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 도종환 서리꽃 하얗게 들을 덮은 아침입니다 누군가의 무덤가에 나뭇짐 한 단 있습니다
삭정이다발 묶어놓고 무덤가에 앉아 늦도록 무슨 생각을 하다 그냥 두고 갔는지 나뭇가지마다 생각처럼 하얗게 서리꽃이 앉았습니다
우리가 묻어둔 뼈가 하나씩 삭아가는 동안에도 우리들은 남아서 가시나무 가지를 치고 삭정이다발 묶으며 삽니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우리는 가져갈 수 있는지 모르지만 오늘도 가야 할 몇 십리길이 있습니다
오늘도 서리가 하얗게 길을 덮은 아침들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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