 성동검문소로 나와 강화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탄다. 5분 소요. 강화터미널에서 700번 버스(40분 간격)를 타고 초지대교를 건너자마자 약암관광호텔 앞에서 하차하면 대명항이 보인다. 약 30분 소요(경기도 걷는길 http://cafe.daum.net/ggtrail).

김포=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