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 청하 권대욱 제 안에서 별이었던 존재는 복제된 삶의 죽음으로 영원을 찾는다 천 년을 살아온 이 산의 정령들이 충만했던 꽃 이파리와 겹겹이 무거웠던 가을을 내렸기에 생명을 얻었다 거룩한 대지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존재에게는 파란 피를 수혈하여 주기에 비워낸 자가 얻은 하얀 사슴뿔 닮은 겨울꽃을 피워내는 것이다 별은 이제까지 호흡을 지탱했던 야윈 육신에 제 닮은 순백의 자양분을 모세혈관에 부어주었기에 가끔은 달 뜨는 밤에 더 하얀 꽃을 피우게 해준다 내 안에 머물던 바람 한 줌이 네 육신의 온기 되어 꽃으로 피는 것이다 포대능선 긴 바위길에 또 꽃을 피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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