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길]예향의 도시 통영 바닷길 윤이상·박경리 등 수많은 예인이 사랑한 한국의 베네치아 김종화 | jhkim@kyeongin.com
[경인일보=글·사진/김종화기자]
늦가을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니면 겨울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계절을 가늠하기 힘든 11월의 어느 날 통영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수원에서 통영으로 가는 동안 창밖에 펼쳐진 논에는 벼 베기가 끝나 황량하게 보였고
마을과 논밭 사이로 흐르는 하천의 갈대가 가을이 끝나감을 알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더해 산기슭에 자리한 민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마음을 푸근하게 했다.
대부분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렇듯 여행은 떠나는 자체만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또 여행지에서 만나게 될 풍경을 그리며 설레기도 한다.
통영을 떠올릴 때 처음으로 머릿속을 채운 것은 부둣가에 정박해 있을
많은 배와 하늘에 떠다니는 조각구름같이 드넓은 바다에 펼쳐져 있을 다도해였다.
4시간여 동안 차에 몸을 싣고 도착한 통영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것도
항구 도시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어선들과 어시장 상인들의 분주한 모습이었다.
■ 해안길을 거닐며 느낄 수 있는 한가로움
통영은 남해안 다도해로 이어지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해안 풍광을 즐기기 위해 길의 시작을 남망산조각공원으로 잡았다.
통영시민회관이 자리하고 있는 남망산조각공원에는 이순신장군 동상과 그 주변에 여러 미술조각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진촬영 장소는 미륵산 정상이지만
해질녘 항구도시의 노을진 풍경을 즐기기에는 이곳 또한 나쁘지 않다.
그리고 그 곁에 자리한 동피랑 벽화마을은
최근 공영파 예능프로그램의 촬영지로 이용된 후 부쩍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는 곳이다.
평평한 땅이 부족해 산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어촌 마을의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졌을 법한 벽에 예쁘게 채색된 그림이 예쁘게 어우러져 있다.
이후 만나게 되는 해안가 산책길은 남해안 다도해와 통영을 오고가는 배들을 한가로이 감상하기에 좋다.
길가 한쪽에 자리한 벤치에서 바라보는 해안가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잊게 해 준다.
특히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1시간여 걷게 되면 만나게 되는 해저터널은 이채롭다.
통영 해저터널은 일본 식민지 시대인 1931년부터 1932년까지 1년 4개월에 걸쳐 만든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로 길이는 483m, 너비 5m, 높이 3.5m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터널 입구에는 용문달양(龍門達陽)이라고 적혀 있는데 '섬과 육지를 잇는 해저 도로 입구의 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 한국의 베네치아를 사랑한 예술인들
통영이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끄는 것은 단순히 해안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통영에 발을 들여놓으면 아름다운 풍경을 사랑했던 예술인들도 함께 만날 수 있어서다.
통영을 대표하는 문인으로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95) 선생과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을 꼽을 수 있다.
통영에서 태어난 윤이상 선생은 일본과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를 했고
1971년 독일에 귀화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활동을 했다.
윤이상 선생은 '서양현대음악 기법을 통한 동아시아적 이미지의 표현'
또는 '한국음악의 연주기법과 서양악기의 결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영시 도천동 148 일원에 건립된 윤이상 기념관에는 생전에 선생이 사용하던 첼로,
프랑스와 독일 등 유학 때 사용한 여권, 그리고 키홀더에 항상 가지고 다니던 작은 태극기 등
유품 17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
한국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박경리 선생을 추모하는 문학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통영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양읍 미륵산 자락에 위치한 문학공원에는
선생의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건립된 박경리 기념관이 위치해 있다.
해방 전후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청마 류치환 선생과
대여 김춘수 선생의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념관과 문학관도 둘러볼 수 있다.
또 '빛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원로화가 전혁림씨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혁림 미술관도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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